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2월 1일

통통 인터뷰 | 따뜻한 나눔의 손길, 한반도를 녹입니다!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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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박일수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팀장

따뜻한 나눔의 손길, 한반도를 녹입니다!

굽이굽이 좁고 경사진 골목길. 차디찬 건조함이 공기를 휘젓는 이곳에 따뜻함이 배달됐다. 작고 새까만 연탄. 길게 늘어선 사람들 사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이것에는 전하는 이들의 마음이 함께 옮겨진다. 차곡차곡 창고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곳간이 찬 기분이다. 비로소 월동준비가 끝난 것 같다.

1970~80년대만 해도 제법 익숙하던 이 풍경은 이제 보기 드물어졌다. 연탄은 한때 대중연료였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 속에 있거나 어려운 이웃을 상징하는 것이 됐다. 그래도 “아직 연탄을 쓰나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들에겐 과거의 향수가 아닌, 지금의 생존과 직결된다.ITV_201602_51

천하의 명산 금강산, 연탄이 지켰다?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은 2004년 남과 북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조직됐다. 현재 27개 지부에서 기업, 학생, 동호회 등 6백여 개 단체가 봉사를 실시한다. 그 현장에는 박일수 팀장이 있다. “아직도 전국 20만 세대가 연탄을 통해 난방을 합니다. 해마다 1만여 세대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죠. 그들의 겨울을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합니다.” 초기 30%의 봉사자만이라도 모집하자는 목표는 이룬 지 오래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은 줄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늘고 있다. 나눔의 현장은 99% 봉사자들로 채워진다. 오히려 일정을 예약해야 할 정도다.

지금은 잠시 숨고르기 중이지만, 2010년까지는 북에도 사랑이 전달됐다. 200여 차례에 걸쳐 전달된 양만 1천만 장 가량 된다. 15cm 연탄을 늘어놓았을 때 한반도를 횡단할 수 있는 양이다. 그동안 연탄은 개성, 고성 지역에 지원됐다. 연탄의 특성상 다른 물품처럼 배를 이용해 전달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 육로만 이용하여 운반된 특이사업이 됐다.

북으로 떠나던 그 어느 날에도 트럭에는 연탄이 한가득 실렸다. 25t 트럭 8대가 줄줄이 남북 CIQ를 지났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차창 밖 풍경은 어느새 시공간을 옮긴 듯 하다. 개울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깨진 창문을 막고 있는 종이 등 낯선 장면에 넋을 놓다보면 어느새 개성 봉동역에 도착하게 된다. 벌써 주민 80~90명이 코가 빨개지게 기다리고 있다. 오토바이, 수레, 트럭 등 운송수단도 총출동했다. 부지런히 앞치마를 두르고 행여나 깨질까 조심스레 연탄을 건넨다.

“지난번 연탄은 잘 쓰셨나요?” “어휴, 지난번 것은 가스가 많이 나와 혼났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한 장, 한 장 건네다 보면 어느새 가득 차있던 트럭 짐칸은 바닥을 보인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다.

차량 1대당 6,250장씩, 모두 8대에 5만장의 연탄이 각각의 마을로 전달됐다. 그런데 지난번 연탄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럴 리가? 깨질까봐 여분까지 넣었는데….’ 비밀은 트럭에 있었다. 차량의 종류에 따라 수백 장씩 적재량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마을마다 트럭이 1대씩 갔으니 공급받은 연탄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이 받은 마을에선 쉬쉬하고 적게 받은 마을에선 문제가 됐다. 박 팀장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항의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론 주민들에게 제대로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연탄이 금강산을 지켰대요. 무슨 말이지 아시겠어요?” 박일수 팀장은 새삼 뿌듯함 때문인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북한 주민들은 겨울이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다. 금강산이 명승지로 보존해야 함에도 당장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주민들은 종종 군인들 몰래 금강산을 찾는다. 그런데 연탄이 지원되면 이러한 현상이 덜하다는 것이다. 북한 담당자는 고마움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고 한다.

연탄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돼야 합니다

벌써 6년이 흘렀다. “다음이 우리가 받을 차례예요. 언제 오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북한 주민을 뒤로 한 채 시간은 무던히 흘렀다. 지금쯤 북한의 칼바람은 매섭게 활개치고 있을 것이다. “연탄은 지금의 북한에 구호물품에 가까워요. 사용 용도가 거의 취사·난방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활필수품으로 여겨야 하죠.” 그는 다시 북녘에 온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내륙 지역에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북한의 산은 다수가 황폐화됐다. 나무로 취사·난방을 하다 보니 도시의 아이들은 나무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걷고 일한다. 현재 북한 장마당의 인기상품은 단연 연탄이다. 일반인들은 기업소에서 빼낸 석탄으로 연탄을 제조해 유통하기도 한다. “우리가 식량지원은 쉽게 떠올리죠. 하지만 쌀을 받아도 밥을 하려면 불이 필요해요. 땔감이나 잔가지는 장마당에서 구매하기도 하는데 그 가격이 쌀값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또 난방이 되지 않아 얼음장 같은 방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하구요. 이런 걸 생각하면 적절한 연료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연탄이 북한의 궁극적 연료는 아니다. 하지만 나무, 석탄의 이용률이 높은 북한의 연료사정을 감안한다면 적정연료는 될 수 있다. 북한에 기름보일러, 도시가스 등이 대중화될 때까지 연탄은 중간단계에서 그 공백을 채워줄 것이다. 먼 훗날에는 북에서 들여온 석탄을 남쪽 공장에서 가공해 북한 주민들에게 되돌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2009년 11월 26일 연탄 5만장이 개성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연탄은 모두 25t 트럭 8대에 싣고 운반되었다.

2009년 11월 26일 연탄 5만장이 개성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연탄은 모두 25t 트럭 8대에 싣고 운반되었다.

봉사를 계기로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됐어요

연탄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새로운 계기를 제공했다. 몇 년 전 서울시 비닐하우스촌을 찾은 탈북여성봉사팀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남한에 와 생활하며 서로가 비슷한 처지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던 그들이었다. 스스로를 이 사회의 소외계층으로 여기던 찰나, 봉사현장에서 더 어려운 이웃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분들이 그러더라구요. 따뜻한 보일러가 돌아가는 집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었던 걸 미처 혜택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구요. 봉사를 계기로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현장에서 느끼게 되나봐요.”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은 단순히 연탄만 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연탄은 사람을 잇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나눔의 즐거움을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연탄봉사의 재신청 비율은 50%가 넘는다. “연탄만 보지 말고 주고받는 정을 바라보면 좋겠어요.” 주고받는 손길 속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바쁜 일상 가운데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따뜻하고 건강한 사람일 것이다. 그 마음을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연탄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자신을 태워 사람들에게 열을 제공하는 연탄처럼 상대방을 따뜻하게 만들고자 현장에 몰두하게 된다. 봉사자들은 어느새 연탄을 닮아가며, 나눔의 불을 지핀다. 박일수 팀장은 생생한 나눔의 증거를 북에도 전달할 수 있길 희망한다. 사랑을 나누면 한반도 온도가 한 단계 올라간다. 언젠가 그 열기가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선수현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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