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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한반도 냉전 인식 전환, ‘아시아 패러독스’ 보는 키워드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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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한반도 냉전 인식 전환, 아시아 패러독스보는 키워드

 저자는 사회학자다. 이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한국전쟁의 사회학’이 아닌 정치철학과 국제법의 방대한 독서와 프로페셔널한 자료 해독으로 가득 메워져 있는 이 책은 학문의 근대적 분과체제의 의미와 필요성에 새삼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당연히 저자 특유의 통찰력과 놀라운 지적 역량이 기본이겠지만 분과체제가 가둬놓을 수 있는 텍스트와 사유의 범위로부터 일정 정도 자유로웠기에 이러한 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러한 방대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구는 한국전쟁기 포로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미시적인 연구의 궤적을 따라갈 수도 있을 포로 문제 연구에서 필자는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을 구성해 갔다. 그리고 그 물음이 도달한 지점은 바로 ‘20세기 자유주의 평화기획’이 맞닥뜨린 모순과 그 모순에 무능력 했던 자유주의 평화 기획의 한계였다. 그리고 한국전쟁과 판문점 체제의 형성은 그러한 자유주의 평화기획의 모순이라는, 지구사적 맥락이 정점을 찍은 사건이었다. 저자가 줄곧 강조하는 바는 바로 한국전쟁의 전개와 결과가 내포하는 지구사적 보편성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정치철학과 국제법, 역사학과 고전사회학을 넘나드는 학제적 독해와 종합을 시도함으로써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한국전쟁의 전개와 결과가 내포한 난제는 ‘아시아적 패러독스’로 표현되었다. 즉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규모와 밀도로 협력과 교환을 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걸맞은 지역 차원의 협력과 공동 논의 및 결정 기구 없이 마치 유럽의 19세기 민족국가들처럼 서로 경쟁하고, 전쟁과 군사적 충돌의 위협을 감수하고 있는 모순적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못하는 60여 년의 세월이 바로 이 ‘아시아 패러독스’를 단적으로 예증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한반도 냉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저자는 기존의 ‘냉전 인식론’은 현실주의에 경도되거나, 미·소 양 대국 간의 힘의 대결로 사태를 단순하게 환원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보다 복합적인 맥락을 인식하고 더욱 세밀하게 역사를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한다.

책의 이론적 파트라 할 수 있는 1부에서는 19~20세기 자유주의 평화기획을 ‘칸트적인 보편 기획’과 ‘홉스적인 차별 기획’으로 나누면서 그것이 지닌 지구사적 의미를 해설한다. 본격적인 역사적 서술로 들어가는 2부에서는 칸트적 보편 기획과 홉스적 차별 기획이 교차하거나 때로는 모순적으로 접합되면서 전개되는, 정전체제 논의 과정의 혼란스러운 맥락들을 매우 정교하고도 세련되게 정리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계와 모순으로 가득 찬 칸트적 보편 기획도, 힘의 균형에 근거한 홉스적 차별 기획도 아닌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를 제시한다.

물론 분석의 영역과 대안의 영역은 질적으로 상이한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 연대로서 평화를 가능케 할 새로운 ‘정치적 기획’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논쟁의 영역일 것이다. 다만 이 야심찬 기획을 통해 판문점 체제가 베스트팔렌 체제, 베르사유 체제 등과 같은 학문적 시민권, 즉 지구사적 의미를 지닌 보편적 체제의 하나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임에도 충분히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다.

한재헌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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