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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강소국 통일외교에 나서자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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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소국 통일외교에 나서자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5월 6~9일 평양에서 열렸다. 1980년 10월에 개최된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만으로, 한 세대가 넘는 시간차를 두고 열리는 북한의 정치 이벤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외 언론은 애초 북한이 당 대회 개최 시점으로 예고한 5월에 접어들자 각종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초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연쇄적으로 도발해 오는 가운데 사상 최강의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 일부에선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대북정책과 통일환경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 시점

그러나 결과는 무참했다. 북한은 김정은을 ‘인민’의 이름으로 노동당 위원장직에 추대했지만 명실상부 권력의 끝에 올라 선 30대의 젊은 지도자는 자신의 이번 대관식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완전하게 못박았고, 핵무력과 경제 건설을 함께 쥐고 가겠다는 전략적 노선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핵무기 고도화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면서 전 세계의 비핵화를 이야기했고, 과거 혈맹과 우방이 모두 돌아서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계획 없이 허울뿐인 ‘국가발전 5개년 전략’을 내세웠다. 외빈 없이 초라한 그들만의 공중누각에서 어불성설의 말잔치를 벌인 셈이다.

‘혹시나’는 ‘역시나’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어디로 폭주할지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을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환경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자주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북한의 핵은 지금 당면한 우리의 문제다. 핵무기의 위험성을 부연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쏜다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남한의 전 지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국가의 기본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무기 하나로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상실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핵보유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낸 1993년 이후 23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그 어떤 유의미한 결과도 얻어내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북핵의 일상화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북한은 이를 활용해 핵기술에 전념하며 핵무기 고도화를 실현해 나아간 것은 이미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명확한 사실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국민과 앞으로 이 땅에서 평생의 꿈을 펼치며 살아갈 후손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를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비참한 운명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의 핵개발이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며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함이라는 순진한 인식 뒤에 숨어서 주변 강대국들이 빚어내는 운명을 수용해야만 하는 서글픈 처지를 자위하는 태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음으로 약소국의 한계를 벗어나 강소국으로서 통일외교의 주도권을 쥐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주변국의 첨예한 이해가 충돌하는 각축장이었고 불과 66년 전에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강대국이 벌인 싸움 속에서 동족끼리 상잔했던 뼈아픈 기억의 무대이기도 하다.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한국은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 무대에서 여전히 작은 규모의 소국이다. 그러나 약한 소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강한 소국이 될 것인지의 여부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

냉철한 정세 판단에 기초한 기민한 통일외교 전략 필요

지정학적 숙명에 체념하여 스스로의 역량에 한계를 지을 때 우리는 약소국으로 전락한 채 늘 주변 환경에 휘둘려 왔다. 이제는 한국이 강소국으로서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유일한 해법은 냉철한 정세 판단과 함께 주변 강국의 첨예한 이해를 조율하며 추진해 나가는 기민한 통일외교 전략일 것이다.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거치며 21세기를 맞은 이 시대의 국제적 패러다임은 권력의 민주화와 보편적 인권의 실현, 그리고 선린우호에 기반한 평화적 대외관계에 있다.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통성을 지닌 정부와 정치·경제·사회적 인권을 중시하는 정책의 기조, 그리고 평화적 노선으로 상호발전하는 외교의 길을 모색해 온 한국이 통일된 한반도에서 가장 믿음직한 이웃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변국에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한국이 걸어가야 할 강소국 통일외교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핵보유국의 위상을 위해 폭주하는 북한은 분명 우리의 통일 비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 이환위리(以患爲利), 즉 위기와 환난 속에서도 이로움을 찾아낸다는 말이 있듯 북핵 국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긴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신영균 / 통일한국포럼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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