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2월 1일

집중분석 | 사우디-이란 갈등, 중동 질서 재편한다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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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사우디이란 갈등, 중동 질서 재편한다

지난 1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걸프만 연안 도시 카티프 출신 시아파 인사 4명이 처형됐다. 다음날 이란 주재 사우디 공관이 불탔다. 사우디 정부는 즉각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바레인, 수단, 지부티 등 다른 아랍 국가들도 이란과 국교를 끊었다.

그리고 1월 16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대부분 해제됐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복귀하게 됐다. 시아파 종주국이자 중동 내 최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이란이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동의 패권을 구가하던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국가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의 복귀는 중동의 정치경제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란은 그동안 세 가지 제재 하에 있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재, 2006년부터 4차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 그리고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 한국, 일본, 호주 등 서방 각국의 이란 정부에 대한 독자적 제재다. 이어 2012년부터는 석유금수조치까지 더해졌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란과 같은 경제제재를 받지 않았다. 37년간의 제재 하에 이란의 경제와 국력은 쇠락했었다.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시위대가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아파 지도자가 포함된 테러혐의자 47명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집단 처형한 데 이란의 시아파가 반발한 것이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시위대가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아파 지도자가 포함된 테러혐의자 47명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집단 처형한 데 이란의 시아파가 반발한 것이다. ⓒ연합뉴스

자원부국·군사강국 이란, 중동 패권국가 부상할 것

그런데 이란이 이제 제재를 벗어나고 있다. 사우디 등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이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이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그리고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구리, 철광석, 아연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수자원도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풍부하고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인구도 8천만명 이상으로 거대한 시장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세 번째 군사대국이다. 정규군 40만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12만과 더불어 100만 이상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방-이란 간 핵협상에 어깃장을 놓았던 두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다. 이란의 패권국 부상은 양국의 안보와 주도권에 결정타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공습을 여러 차례 엄포해왔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핵협상 타결 소식이 나오자마자 러시아로부터 무기 수입 협상에 들어갔다.

사우디가 동부 지역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한 것도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동부 지역은 사우디의 아킬레스건이다.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 시아파는 동부에 밀집해 살고 있다. 사우디의 유전지역이다. 또 바닷물을 담수화해 수도 리야드에 공급하는 지역이다. 사우디 경제와 삶의 생명줄이 있는 곳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곳에서의 반정부 준동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집단처형을 감행한 이유다.

이란의 복귀에 대한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의 견제와 우려는 이미 전초전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 양측 간의 충돌이 제한적이지만 이미 시작된 것이다. 예멘에서는 수도를 점령한 시아파 후티 반군을 이란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우디는 지난해 3월부터 예멘 정부를 도와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하루에 2억 달러의 전비를 퍼붓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재정적으로 돕고 있다. 시아파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이란의 도움을 받아 병력을 시리아에 파견했다. 반면 사우디는 세속주의 시리아 반군에 가장 많은 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비국가 행위자이지만 이슬람국가(IS)의 등장도 수니-시아파 갈등의 산물이다. 수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이라크에 등장한 시아파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반군테러세력이다. 권력과 기득권에서 철저히 배제된 수니파들이 시리아의 반정부 수니파와 결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IS의 대표적인 구호는 ‘사파비 시아파를 죽이자’다.

중동정세 따른 경제적 변수 대비해야

경제제재를 벗어난 이란이 복귀하면서 이제 중동정세는 복마전 양상을 보일 것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권이 교체된 여러 나라가 내전에 휩싸여 있다. 권력의 공백을 틈타 테러세력이 중동 지역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시아파와의 갈등을 이용해 왔던 수니파 테러조직 IS의 활동이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테러 위협은 중동의 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경제적 변수도 커졌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1조 달러 시장이라고 예상되는 이란과의 교역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전자제품 등의 수출길이 더 넓어졌다. 원유와 가스도 더 자유롭게 들여올 수 있다.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이란이 막대한 자금을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것이다. 우리의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현재 우리의 최대 건설플랜트 시장인 사우디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유가의 급등락도 예상된다. 이란이 증산을 하게 되면 유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배럴 당 2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만약 이란-사우디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것이다. 또 사우디 동부 시아파가 이번 처형에 반발해 유전 및 송유관을 폭파할 수도 있다. 이 경우 100달러 이상 폭등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외교 및 경제 진출 전략도 새로운 중동의 정치질서와 유가 급등락에 맞춰 더 섬세하게 재조정 되어야 한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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