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6월 1일

Uni- Movie | “진미야 행복하니?”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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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태양 아래>

진미야, 행복하니?”

 

UE_201606_65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각종 외신들이 쏟아낸 북한 당국의 폐쇄성과 관련한 비난 기사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약 130명의 외신기자들을 초청하여 대대적인 해외선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이 전하는 이야기 초점은 ‘공포와 좌절감’에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 당국의 철저한 보도통제 때문이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정해놓은 장소에서만 촬영이 허용되었고 당 대회장에도 30여 명의 기자만 출입이 허용되었다. 외신기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영화 <트루먼 쇼>에 비유하면서 비아냥거렸다. 전반적으로 ‘멸균된 현실’만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태양 아래>는 외신기자들의 평가와 동일한 문제의식 선상에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다큐영화 본연의 ‘사실전달’과 ‘현장고발’에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 북한 당국의 분노를 사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런 면에서 영화 <인터뷰>(2014)와 유사하다. 영화 <태양 아래>는 러시아인 만스키 감독의 ‘배신’을 뒤늦게 알게 된 북한 당국의 반발로 러시아에서는 개봉하지 못했지만 제21회 빌뉴스 영화제 발틱 게이즈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 기록영화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태양 아래>는 ‘배신’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스키 감독은 그동안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온 그야말로 ‘믿을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1년간 방북을 허락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스키 감독이 ‘배신’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북한 당국의 현실왜곡… 감독, 배신을 결심하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사회를 조명하기 위한 주연 배우로 소녀를 물색했고 북한 당국이 뽑은 5명의 후보 가운데 8살 소녀 진미를 캐스팅했다. 진미의 실제 아버지는 기자였고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 당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가족에서 조부모가 사라졌고 진미의 집은 평양의 최고급 아파트로, 진미 아버지는 공장 설계원으로 바뀌었다. 만스키 감독은 계속되는 북한 안내원들의 요구사항을 들으면서 영화의 포커스를 바꿔 볼 필요성을 느꼈단다. 즉, 북한 당국이 현실을 왜곡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만스키 감독은 원본 테이프를 감추었고 촬영시작 전후에 몰래 카메라를 켜두는 식으로 생생한 ‘멸균과정’을 담았다.

북한을 방문 취재한 다큐영화는 데니얼 고든 감독의 <천리마 축구단>(2001), <어떤 나라>(2004), <푸른 눈의 평양시민>(2007)이 유명하다. 그러나 데니얼 고든 감독의 작품은 북한 당국이 전달한 자료를 편집해서 옮겨놓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품이 ‘멸균처리’된 상태다. 즉 다큐 특유의 리얼리티와 현장고발이 거세당한 영상들이다. 북한 현실을 고발한 다큐영화들로는 <BBC>에서 제작한 <악의 축, 북한을 가다>(2004),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2006)과 <굿바이 평양>(2009) 등이 볼만하다.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으로 국내에 알려졌는데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후속작 <굿바이 평양>을 제작하면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방북금지 조치를 당했다.

영화 <태양 아래>에서는 북한이 감추고픈 속살이 드러난다. 만스키 감독은 자막을 통해 현재 영상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촬영현장에서 진행된 북한 안내원의 조정작업을 낱낱이 드러냈다. 영상 뒤에 감추어진 ‘멸균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감상 포인트

영화는 한 어린 여아의 성장기 사진 슬라이드로 시작한다. 바로 주인공인 진미의 유아기 사진이다. 영화는 한 소녀가 소년단에 입단하기까지의 과정을 ‘인간극장’ 식의 밀착취재로 보여줬다. 북한에서 소년단은 만 7세부터 13세의 어린이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게 되는 단체로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이 소년단을 통해 생애 첫 조직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태양’은 바로 김일성을 상징하며 감독은 김일성 체제하에 살아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역설을 동반한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부를 드러낸 북한 당국이 진미와 진미 가족에게 괘씸죄를 묻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만스키 감독 역시 국내 인터뷰에서 진미와 그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는 말을 남겼다. 현실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끝내 눈물을 보이는 진미의 모습과 정치문구로 도배된 소년단 가입선서를 천진스런 얼굴로 암송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생각해 볼 문제

• 감독은 소련의 스탈린이 사망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인들의 뇌리에는 스탈린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 김일성의 잔향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이것이 통일 과정에 어떠한 문제점을 발생시킬까?

• 향후 북한과의 교육통합 과정에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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