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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담배의 품격?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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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65

담배의 품격?

금연 열풍으로 인해서인지 요즘 대한민국의 흡연 실태를 얼핏 살펴보면 돈 있고 사회적 역량이 있는 사람일수록 거의 금연을 한 것 같다. 하기야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이 금연을 안 하면 퇴사까지 시킨다고 하니 감히 어찌 금연을 도외시 할까.

대체로 보면 서민층에서 아직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물어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름 이유는 있다. 넥타이를 매고 일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옥상이 아니면 음침한 뒷골목으로 멀리 가든가 아니면 공식적으로 만든 흡연실뿐이다. 거리나 공원 식당 어디든 할 것 없이 금연구역이니 말이다. 또한 담배연기만 보여도 불쾌한 눈길이 가차 없이 따른다. 담배 한 대 피우는 것이 그처럼 피곤할 수 없고 어쩌면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느낌이다.

필자 역시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피운다. 나름 이유는 있다. 나 역시 서민이니까. 어제도 반지하 살림집을 빌려 쓰는 사무실 뒷마당에서 북한을 탈출해 갓 입국한 최 씨와 마주서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웠다. 물론 담배는 나만 피웠다. 마주 선 사람은 북한에서 아예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살아야 딱 좋겠어요

그가 말했다. “대표님은 북한에서 살아야 딱 좋겠어요.” 무슨 소리냐고 하자 “담배 피우는 모습이 딱 북한 간부 같아서요.”라고 한다. 그는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북한에서도 최근 금연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담배값을 인상하고 시장에서 파는 잎담배도 금연에 방해된다며 전례 없이 단속하고 금연과 관련한 강연도 많이 한다는데 단속을 피해 뒷골목에서 몰래 파는 잎담배 값도 매일 다르다시피 그 값이 폭등한다고 한다. 다만 시장에서 비싼 값이긴 하지만 국산·중국산·일본산·영국산 필터담배들이 단속 없이 버젓이 팔린다고 했다.

아직까지 도시나 마을 길바닥까지 금연구역 선정은 없지만 담배 연기만 나면 눈살을 찌푸려 어쩔 수 없이 담뱃불을 끄면서도 유독 아주 자랑스럽게 피우는 담배가 있는데 그게 바로 필터가 달린 담배다. 북한에선 이를 여과담배라 부른다. 한 갑에 쌀 2~3kg 값과 맞먹으니 하루 세 끼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도저히 사 피울 엄두를 못 낸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늘 옆구리에 잎담배 쌈지를 넣고 다니며 신문지에 입초를 말아 피웠는데 잎담배마저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니 방법은 오로지 끊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부들과 돈 깨나 주무르는 외화벌이 임원들, 국경을 넘나드는 밀수꾼들의 행태는 다르다고 했다. 그깟 담배값이 아무리 올라야 그들에겐 껌값일 뿐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한다. 실은 그것 말고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최 씨는 말했다. 필터담배를 척 꼬나물고 사무실이나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나 한 대씩 권하면 그처럼 반갑고 돋보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비싼 만큼 여과담배를 남에게 권하면서까지 맘껏 피운다는 그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며 감히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주 볼 수 없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란다.

최 씨는 어떤 담배를 피우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이 정해진다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이 2014년 말에 외국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애국심이 없다며 간부들에게 국산을 권한 것과 관련해 북한 간부들은 대체로 ‘아침’이나 ‘고향’ 같은 국산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고급 담배에 속하는 이런 담배의 가격은 북한에 들어온 ‘로스만’이나 중국산 ‘장백삼’ 담배보다 비싸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는 담배로는 ‘라진’, ‘솔섬’, ‘대동강’, ‘성천강’, ‘쌍바위’, ‘미래’, ‘호랑이’, ‘천평’, ‘꿀벌’, ‘평양’, ‘백두산’, ‘고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 평양의 내고향담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국산 담배에도 급이 있다. ‘꿀벌’이나 ‘천평’ 같은 것은 고급 담배에 속하며 값도 일반 담배의 두 배 이상이다. ‘고향’ 담배값은 보통 외국산 담배보다 비싼 수준이어서 평양을 비롯한 지방에서 ‘고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사는 사람’, ‘있는 사람’이라 불린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중국에서 수입된 깡통담배나 잎담배를 말아 피운다면 그건 차라리 안 피우는 것만 못하게 비웃음을 산다고 한다. 서민용이라는 깡통담배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누린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넘어오는 이 담배는 중국산 입초로 맛이 향기로운 반면 매우 독해 북한 주민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적당한 크기의 깡통 안에 입초와 담배말이 종이까지 들어있는데 한 통의 가격은 70위안이며, 일반 담배 10갑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맛도 꿀과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 향기롭다고 하지만 값이 비싸 서민들을 울린다고 전했다.

금연보다 시급한 것이 있을텐데

이러한 상황인데 결국 북한에서는 정부가 추진한 금연정책에 서민들만 참가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에 있어 금연은 그 사회의 경제발전 수준과 달라진 주민 의식수준에 따라 실천적 계기가 주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취약한 삶 속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건강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실질적 자각을 가지고 금연에 나서라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적 걱정이 없는 간부들이나 부를 자랑하는 계층 역시 마찬가지다.

가난기가 철철 흐르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돈 좀 쓰는 사람이라 해도 그 의식수준은 발전되고 의식주 걱정이 전혀 없는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과 엄연히 다르다. 담배를 통해 부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피우고 싶어도 돈 때문에 끊어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 그러한 사회를 이끌고 있는 북한 정부는 현재 금연보다 먼저 시급하게 내놓아야 할 정책이 무엇인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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