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3월 1일

영화리뷰 |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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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내부자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CS_201603_58세계 어느 나라의 사회나 그 내부에는 소위 이너서클(inner circle)이라 불리는 핵심층이 존재한다. 여기에 선진사회와 후진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한 사회의 핵심계층으로 진입하는 장벽의 유무 혹은 정도에 따라 사회의 성숙도가 평가된다. 이와 관련 최근 우리 사회의 1세대 부자 비율과 미국 등의 1세대 부자 비율에 대한 조사통계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 ‘금수저비판 뒷받침하는 극적 완성도

한 사회의 이너서클 즉 ‘내부자’들은 그 사회의 권력, 금력, 정보 등 각종 자원을 독점한다. 최근 개봉되어 화제가 된 영화 <내부자들>은 바로 우리 사회 이너서클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보고서다. 요즘 유행하는 ‘갑을관계’나 ‘흙수저’ ‘금수저’라는 씁쓸한 신조어가 갖고 있는 사회행태 비판과도 연관이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갑’이나 ‘금수저’를 비판하는 주제의 영화는 많은 호응을 받는다. 물론 <내부자들>처럼 극적인 완성도가 잘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영화 <내부자들>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다. 그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그동안 대히트를 쳤다. 윤태호 원작의 영화 관객수는 벌써 총 1,250만명이 넘는다.

<내부자들> 외에도 <이끼>가 기록한 관객수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 여세를 몰아 얼마 전 포탈사이트 ‘네이트’에 연재되었던 웹툰 <파인>도 영화화 될 예정이다.

이미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웃사람> 등 웹툰이 스크린에서 호평받은 사례는 많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그야말로 ‘몽땅’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른바 윤태호식의 ‘리얼리티’가 스크린에서 잘 먹힌 탓이다. 현재 기획중인 <파인>은 웹툰 연재 시작부터 영화화가 이야기 될 만큼 극적완성도와 시각적 구도가 뛰어나다.

<내부자들> 역시 윤태호 특유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맛깔스러운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윤 작가 작품은 하나같이 공들인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웹툰 원작의 대사가 그대로 영화대사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필자는 원작자인 윤태호를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 윤태호의 천재성은 1997년 작품인 <연씨별곡>에서부터 나타났다. 이 작품은 성인코미디를 표방하면서 흥부와 놀부라는 고전물을 현재적으로 패러디한 만화다. 여기서는 흥부가 동네 삼류 건달로 나온다. 물론 놀부는 맘씨 착한 형이다. 고전을 패러디한 역발상이 돋보이는 만화였다. 당시 이 만화를 보며 몇 번을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특유의 구성진 욕설과 위트있는 대사는 장차 윤태호라는 신인작가가 크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윤태호의 강점은 역시 그 치밀한 구성과 함께 귀에 착착 감기는 대사에 있다. 영화 <내부자들>은 상영과 동시에 이강희(백윤식 분)의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끝에 단어 3개만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와 안상구(이병헌 분)의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대사가 히트를 쳤다. 물론 안상구의 대사는 이병헌의 즉흥적인 애드리브라고 전해지는데 그만큼 영화에는 주옥같은 대사가 넘쳐난다.

자연스럽지 못한 마무리는 옥에 티

<내부자들>은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니 동시다발적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바로 영화 속 안상구가 착용한 자켓이다. 커다란 용과 호랑이의 오바로크 문양이 새겨진, 다소 건달기 넘치는 의상인데 ‘스카잔’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일본 야쿠자나 폭력조직원들이 착용한 하위문화의 ‘건달’ 패션이었다. 하지만 최근 명품브랜드에서도 속속 ‘스카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스카잔’ 스타일은 1940년대 일본 요코스카 인근에 주둔해 있던 미군들이 기념품 삼아 일본식 자수를 점퍼에 새겨 넣으면서 시작됐다. 종류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미군부대 인근의 ‘부대찌개’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미군이 일본에 남긴 믹스문화의 일종이다.

원작 <내부자들>은 종결을 맺지 못한 상태에서 연재가 끝난 ‘미생’ 상태의 웹툰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윤태호 작가도 밝혔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헤치다 보니 막상 봉합하는 단계에서 자칫 ‘정치적’ 색채가 너무 도드라질 수 있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고, 이야기 구도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던 탓이다. 영화 속에서도 조국일보와 재벌, 정치인 등은 이야기 전개상 실존하는 ‘어디’임을 짐작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이 영화의 ‘옥에 티’라면 역시 원작자가 끌고 갔던 이야기의 흐름이 마감으로 넘어가는 이음새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윤식, 이병헌, 조승우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구도 때문에 박수를 받을 만큼 충분한 재미를 갖추고 있는 영화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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