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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제20대 국회, 남북관계 새로운 물꼬 틀 사명 있어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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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대 국회, 남북관계 새로운 물꼬 틀 사명 있어

제20대 총선이 16년 만의 여소야대로 막을 내렸다. 이제 국회가 3당 체제로 판을 짠 만큼, 앞으로 행보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달라진다. 당리당략에 함몰되어 싸움만 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음은 물론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반면 한 발자국씩 양보하여 협치(協治)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그 어느 국회보다 생산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러한 정치판도의 변화는 통일 문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협치(協治)의 정신으로 통일 문제 해결해 나가야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경제, 기술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재래전으로 도저히 승산이 없는 북한으로는 비대칭 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것을 걸면서 남북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권 유지의 마지막 수단이자 사실상 지도부의 생명줄이 달리다시피 한 핵무기를 북한은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초긴장의 적대관계를 끌어갈 수도 없는 형편이 아닌가. 어떻게든 뒤얽힌 실타래를 풀어갈 계기를 잡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고 이번에 출범하는 제20대 국회에 이 과제를 수행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6자회담을 통한 긴장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옳기도 한 이상론이자 옳지 않은 현실론이기도 하다. 미·일·중·러라는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들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 국제정세의 이상적인 바람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될 것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를 보자. 한반도는 중국 견제와 일본 보호, 나아가 태평양의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는 데 미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되더라도 그것이 남한에 의한 것이지 북한의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할 때 친미 동맹국인 남한에 의해 통일이 된다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썩 반길 일만도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지리적이나 역사적으로 보아도 통일된 한국이 ‘정말 중요한 이웃’인 중국의 이해와 견제를 무시하고 언제까지나 미국의 맹방으로 남아있을지 스스로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현상이 유지되는 것이 한국을 확실한 맹방으로 붙잡아 두기에 유리하다고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남한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 등에서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일본인데, 통일이 되어 여기에 북한의 인력과 자원 그리고 핵무기까지 더해진다면 그들에게 이것은 가히 악몽에 가까운 정세 변화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우리의 통일에 큰 도움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친미 세력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가장 큰 적은 미국으로, 최근 들어 입으로는 ‘동반자’, ‘우호적 경쟁자’라고 하지만 미국과는 지금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창건되기 전 치열했던 국공내전은 따지고 보면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 싸움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당에 돈과 무기를 대준 미국과 이에 맞선 중국의 전쟁이었다. 중국 정부 수립 후 1년도 안 되어 터진 6·25전쟁도 처음 몇 달은 남북한 간의 전쟁이었으나 유엔군 참전과 중공군 개입 이후 휴전까지 3년 가까운 세월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었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은 천적이었고 이 적에게 ‘알아서’ 이빨을 드러내고 적대시하는 북한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국경 호위국가’였기에 무슨 짓을 해도 계속 지원을 해 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판국에 한반도에 친미 통일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러시아에 있어 한반도의 분단은 말 그대로 꽃놀이패다. 과거 소련 때에는 미국이 가장 큰 적이었으나 러시아의 영원한 이웃이자 경쟁자는 중국인만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미국의 입김이 커지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계속 밀고 당기는 세 싸움을 계속하는 게 유리하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 중국편, 또는 미국편에 서는 꽃놀이패를 남북통일로 잃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통일을 진정으로 바라는 외국은 있을 수 없고 현상을 유지하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바란다고 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지정학적 숙명만 탓해선 한반도 통일 요원해

그렇다면 외세에 의하여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이런 생각은 지나친 외세의존형 사고에 기운 탓이다. 통일은 결국 남의 도움이 아닌 우리 스스로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다. 통일은 아예 안 올 수도, 갑자기 올 수도, 아주 서서히 올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항상 하고 있지 않으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통일로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다. 6자회담에 우리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선다 해도 외국 네 나라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정권이 위태로운 북한이야말로 가장 통일을 원치 않는 세력인 만큼 제대로 호응할 리가 없다.

외교적으로 우리가 미·일·중·러를 움직일 수 있는 길은 한반도의 통일이 결코 그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신뢰와 확신을 심어주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내 밥상에 오르는 떡의 개수가 줄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굳이 통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도 이러한 실리외교를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이해를 충족시켰고 결국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냉엄한 국제현실 속에서 지정학적 숙명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운명을 극복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제20대 국회는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터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지니고 출범해야 할 것이다.

이원복 / 덕성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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