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5월 1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현행당정책’ 무슨 과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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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1

현행당정책무슨 과목이야?

전 세계 어디에도 북한 같은 유일독재국가는 없다. 사상과 이념의 목적도 수령에 대한 충성이고, 체제 존립도 수령의 결사옹위에 달렸으며, 사회생활과 윤리·도덕적 측면에서 전 인민이 수령을 따라 배워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나라이기 때문에 우상화, 신격화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탁아소 시절부터 시작된다. 코흘리개 유치원, 소학교 시절을 거쳐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교, 대학교 시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나가는 중년기, 장년기에 이르러서도 온통 수령의 일대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과목과 정치학습, 강연회, 혁명영화학습, 각종 정치선전행사에 시달리게 된다. 즉 일생을 수령과 함께 하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북한 노동당 구호에 함축되어 있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 체질화하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런 구호를 북한 인민들이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유치원 때부터 수령의 어린시절, 혁명활동, 혁명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치며 우상화, 신격화하는 정신적 기초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목 외에도 중학교에는 노동당의 정책을 가르치는 과목도 있다.

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맞은 지난 4월 15일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진행됐다. ⓒ연합

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맞은 지난 4월 15일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진행됐다. ⓒ연합

비정기적 정규 과목 지도자 연설, 논문, 당 정책 다뤄

중학교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김정은 혁명활동, 혁명역사 외에 ‘현행당정책’이라는 과목이 있다. 혁명활동이나 혁명역사 과목은 이들의 출생부터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면, 현행당정책 과목은 그때그때 발표되는 지도자의 연설이나 논문, 노동당의 새로운 정책에 대해 다룬다. 결과적으로 이 역시도 우상화 과목이다. 결국 모든 것이 이들의 비범한 예지와 현명한 영도의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현행당정책 과목은 고급중학교(고등학교) 2~3학년에서 다룬다. 특이점은 다른 과목과 달리 주당 시간수가 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정안에 과목으로는 편성되어 있지만, 시수가 없는 과목으로는 유일하다. 말 그대로 수령이나 당이 새로운 노선과 정책을 언제 발표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수업은 보통 2~4시간 진행된다. 이는 적지 않은 시간으로 발표된 시점에서 늦어도 한 달 안에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 과목을 합동수업으로 진행한다. 즉 2개 반이 한 교실에 모여 수업한다. 교재도 따로 없어 시기별로 교육성에서 자료를 만들어 보급한다.

담당 교사가 없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과목은 학교장과 부교장(교감)이 맡는다. 원래는 교장, 부교장이 이 과목을 담당하기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데 최근 교육성에서 교장, 부교장도 연간 몇 시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놓으며 담당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난리다. 평소 수업을 하지 않는 교장, 부교장이 수업을 하니 호기심이 가득하다. 학교 최고 간부가 직접 수업에 나서서인지 분위기도 좋다. 북한의 대다수 과목이 그렇듯 이 과목도 필기가 기본이지만, 학생들은 손목이 아프도록 쓰면서도 다른 과목처럼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런데 사업이 늘 바쁜 교장, 부교장이 수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대내외적 여건상 회의가 잦은 그들은 늘 바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려면 교수안을 써야 하는데 오랫 동안 수업을 안 하다 보니 교수안을 쓰기도, 수업을 하기도 힘들고 꾀가 난다. 자연히 이런저런 구실을 핑계로 교무지도원이나 학교 정치학습을 맡고 있는 교사에게 일이 떠넘겨진다.

곧 북한에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아마 6월쯤이면 당 대회와 관련된 자료가 내려와 각 학교는 현행당정책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국가의 운영 방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이를 교단에서 가르치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 든다. 과목으로까지 지정하며 아이들의 지적, 인성 교양에 당의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걸까. 그저 주민들을 당의 통제 속에 가둬두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아이들은 가장 큰 희생양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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