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6월 1일 0

북에서 온 내친구 |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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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16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부모님

 

흔히 현대를 ‘스승이 없는 시대’라는 말을 한다. 나도 ‘스승’이라는 말보다는 ‘직장인’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의식을 바꿔 준 선생님들을 소개하고 싶다. 북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거처할 숙소가 우선이다. 내가 나가는 학교에서는 기숙사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기숙사의 엄마와 아빠는 놀랍게도 ‘학교 선생님’들이다. 대부분 결혼을 안 한 처녀, 총각 선생님들이 ‘기숙맘’의 역할을 한다. 한창 데이트도 하고 자기를 위해 학원도 다니고 운동도 해야 할 젊은 선생님들이 탈북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 본 선생님들은 그 일을 결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탈북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아빠’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가보면 모든 것이 보였다.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낮에는 아이들과 눈 마주치며 공부를 가르치고 저녁이 되면 기숙사 엄마 아빠가 되어 아이들을 보살피는 선생님들.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의아했다. 나 같으면 진작 피곤에 절어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을 텐데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늘 사랑이 가득했다. 위선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적도 있다. 절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했다.

선생님~” 눈물 바다가 된 스승의 날 행사

마침 스승의 날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강당으로 가 보았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학교 강당에 모인 60여 명의 학생들이 한 분 한 분 선생님을 모셔 오더니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그리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선생님들을 바라보며.나도 아이들을 따라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웬일인가.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노래를 부르던 한 아이가 느닷없이 꺼억, 꺼억, 소리 내어 우는 게 아닌가. 그러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우는 장면까지도 미리 각본에 짜기라도 한 듯. 심지어는 “선생님~” 목청껏 부른 뒤, 담임 선생님 품에 안겨 엉엉 우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들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이들은 각자 준비한 대로 선생님들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어떤 아이는 직접 접은 종이학을 주기도 하고, 꽃다발을 주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선생님께 감사하는 아이들의 진심이 묻어나는 행사였다. 나는 그 때 알았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쏟는 것이 바로 저 아이들의 눈물과 진정이 담긴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실 탈북 학교는 선생님들의 헌신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이 되기 힘들다. 그 중에서도 교장 선생님의 첫 삽이 없었다면 지금의 하늘꿈학교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노래와 선물을 받으며 연신 눈물을 훔치느라 토끼눈이 된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가까이서 보아왔지만 늘 한결 같았다. 오직 신앙으로 힘든 이 일을 13년간이나 해 온 것이다. 더군다나 연약한 몸으로 집안의 어르신들을 모셔가면서 말이다. 정말 곁에서 보면 쓰러질까 불안할 지경임에도 버티고 견디는 걸 보면 대단하다.

교장 선생님은 브로커에게 줄 돈이 없다고 울며 하소연하는 아이에게 돈을 만들어 주고, 아픈 아이를 위해 병원에 입원시켜 주는 등 당신의 자식보다 탈북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희생했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에게 하소연 할 때가 많다.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곤혹스럽지만 내색을 할 수 없다. 그들의 절박한 사정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개중에는 돈을 빌린 후 바로 다음날로 학교를 그만 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교장 선생님은 허탈감이 앞섰다.

“괜히 돈을 빌려 줘서 아이들을 더욱 나쁜 길로 인도한 것은 아닌가 자책감이 들어서 괴로웠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씀하시는 교장 선생님을 향해 내가 말했다. “어떻게 번번이 선생님 주머니를 털어 아이들 사정을 들어 주세요? 다른 방법을 찾아 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사슴 같이 순전한 눈망울로 말했다. “오죽하면 나한테 도움을 청하겠어요. 저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외면할 수가 없어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가 담긴 일이니 모른 척 할 수 없지요. 사실은 아이들이 돈을 갚을 수 없어 학교를 영영 떠나 방황할까 그게 더 걱정입니다.”

아이들 변화 모습에서 다시 힘이 납니다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랬다. 늘 어지럽다는 말을 수시로 하면서도 연신 아이들에게 먹일 것, 입힐 것,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 선생님들 복지 문제 등등을 고민하는 교장 선생님.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어 보였다. “건강도 그렇고 힘든 일이 많으신 것 같은데 그 모든 걸 어떻게 감당하세요?” 나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물었다. “저도 가끔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시작도 내가 한 것이 아니듯 학교를 이끌어 가는 것 또한 내 힘으로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나님이 지금까지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되어 주셨으니까요. 그 믿음 갖고 무작정 달려가고 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면 다시 힘이 납니다.”

하늘꿈학교는 연약한 듯 싶지만 내면이 강한 교장 선생님이 선장이기에 그 어떤 파도와 폭풍이 몰아쳐도 끄떡없이 항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탈북 학교에 가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곤 속으로 ‘선생님들이야말로 진정 스승님이십니다.’라고 외친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일반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어요. 탈북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도우미가 있다던데, 어떤 제도인가요?

A. 북에서 온 친구들이 일반학교에 입학해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소통이라고 해요. 지금껏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낮아 작은 일로도 서로 오해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탈북학생들의 학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가 운영되고 있어요.

전담코디네이터는 북한에서 교원(교사) 경력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탈북학생이 힘들어하는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상담을 전담하고, 국어와 수학 등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개별지도하고 있어요. 더불어 일반 학생들이 북에서 온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전담코디네이터는 배치를 희망하는 학교 중에서 탈북학생 15명 이상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전담코디네이터와 관련해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남북하나재단’에 문의하면 됩니다.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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