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2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아프리카 곳곳 북한 기념비미술 흔적 찾기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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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38

아프리카 곳곳 북한 기념비미술 흔적 찾기

프로젝트 ‘Mansudae Master Class’는 최원준 작가가 북한의 건축과 미술의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다니며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지 아프리카인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들이 경험한 북한에 대해 인터뷰하고, 현재 북한의 기념비미술이 아프리카 사회, 문화에 끼친 영향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영상, 사진, 설치물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1972년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은 비동맹국가연맹을 결성하며 유엔에 대거 가입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아프리카의 표를 얻기 위한 남북한의 치열한 외교전이 시작됐다. 북한은 아프리카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막대한 원조를 시작하게 되는데 탄자니아 잔디바르의 축구경기장, 마다가스카르의 대통령궁, 가봉 프랑스빌의 봉고 대통령 동상 등 아프리카 약 13개국에 기념비와 정부 공공건축물 등을 건설해주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같은 시기 한국은 가봉의 봉고 대통령과 세네갈의 생고르 대통령을 서울로 초대하여 성대한 만찬을 연다. 또한 가봉 르브리빌에 유신백화점을 건설하여, 아프리카에 북한이 건설하고 있는 건축물보다 높고 현대적인 백화점을 건설하여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원준의 영상 작품은 북한이 과거 1970~1980년대 외교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아프리카에 건설한 다양한 건축물과 기념비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북한이 아프리카에 건설하고 있는 건축물까지 기록한다. 최원준은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미술품을 탐방하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북한 미술품을 어떻게 바라볼까?’ ‘왜 북한에게 돈을 주고 제작을 의뢰하였을까?’ 등의 질문들을 현지에서 직접 묻는다.

 만수대창작사, 2009, 세네갈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탑> 만수대창작사, 2009, 세네갈

최원준, 북한 인식지도 틀 아프리카로 확장해 흥미

세네갈에 제작된 <아프리카 르레상스>라는 기념탑은 북한이 200명을 직접 파견해서 수도 다카르에 50m 높이로 제작된 초대형 작품이다. 이 기념탑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은 물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브라질 예수상>보다 규모가 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어 있다. 이 작품을 같이 작업한 건설회사 아테파 그룹의 회장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형 청동주조술을 높이 평가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일성 동상 제작을 통해 익히 발달된 대형청동주조술을 이제는 해외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겐 통일신라시대부터 중국보다 앞섰던 청동주조술의 역사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프리카 지역들의 지식인들은 정부가 커다란 미술프로젝트를 북한에 줌으로써 자국 미술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적으로 박탈당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최원준을 따라 짐바브웨로 넘어가면 북한 미술품을 둘러싼 좀 더 복잡한 아프리카의 역사와 만나게 된다. 짐바브웨는 로버트 무가베가 이끌었던 ‘ZANU-PF(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동맹)’와 조슈아 은코모가 이끄는 ‘ZAPU(애국전선)’의 힘으로 영국으로부터 정식 독립한다. 이 때 무가베는 총리로 취임하였으나 이후 대통령이 되어 지금까지 권력을 누리고 있으며 은코모는 사망한다.

최원준은 은코모의 동상을 북한이 제작해 준 것을 알고 이 동상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 과정에서 은코모의 동상이 개막식 당일 철거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짐바브웨 사람들은 서로 정파가 달랐던 2명의 지도자 간의 권력 역학 관계로 은코모의 지지 세력 약 2만여 명이 학살되었다고 증언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죽어갈 때 관련된 부대의 교관이 북한인이었다고 믿는 은코모 지지자들이 그의 동상이 북한 사람들에 의해 제작되자 개막식날 철거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북한은 독재자를 비호하는 나라로 읽히고 있었다.

최원준의 영상은 마지막으로 에디오피아를 방문한다. 그리고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두 개의 남북한 기념비인 북한의 <공산주의혁명승리탑>과 한국의 <한국전쟁기념비>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분단의 증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두개의 기념비가 공존하는 통일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최원준의 이번 작품은 우리가 북한하면 떠올리는 인식지도의 틀을 아프리카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가 있는 현재까지 걸어온 길을 더듬어보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그 길은 이미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최원준 작품을 통해 새삼 인식하게 된다. 통일을 대비하고자 할 때 문화적 상상력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박계리 /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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