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통통 인터뷰 | “2030 북한 청년,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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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30 북한 청년,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Q. 최근 북한의 시장화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른바 장마당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마당세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용어 정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 미디어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마당세대’라는 용어는 북한 최악의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사회주의적 시스템에서 벗어나 장마당에서 시장경제를 경험한 이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청년기에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죠. 출생년도로 하면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 출생한 북한의 청년을 ‘세대’라는 범주로 정의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사회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대’의 정의를 따르면 특정 연령집단이 ‘세대’가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어떤 사회적 경험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지금 북한의 청년은 청소년기에 장마당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기성세대보다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거든요. 오히려 장마당의 등장과 ‘고난의 행군’ 같은 사회적 격변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연령 집단은 이미 기성세대로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이들이 바로 장마당을 확장시킨 장본인들이고, ‘돈주’와 같은 유사자본가 세력으로 성장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를 기점으로 40~50대에 이르는 이들이 장마당으로 특징되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맥락 때문에 ‘장마당세대’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약간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장마당세대’로 일컫는 현재 청년보다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장마당의 주도세력으로서 세대적 정체성과 집단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제 생각에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장마당세대’라는 용어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한국 사회의 욕망이 투영된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즉 청년은 생애주기적인 특성으로 인해 반항적인 특성이 있고, 이들이 북한의 비사회주의적 공간인 장마당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면 분명 북한의 기성세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장마당세대’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북한 청년을 호명하면서 적극적으로 주목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전 ‘장마당세대’라는 용어를 보다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래서 ‘사이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인가요?

A. 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 ‘장마당세대’라는 용어를 조심스럽게 쓰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새로 개념화 한 것이 바로 ‘사이세대’인데요. 장마당의 주도 세력이면서, 장마당이 세대의식의 기준이 되는 집단은 지금의 청년보다는 기성세대일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지금의 북한 청년적 특징이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거든요. 북한 청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분명 기성세대와는 다른 경험세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둘의 차이를 조금 더 명확하게 개념화하기 위해서 ‘사이(in-between)세대’라는 이름을 한번 붙여본 것이에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북한의 청년은 국가와 시장, 외부문물과 내부교육, 집단과 개인 사이에 표류하면서 아직은 정확한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들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잡아갈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 사회구조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할 요인이고요.

Q. 지금 북한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경험 등을 통해 봤을 때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요?

A. 지금 북한의 청년들은 배급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났어요. 쉽게 말하면 부모의 등에 업혀 장마당에서 유아기, 아동기 등을 보낸 것이죠. 때문에 이들에게는 배급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기성세대와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겠죠. 기성세대 특징 중 하나는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거든요. 하지만 북한의 청년은 그 시대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이 전무해요.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장마당에 기대서 살았고, 국가는 규율권력으로 두렵기만 한 존재죠. 그렇다고 이들이 국가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반항적인 성향을 보이지는 않아요. 아직 이들의 사회적 위치나 자본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요. 때문에 저는 이들이 다중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를 부정하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비사회주의적 공간에서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죠. ‘국가’와 ‘시장’이라는 반대적 특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기성세대와 구별된다고 생각돼요.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를 경험한 북한의 청년들은 외부 문물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어 있죠. 이들에게 유행이나 패션 등은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자신의 몸을 가꾸는 것, 그리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성형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미용도 서슴지 않는 것 같고요. 그만큼 기성세대와는 구별되는 문화적 취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역시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의 취향이나 추종하는 유행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개인의 욕망이나 취향보다는 주변의 분위기나 또래집단에 귀속감을 느끼기 위한 실천으로 보여요. 그만큼 집단의식에 기반을 둔 문화적 실천이라는 것이죠. 저는 북한 청년들의 특성이나 정체성을 단정짓는 것보다는 그 맥락과 뉘앙스를 보다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보편적인 청년의 특성까지 감안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죠. 어느 사회건 청년이 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일정한 수준이 있어야 했습니다. 적어도 기근이나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경제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그들만의 의식이나 행동체계를 구축하기 힘들거든요. 이것은 북한 사회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너무 쉽게 기대하거나, 반대로 북한 사회를 전혀 변하지 않는 특수한 무엇으로 단순화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믿어요.

Q. 북한 청년들이 자란 배경을 고려할 때 이들이 경험한 현실과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육 사이에 괴리감 측면에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 이른바 ‘새 세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북한 정권은 항상 청년에 관심을 기울여왔어요. 청년을 체제수호적 집단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 안정뿐만 아니라 체제 유지에도 절대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이죠. 북한 체제는 청년의 변화에 맞춰 교육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왔어요. 최근 학제 개편이나 교과서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변화하는 청년의 의식을 감안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물론 장마당에서 자란 이들이 아무리 교육개혁을 이루었다고 해도 여전히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교육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한국 청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교육에서 강조하는 ‘윤리’, ‘도덕’, ‘평등’ 등의 가치가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 사회의 청년들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사회변혁 세력으로 정치화되기보다는 ‘흙수저’, ‘금수저’ 등을 운운하면서 비관적으로 미래를 볼 뿐 어떤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물론 그 이유는 한국 청년이 세력화할 수 있는 자원이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북한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요. 북한의 청년들이 현실과 교육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들이 사회변혁 세력이나 정치 세력으로 발전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어요.

Q. 지금 20~30대의 젊은 북한의 청년세대들이 앞으로 북한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세요?

A. 어느 사회든 청년이 바로 미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들이 어떤 사고와 행동체계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사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겠죠. 지금 한국 사회가 북한 청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북한 사회의 미래를 이들을 통해서 가늠해보려고 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북한의 청년들은 유동하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북한 사회는 지금 시장과 사회주의 체제 사이에서 일종의 격변기를 겪고 있거든요. 이들은 북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고 또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긍정적 사회변화의 추동세력이 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 없이 북한 청년이 아래로부터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만약 북한 체제가 시장을 보다 활성화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규율의 방식을 완화한다면 아무래도 새로운 문물에 더 적극적인 북한 청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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