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2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여기도 비정상, 저기도 비정상?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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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67

여기도 비정상, 저기도 비정상?

남한과 북한을 다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은 양쪽 모두 비정상이 호통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점은 있다. 북한은 자유가 없는 곳이어서 그에 맞는 비정상이 더 많고, 남한은 자유가 많은 만큼 비정상이 다양하다. 또 북한에 없거나 적은 것이 남쪽에는 많고, 남한에 없거나 적은 것이 북한에는 많다.

최근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었다. 헌법재판으로 해산될 정도의 정당이 이제껏 버젓이 존재한 것은 당연히 비정상이다. 그럼에도 해산에 불복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정체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그 결과로 해산 판결을 받았으면 숨죽이고 죽은 척이라도 해야 정상이다.

북한에서 적화통일 야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서울 한복판에서는 ‘종북 콘서트’가 공공연히 열리는 정도다. ‘종북 콘서트’가 비난받는 것이 정상일텐데 들은 척도 안하고 여봐란 듯이 전국을 돌아다니다 결국 고등학생이 나섰다. 정상이 맥을 추지 못하니 이번에는 또 다른 비정상이 콘서트 장소에 불세례를 안긴 것이다. 맞불을 놓아 불을 끈 격이다.

“이 추악한 미국 놈의 앞잡이야!”

한번은 법정에 선 간첩혐의자 가족에게 모욕을 당했다. 북한의 대남적화 노선에 대해 증언했을 뿐인데 “이 추악한 미국 놈의 앞잡이야! 꼭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게다!” 하며 내게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해댔다. 그 순간 이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까맣게 잊고 황겁히 나왔다. 몇 걸음 나와서야 ‘아차, 내가 왜 이렇게 당했지? 여긴 북한이 아닌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그건 약과였다. 나보다 앞서 1심 재판에서 증언했다는 다른 탈북자는 판결이 선고되자 방청석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 합창이 터지더라고 했다. 방송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선 왜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북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방청객을 앉혀놓고 간첩을 재판하는 일이 없다. 일반 범죄 재판에는 방청객이 참가한다. 그러나 판결의 공정성을 왈가왈부 할 수 없다. 판결에 불복하면 정권에 대한 반항이 되며, 그러면 일반 범인이 정치범으로 되어버린다. 아니면 감옥 내부에서 비밀리에 처형된다.

일반 범인의 경우 판결이 억울해도 징역 몇 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 그런데 괜히 판결에 반항하여 정치범이 될 필요가 없다. 변호사도 유명무실이다. 변호사는 판검사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권력형 비정상의 횡포다.

심증만 있어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열흘이건 한 달이건 고문을 가해 일단 진술을 받아낸 다음 그날 체포한 것으로 체포영장에 날짜를 손 글씨로 기재하는 곳이 북한이다. 아마 남한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민란’이 터질 것이다.

북한은 권력부터 비정상이다.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뽑은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남한은 민주선거를 하기 때문에 선거 때만이라도 유권자를 두려워 한다. 지역구 주민에게 점수를 따려고 한다. 물론 표를 바라고 거짓말도 하지만 속으론 죄스러운 마음이 늘 있을 것이다.

북한 권력층은 그럴 필요가 없다. 거짓말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거짓말은 김정은이 혼자 하면 된다. 권력층은 그 거짓말을 아래에 그대로 되받아 외우기만 하면 된다. 북한 체제는 비정상이 호통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상적인 것을 내리밟는 체제다. 이런 측면에서 남한과 비교가 안 된다.

비정상이 호통치는 현상은 일상생활에도 있다. 북한에선 남의 집을 털다가 주인에게 발각되면 오히려 “그래, 어쩔래?” 하고 호통칠 정도다. 국가재산을 도둑질해도 들키지 않으면 똑똑한 사람이고, 발견되면 바보다. 대신 개인재산에 손대는 사람만 나쁜 사람이 된다. 국가재산에 손대며 살아가는 사람이 개인재산을 훔친 사람을 “천하에 몹쓸 도둑놈!”이라고 소리 지른다. 남한은 이런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

탈북자가 보는 남한의 비정상은?

남한 사회 일상에서 보게 되는 ‘비정상’ 가운데는 변태적인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성매매 여성이 옷을 벗고 거리 한복판을 달리며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시위하고, 동성애자들이 트럭 위에서 그 무슨 권리를 떠들며 망측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술주정뱅이가 경찰서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고, 죄를 지은 사람이 묵비권을 악용한다. 불법시위대는 경찰을 구타한다. 여성인권 운운하며 페미니스트가 남성의 군복무를 조롱한다. 이런 비정상을 꼽자면 너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을 바로 잡기 어려운 것이다. 워낙 비정상의 목소리가 크다보니 양처럼 순한 정상이 주눅이 들 수밖에 더 있나.

통일이 되면 북한 때문에 생겨날 사회적 골칫거리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남쪽으로 인해 북한 사람들이 겪을 골칫거리도 있을 것이다. 그 땐 해야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했으면 좋겠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은 당장 어쩔 수 없겠지만 남쪽만이라도 성숙된 사회로 완성된다면 통일 후 북한 사람들이 모방하고 싶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도명학 / 망명북한작가펜(PEN)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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