자세히보기 2015년 12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을 아시나요?”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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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신효선 NKDB 정착지원본부 사무국장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을 아시나요?”

Q.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란?

A.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들어올 때 여러 기준을 가지고 일종의 심사를 거치게 돼요. 여기서 보호/비(非)보호 결정이 납니다.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란 이 심사과정에서 ‘비보호’ 결정을 받은 사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물론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 공식 명칭은 아닙니다. 법률에도 나와 있지 않고요. 단순히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보호 결정자’와 ‘비보호 결정자’로 구분하고 있는데 ‘보호’의 반대 개념으로 ‘비보호’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죠. ‘보호’ 결정을 받은 북한이탈주민은 주거, 교육, 취업 등 여러 면에서 사회적으로 각종 정착지원의 혜택을 받지만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은 이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Q.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A. 공식/비공식 기준에 따라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요. 우선 정부가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자료를 공개한 것이 지난 2008년부터입니다. 이를 기초로 조사해보면 올해 8월까지 172명에 달하고요. 비공식적인 측면, 예를 들면 비보호 북한이탈주민 중에서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친인척을 포함해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계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공개할 수 없고 또 이러한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지 가치가 충돌하는 사회적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거든요. 따라서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자료는 없습니다만 대략 모두 더해 400~500명 정도 규모로 추산하고 있어요. 현재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 3만명 정도 되니까 전체 북한이탈주민 규모 대비 약 1.5%의 극소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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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비보호 북한이탈주민으로 분류되는 과정?

A.보통 북한이탈주민이 입국하면 국가정보원 주관으로 합동심사를 합니다. 일단 여기서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거나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인물은 국가정보원장이 비보호자로 결정해 비공개로 관리되는 경우가 있고요. 그 다음에 국가정보원 합동심사를 통과하면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라고 차관급으로 구성되는 25인의 협의체가 있는데 여기서 6가지 기준을 놓고 보호/비보호 결정을 위한 심사를 하는 겁니다. 살인이나 마약거래와 같이 중범죄 이력이 있는 자, 북한이탈주민으로 위장하여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판단되는 위장탈출혐의자, 중국을 포함해 제3국에서 10년 이상 체류하면서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한 자, 한국에 입국한 이후 1년 이상 생활하면서도 신고를 늦게 한 신고지연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분류된 기타 사유자 등 6가지 기준을 놓고 판단하죠.

Q.6가지 기준 중에서 주로 어떤 이유로 비보호 결정을 받는지?

A.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을 나와서 중국에 있을 때 강제송환을 당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신변이 위험하니 가짜 신분을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중국인, 특히 대부분 조선족 호적을 만드는 것이죠. 중국에서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죠. 물론 북한보다는 낫겠지만 가짜 신분을 만들어서 조선족으로 사는 삶 역시 힘들다보니 이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데 취업비자가 아닌 여행비자로 들어오기 때문에 3개월 동안 일을 하고 돌아가는데 거기서 여권 만드는 데 빌린 돈을 갚고 나면 금세 소진되니 다시 한국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를 몇 번 반복하면 결국 최초 한국에 들어온 시점부터 당국에 북한이탈주민이라고 신고한 시점 사이의 기간이 1년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결국 신고지연자에 해당되어 비보호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고요. 지금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비보호 결정을 받는 사람 가운데 80% 정도는 이런 신고지연자예요.

Q.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 실제로 삶의 환경에서 겪는 문제점?

A.일단 주거 문제가 있죠. 최근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면접조사를 하면서 가정방문을 했는데 대부분 30~35만원 수준의 월세에서 살고 있으며 많이 취약해요. 대략 15㎡ 정도 크기의 방 1칸 있는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 결정을 받은 대다수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임대 아파트가 보장되지만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은 정착지원금을 포함해 아무런 지원이 없기 때문에 지금 환경을 벗어나기 쉽지 않죠. 주거환경이 열악하니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요. 이번에 비보호 북한이탈주민 10명을 만났는데 부모와 자녀 모두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하나도 없었고요. 보통 한부모 가정이거나 자녀를 중국에서 데려오지 못해 부부만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보건 측면에서도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은 의료혜택이 없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도 못 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건강보험공단에 가입하려고 해도 일단 직장이 불안정하니 쉽지 않죠. 실제로 비보호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병원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결핵으로 진단되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분이 치료를 포기하더라고요. 치료비용 때문이었죠. 일단 돈을 벌고 그 다음 여유가 생기면 치료를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외에 심리적인 부분도 있죠. 한국 사회에서 무시 받았던 경험이야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것과 동일하게 느끼고 있고 여기에 더해 같은 북한이탈주민 사회 안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이 있어요. 보통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원에서 교육기간 중에 비보호 결정을 통보 받거든요. 그러니 보호 결정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을 향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데 굳이 여기서 같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다고 하고요. 또 그 사회 안에서도 비보호라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거나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편견이 생겨 죄인처럼 생각해버린다는 것이죠. 하나원 내에서도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선 열정적으로 교육에 참석하게끔 하는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원을 퇴소하게 되면 다른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섞여 살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조선족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하죠.

Q.정책적으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은데?

A.그렇습니다. 하나원 교육과정이 보통 3개월이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교육시작 후 한 달 정도 지나 보호/비보호 결정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2개월의 잔여 교육기간이 있는데 보통 비보호 결정을 받은 분들은 졸업을 목전에 둔 앞의 기수와 함께 조기퇴소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느니 빨리 나가서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현재 어쩔 수 없이 보호/비보호를 구분해야 한다면 비보호로 결정된 분들이 하나원에 들어가기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비보호 대상이라는 것을 노출할 필요가 없죠. 또한 하나원에 일단 들어갔으면 보호 대상 북한이탈주민들과 동등한 기회 및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다보니 교육의 동기가 중간에 갑자기 떨어져버리는 겁니다.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말이죠.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Q.긴급 구제 측면에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A.지금 한국에서 실제로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책적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현실적으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과 크게 차이가 없는 분들이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긴급생활지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기초생활수급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긴급한 상황이나 위험한 상황에 봉착했다고 판단되면 의료적 문제가 있는 분들은 병원비 감면, 당장의 생계가 문제라면 긴급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최소 3~6개월간 보호를 하는 것이죠. 요즘 주민센터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저희도 당장 어려움을 겪는 비보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이 제도를 많이 알려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Q.우리 사회 시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

A.물론 이분들이 본인들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본인의 실수, 즉 늦게 신고하여 생긴 문제를 다들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도 최소한 한국에 들어와서 첫발을 디디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지원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많이 말씀하세요. 비보호 북한이탈주민이 다른 북한이탈주민과 동일한 혜택 수준은 아니라도 당장 하나원을 나와서 자립해 어느 정도 살아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 안에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해요. 아무런 연고 없이 사회에 내보내는 것보다는 기초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이 별도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나오는 분들에게 직업이나 주거에 대한 대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알아서 살아가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방치된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고요. 굳이 이 분들을 비보호로 결정하고 구분해야 한다면 이분들에게 맞는 적응 교육이나 정착 지원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급한 것은 이분들이 최소한의 자립을 위한 기간까지는 적어도 긴급 구제 차원에서 의식주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사회의 인식 역시 보호받는 북한이탈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 즉 이 문제를 ‘처벌적 개념’으로 바라보지 말고 한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포용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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