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4월 1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돈이 곧 실력이고 충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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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0

돈이 곧 실력이고 충실성이다

조선소년단 창립 66돌을 맞은 2012년 6월 2일 경축행사에서 대표증을 수여받은 각지의 소년단 대표들 ⓒ연합

조선소년단 창립 66돌을 맞은 2012년 6월 2일 경축행사에서 대표증을 수여받은 각지의 소년단 대표들 ⓒ연합

노동당이 말하는 ‘당과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은 한마디로 순도 100%짜리 충실성이다. 굳이 해석해도 수령의 사상을 기초로 한 강한 정신력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전제로 한 순결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 충실성에 불순물이 끼면서 순도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다. 충실성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것도 노동당이고 그 충실성에 불순물을 끼워넣은 것도 노동당이다. 이 충실성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세계에도 역시 침범했다. 바로 표창제도이다.

북한의 표창제도는 큰 틀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 아이들의 표창관계는 얼핏 봐도 다양한 것 같다. 교육부나 학교에서 주는 표창 외에도 각이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주는 표창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인민위원회와 청년동맹, 학교가 주는 표창이 전부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 표창도 다 노동당에서 주는 걸로 잘못 알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표창은 위에서 언급한 기관에서 주는 것이지 노동당은 관여하지도 않는다. 물론 일부 당 간부들이 자기 친인척을 위해 구두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도 조직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노동당이 표창을 주는 것은 아니다.

표창의 종류를 보면 ‘김일성청년영예상’, ‘김일성소년영예상’, 중앙표창, 도, 시, 군 표창으로 나뉜다. 여기서 청년영예상과 소년영예상은 형식상 중앙인민위원회의 이름으로 되어있지만 선발과정에서는 중앙인민위원회와 청년동맹이 공동으로 한다. 최근에는 ‘김정일청년영예상’, ‘김정일소년영예상’도 제정되었다.

명색이 김일성, 김정일의 표창이니 선발과정도 대단히 요란하다. 이전보다 선발시험을 요란하게 치르는 걸로 봐선 격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말도 많다. 대상자들은 도, 시, 군별로 시험을 치른다. 학생평가기준의 척도가 지덕체이기 때문이다. 학과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본과목 즉 혁명활동, 혁명역사, 외국어, 수학, 물리, 화학 과목을 중심으로 시험을 치고, 100m달리기, 철봉, 높이뛰기, 멀리뛰기, 수류탄던지기, 군사 5종 등 체력검정도 실시한다. 도덕적인 면의 평가는 학교청년동맹과 담임의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그 외 표창은 학교에서 청년동맹지도원과 담임에게 전적으로 권한이 있다. 분기마다 청년동맹에서 표창 인원수를 배정받는데, 도 표창 몇 명, 시 표창 몇 명 이런 식으로 할당된다. 이 인원수를 확보하는 것도 전투다. 청년동맹지도원들이 상급 동맹과 연계를 잘해야 중앙표창 같은 것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정받은 인원수를 가지고 학교 청년동맹지도원들이 학교에 배정하다 보니 매 학급에 골고루 차례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지도원과 담임 간 감정싸움이고 뇌물전투다.

특히 영예상 같은 경우는 더하다. 한 학교에 몇 년에 한 번 차례가 돌아오기도 힘들다. 글머리에 불순물이 끼었다고 한 것이 바로 이 영예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앙표창을 위해 지도원과 담임에게 뇌물이 들어가고, 도 표창부터는 담임에게만 간단히 물건으로 사례한다. 그러나 영예상은 성격이 다르다. 영예상 수상자가 되는 즉시 앞길이 탄탄대로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상자부터 다르다. 영예상 시험을 치르는 것을 몇 번 봤는데 하나같이 쭉 빠진 모습이 벌써 간부집 자식들이라는 게 한 눈에 보인다. 실제 부모의 직업도 대개 검찰소장 아들, 보위부장 아들, 도당 부장, 과장 딸 이런 식이다. 누가 봐도 그들만의 세계이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아이들의 성적이 높다.

하지만 돈이 많으니 개별지도를 받아 성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다.

돈 많으면 덕을 쌓는다?

덕이야말로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이다. 그런데 이 덕이 제일 큰 구멍이다. 우리로 말하면 좋은 일 하기, 봉사활동인데 확인서 같은 것이 전혀 없다. 담임의 판단에 달렸다. 누구는 충실성이 높아 동상정성관리(청소), 초상화정성관리를 어떻게 했고 예의 바르고, 옷차림에 깨끗하고 이런 식이다. 영예상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 토끼가죽 몇 백장을 나라에 바쳤고 동상정성관리 도구 몇 천개를 바쳤고, 백두밀영고향집(김정일생가)에 무엇을, 얼마나 지원했고, 백두산청년영웅발전소에 무엇을 지원했고 이런 식이다. 애들에게 이걸 살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한 번은 도당 과장 아이가 영예상 시험을 치렀다. 그 학생은 백두산청년영웅발전소에 정전이 되면 쓸 수 있는 발전기 1대와 트랙터 1대를 바쳤다고 한다. 아이로서는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수준이다. 설사 부모라도 나라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중국산 발전기와 트랙터를 살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오히려 언론에 공개하고 검찰 수사를 붙여야 할 판인데 이게 충실성으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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