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0

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김정일 사후 3년 … 민심잡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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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김정일 사후 3년 … 민심잡기 ‘올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 탈상을 마친 북한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10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개최한 북한은 18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여는가 하면 22일에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정치국은 당 중앙위에서도 권력 서열이 높은 간부들로 구성된 핵심 기구이며 중앙군사위는 당의 군사노선과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회의체다. 북한이 불과 10여 일 동안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당 회의를 3차례나 개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 탈상’을 마친 북한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한 내부 정비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당 중앙위·중앙군사위, 공동구호 310여 개 발표

노동당이 최근 개최한 정치국과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김정일 사후 3년의 ‘총화’가 비중 있게 다뤄진 점도 한 시대를 매듭짓는 인상을 준다. 이들 회의에서는 김정은 시대 북한이 앞으로 추구할 국가적 목표도 뚜렷이 제시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 ‘결론’에서 주민생활 향상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중의 유훈”이라며 의식주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 과제로 내세웠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유훈 중의 유훈”이라며 “인민들의 식량 문제, 먹는 문제, 입는 문제와 관련해 주신 유훈부터 먼저 집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을 하나 조직해도 인민의 요구와 이익에 저촉되는 요소나 공간이 없는가 하는 것을 잘 따져보고 인민들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지 않게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범한 지 3년 밖에 안 된 김정은 체제가 민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도 세도, 관료주의와 함께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악습으로 꼽아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간부 기강 잡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가 “뜻 깊은 올해를 조국 역사에 특기할 위대한 승리의 해,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빛내이자.”고 호소하며 공동구호 310여 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당 창건이나 김일성 주석 생일 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주요 정치적 기념일을 앞두고 노동당 명의로 구호를 발표해 전 주민에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각 분야의 과제를 적시한 공동구호는 100여 개 이상이 경제 발전 및 주민 생활수준 개선에 집중된 것이어서 북한이 광복 및 창당 70주년을 맞아 이에 전념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김정은 정권이 최근 주요 당 회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구체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정치국 회의 결정서는 현대전에 맞는 ‘첨단무장장비’ 개발을 독려했으며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전략의 효율적 실행을 목표로 한 군사기구 개편을 논의했다.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김 제1위원장은 “앞으로 미제와 반드시 치르게 될 전쟁수행 방식과 그에 따르는 작전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하고 “적들이 강요하는 그 어떤 전쟁 방식에도 다 대응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특히 싸움준비를 완성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인민군대의 기구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향과 방도도 제시했다. 북한은 그러나 기구체계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병진노선에 대해 핵을 보유해 재래식 무장에 소요되는 국방비를 줄이고 남은 재원을 경제발전에 투입한다는 것으로, 각종 매체에서 병진노선은 핵무장보다는 경제발전에 중점을 둔 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작년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국방비 예산 비중을 전년(16%)과 비슷한 수준인 15.9%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병종 다양화를 통해 군의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5월 공군사령부를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부로 명칭을 바꾸고 각별한 관심을 쏟았으며 작년 초에는 전략로켓군사령부를 ‘전략군’으로 바꾸고 육군·해군·공군 등과 동격인 군종사령부로 승격했다.

북한은 또 군사작전 차질을 유발하고 주요 국가기간 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사이버전 인력 6천여 명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급 부대를 줄이고 여단급 부대를 늘려 기동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기구 개편 전망

국방부가 올해 1월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 따르면 작년 북한 사단은 81개로 7개 감소하고 기동여단은 74개로 2개 늘어났다. 북한 공식 매체는 최근 열린 당 회의 안건에 ‘조직 문제’도 포함됐다고 밝혀 당과 군의 인사도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국가적 과제를 제시함과 아울러 이를 실행할 지도부의 진용도 정비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우리의 국방부 장관격인 북한 인민무력부장에서 물러난 이후 종적을 감췄던 장정남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맨 앞줄에 앉아 건재를 확인했다. 그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때도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작년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직에서도 해임돼 내리막길을 걸었던 장정남이 이번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과 같은 군부 핵심 인물들과 같은 줄에 앉은 점으로 미뤄 지방 군단장보다는 높은 위상을 갖는 자리로 승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예년처럼 오는 4월 우리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 경우 국방위원회와 내각을 포함한 국가기구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주요 행사에 불참해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교체를 포함해 주요 국가기구의 물갈이가 이뤄질 경우 김정은 정권의 면모가 일신될 수도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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