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2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사라진 최룡해 그리고 인사기복 … 북한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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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사라진 최룡해 그리고 인사기복 … 북한의 속내는?

북한의 실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사라졌다. 북한이 지난 11월 7일 사망한 이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을 발표할 때 명단에서 최 당 비서가 빠졌다. 이을설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최룡해 이름 석자는 없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롯해 총 171명으로 구성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등 당·정·군 고위 인사가 대거 포함됐지만, 최룡해 당 비서는 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월 24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10월 3일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을 경축하는 군민청년대합창 축하 공연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월 24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10월 3일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을 경축하는 군민청년대합창 축하 공연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최룡해,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 중

10월 31일자 <노동신문>에 “(내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는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 계승의 확고 부동성을 힘있게 과시하는 역사적인 대회합”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글이 실린 이후 공개된 최룡해 당 비서의 행적은 없다. 따라서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일주일 사이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최룡해 당 비서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완공된 백두산발전소는 완공 이전에 토사가 무너져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최룡해는 또 김정은 제1위원장과 청년 중시 정책을 놓고 의견 차를 보였으며, 이 역시 징계의 원인이 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최 비서가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이 확실시된다.”며 “11월 초부터 함경도 소재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 비서는 과거 혁명화 교육을 받았던 북한의 다른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협동농장에서 매일 농장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아비판서도 쓰고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나카자와 가쓰지(中澤克二) 편집위원은 이날 기명 기사에서 북·중관계 소식통을 인용, “최룡해가 일부에서 보도된 지방이 아닌 평양에 체류 중이며, 이는 언젠가 재기할 수 있는 처분”이라고 밝혔다. 나카자와 위원은 “최룡해에 대한 처분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 행사에 맞춰 중국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최룡해가 어떤 이유로 혁명화를 겪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복권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정원은 최룡해가 지난 2013년 숙청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는 죄질이 다른 만큼 복권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최근 북한 권력핵심부의 움직임이 이같은 추정을 낳고 있다.

우선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은의 ‘금고지기’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이 공개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0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 기술로 개발한 지하전동차의 시운전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 부장이 김 제1위원장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면서 최측근으로 활동하다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는 올해 3월 초 이후로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8개월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사실을 전하면서 한광상 부장이 숙청당했다고 밝혔지만 다시 권력 일선으로 복귀한 것이다.

사라진 한광상·마원춘·김기남, 권력 일선으로 복귀

당시 국정원이 함께 숙청됐다고 밝힌 마원춘도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월 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인 나선시를 또 다시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마원춘 설계국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마원춘은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의 공사 책임자였으나, 지난해 11월 ‘순안공항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돼 일가족과 함께 양강도 지역 농장원으로 좌천됐다고 알려졌다. 이후 그는 11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또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는 김기남 당 비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반미교육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신축 현장을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김기남 비서는 1960년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책임주필, 1990년대 선전선동부장과 선전담당 비서로 활동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에 공헌한 실세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천박물관 시찰도 수행했지만 지난 4월 8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3개월 반 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주요 행사에 불참한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지난 4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회의에서 핵심 당 비서임에도 주석단 맨 앞줄이 아닌 방청석 세 번째 줄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하지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북한 김정은 정권은 고위 관료들이 업무상 과오를 범하면 즉각적으로 일정 기간 업무 중단이나 좌천 등의 혁명화를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간부들의 기강을 다잡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민심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은 고위관료에 대한 엄한 대응에 환호한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조치인 셈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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