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3월 1일

포커스 | 타이완 차이잉원 시대, 미·중경쟁 틈새공략 노린다 2016년 3월호

print

포커스 

타이완 차이잉원 시대, ·중경쟁 틈새공략 노린다

지난 1월 16일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독립성향이 짙은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되었다. 동시에 진행된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총 113석 중 68석을 석권해 35석에 그친 국민당을 크게 물리치고 의회마저 장악하는 완전 집권에 성공했다.

타이완 대선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지칭하는 양안 관계에 있어 약자인 타이완의 정체성, 대 중국 관계 설정 및 양안 경제협력의 수준과 범위 설정, 그리고 타이완의 외교 공간 확보를 비롯한 국제지위 문제와 안보문제가 항상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타이완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민족 통일과 지도자의 통치 능력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여기에는 미국도 연루되어 있다. 미국은 대 중국 수교를 위해 타이완과 단교하면서 ‘타이완 관계법’을 제정해 타이완의 안전 보장을 명문화했다. 표면적으로는 타이완에 대한 중국 입장을 지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타이완에 공간을 확보해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어느 일방에 의해 양안 관계의 현상이 바뀌는 것에 반대한다’는 기조 하에 대 타이완 무기판매 등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고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국가화를 견제하는 이중적인 외교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6일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그의 당선으로 중국, 미국을 둘러싼 향후 타이완의 외교 정책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6일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그의 당선으로 중국, 미국을 둘러싼 향후 타이완의 외교 정책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92 컨센서스양안 관계 기로에 놓인 차이잉원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이완 정치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이다. 기본적으로 양안 관계는 영토, 인구, 군사력, 자원 및 국제 영향력 등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비대칭적 불균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른 상대적 왜소화의 심화는 타이완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일관된 대 타이완 정책을 추진해 온 중국은 ‘92 컨센서스’, 즉 ‘중국은 하나이며 중국이 어떤 국가인지는 각자 표현한다’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一個中國的原則)’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 국가 두 체제라는 일국양제에 따른 평화통일 원칙, 그리고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불 배제 원칙을 계속 강조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92 컨센서스를 근거로 대화를 유지해 온 양안은 1999년 당시 타이완 리덩후이 총통의 ‘양안은 특수한 국가 대 국가 관계’라는 두 개의 국가론 제기와 대만 독립을 강조한 민진당 천수이볜 정권의 수립으로 대화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양안 관계의 경색이 타이완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최선의 길임을 역설하면서 2008년, 국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마잉주 총통의 친중 노선, 즉 중국과의 동반 성장 노선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양안 관계의 안정을 도모했다는 측면과 양안 교류의 규범화, 제도화 측면에서는 그 성과를 부인할 수 없음에도 경제문제에 대한 실정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차이잉원 정권으로 넘어갔다. 아직 5월 20일 취임까지 일정 시간이 남아있고 새로운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차이잉원은 대중 및 대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노선 변화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차이잉원의 타이완 독립 성향에 우려를 표하면서 92 컨센서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이잉원은 지난 20여 년의 양안교류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말로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상유지’를 내세우는 한편, 타이완의 ‘주권’과 존엄을 강조하는 차이잉원 시대의 개막은 분명히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차이잉원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과도한 협력이 궁극적으로 타이완의 주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에의 정치·경제적 예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데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다. 물론 양안 관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경제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중국 및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며, 도발하지 않을 것이며, 양안 관계에서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현상에 바탕을 둔 양안 관계의 유지를 천명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예속화, ·일로 돌파구 마련

이와 더불어 차이잉원이 타이완의 중국 예속화에 대한 돌파구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대미, 대일 관계 확대를 통한 외교적 공간의 확보다. 국민당 마잉주 정부가 중국을 통해 국제적 연계를 강화하는 경로를 선택했다면, 차이잉원은 미국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2015년 5월의 미국 방문, 10월에 있었던 일본 방문을 통해 자신은 친중노선이 아닌 친미노선, 친일노선으로 대만의 활동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던지고 있다. 더불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타이완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국가이익 추구를 돕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함께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경쟁이 심화되어 전략적 틈새가 생겼고, 차이잉원은 이 틈새 공략을 통해 대만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의 변수를 고려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안전핀으로 강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대만을 지지하면 대선 공약인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잉원뿐만 아니라 민진당의 전략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신경(red line)을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단 시일 내 독립 정책 추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미국도 이를 방관하거나 묵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당분간 점진적 대만 독자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국민당 정권보다 민진당 정권이 갈등의 소지가 많지만 섣불리 양안정책 조정보다는 일정한 관망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