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6월 1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보고싶어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책? 2016년 6월호

print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2

보고 싶어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책?

 

북한의 대규모 도사관 격인 평양 인민대학습장의 모습. 지난해 11월 20일 근로자들이 교육활동 벌이고 있다고 이 보도했다. ⓒ연합

북한의 대규모 도서관 격인 평양 인민대학습장의 모습. 지난해 11월 20일 근로자들이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남이든 북이든 사실 교내 도서관 혹은 독서실 사용빈도는 그리 높지 않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남한에서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다니느라, 북한에서는 학급별 집체학습과 시도 때도 없이 강요되는 과외 노동으로 사용하는 날보다 비어있는 날이 많을 것 같다. 솔직히 도서관을 처음 봤을 때 ‘낭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공간이 남아돌아간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도서관 그 자체가 곧 교육의 한 과정일 수 있다. 이용 빈도가 높든 낮든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 있는 학생들의 미래는 그렇지 못한 학생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을 수 있는 교육 환경에서 다양한 책을 접한 아이들의 미래는 분명 다를 것이다.

반면 이러한 생각에서 북한의 도서관을 떠올리니 언감생심 같다. 물론 북한에도 모든 학교들이 도서관을 갖추게 되어 있다. 교육성의 지침인 ‘학교관리규범’을 보면 도서관이란 단어가 엄연히 있다. 하지만 일반 학교들에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이 없고, 1중학교, 외국어학원, 예술학원 등 특수 학교에만 도서관이 존재한다. 참고로 대학교에는 도서관이 거의 있다.

특수 학교에만 한정된 도서관, 그마저도 무용지물

특수 학교의 도서관도 200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도서관 이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시간적 여유도 없다. 경제난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신간을 많이 인쇄하지 못하고, 설사 새 도서가 공급되더라도 판매용은 거의 없다. 국가적으로 책에 대한 절대적 양이 부족하다 보니 구매는 생각도 못하고 책을 빌려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서조차 겸직을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안 된다.

어느 날 내가 있던 학교에도 도서관이 개관했다. 교사로서도 우리 학교에 이런 책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전공 도서부터 관련 논문집, 다양한 참고서들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점은 1호 도서, 즉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관련한 책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00년대 초 당의 지시에 의해 기관, 기업소, 학교 등 북한 대다수의 기관에 꾸려졌다. 1호 도서실이라는 방을 깨끗이 마련하고 이 책들은 신주 모시듯 보관됐다.

이러한 책들은 교사들도 빌리기 어렵다. 행여나 책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좀처럼 빌려주지 않는다. 1호 도서가 훼손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사서와 당 비서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그 자리에서 필요한 자료를 발췌하도록 한다. 여기에 2007년부터는 ‘도 선물관’도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1호 도서만을 관리하는 도 단위의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도서관과 더불어 독서실은 생각할 처지도 못 된다. 독서실을 꾸릴 공간이 마땅찮고, 거기에 북한의 특성상 조직생활을 강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독서실에서 책을 읽을 자유를 주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조직적, 집단적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학급에 독서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하루는 그 학생이 오후 과외학습 시간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며 필요한 책이 있으니 가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허락은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의 빈자리가 자꾸 눈에 아른거리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교사인 나조차 어려서부터 조직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아이의 빈자리가 눈에 밟힌 것이다. 결국 훗날 그 아이가 또 다시 도서관에 가겠다고 했을 때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책을 좋아하던 그 아이에게 미안함이 든다.

요즘에는 장마당이 도서실을 대신하고 있다. 장마당에 가면 책을 파는 장사꾼들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돈을 내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증금을 지불하고 며칠간 대여도 가능하다. 꼬마들이 만화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참고서를 빌리는 학생이나 필요한 책을 그 자리에서 베끼는 성인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내에 도서관, 독서실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규정에 따르면 각 도, 시, 군, 구역마다 도서관이 하나씩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용자 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운영이 되는 곳은 도 도서관 정도이다. 거기에 퇴비전투, 군중시위, 농촌동원 등의 구실로 문을 열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겨울에는 난방이 해결되지 않아 대출만 가능하다. 혹시나 도서관을 이용하려는 아이들은 각자 장작을 준비해와 난방을 직접 해결하고 도서관을 이용하고는 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