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기획 | 풀뿌리 자본주의 바람, 북한 시장을 휘감다 2016년 7월호

print

기획 |  붉은 자본가 돈주, 북한 시장을 흔들다

풀뿌리 자본주의 바람, 북한 시장을 휘감다

북한에 풀뿌리 자본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에서는 장마당이라 불리는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합법적인 공식 종합시장은 2015년 10월 기준 406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0년 확인된 200여 개에서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도 새로운 시장이 들어선 것으로 보아 북한 당국의 시장 관련 방관적 태도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R_201607_29

최근 탈북자 중 77% “장사 경험 있다

정보 당국은 장마당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의 수를 하루 100만~18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 전체 주민 약 2,500만명의 4~7%가 매일 장마당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 장마당 이용객은 이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14년 북한을 떠난 탈북자 146명을 대상으로 2015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전체의 76.7%가 ‘시장에서 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의류 구매 횟수를 묻는 질문에 52%가 ‘계절마다 1~2벌’, 36%가 ‘1년에 1~2벌’이라고 답했고 구매 장소로는 90%가 ‘시장’이라고 응답해 상당수 북한 주민이 생필품 구입을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장마당 이용은 이미 북한 주민들의 삶에서 보편적인 현상이 됐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북한의 내수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소비 주도층은 약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양강도 혜산시장의 경우 시장 이외의 지역과 노점까지 합하면 4천개가 넘는 매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시장화의 진전으로 종합시장 매대뿐만 아니라 주택의 방 한 칸을 개조해 장사하는 집매대, 노점상으로 통하는 막매대, 밤에만 장사하는 포장마차 등도 성업 중이다. 종합시장이나 주요 거리를 중심으로는 막매대 장사가 성황 중인데, 최근 평양 지하철역에도 역사 안까지 기념품을 파는 매대가 등장했다. 또한 개인 투자의 활성화로 햄버거와 피자, 손세차, 정육, 자전거 판매, 애완견 돌보는 사업까지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시장 상인에서 신흥 부유층으로 성장한 이른바 ‘돈주’들이다. 이들은 유통시장, 부동산, 금융, 임대, 고용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과 돈주들의 형성 및 발전은 사적 재산의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다양한 사금융 거래의 활성화로 나타나고 있고, 자영업자, 사기업 등도 생겨나고 있다. 형식적으로 국영 기업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경영되는 사기업들이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돈주’라고 하는 신흥 부유층은 사적 재산을 토대로 국유기업과 긴밀한 연계를 맺으며 북한의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국유기업과 돈주들과의 민관 파트너십은 자본주의의 그것을 그대로 닮았다. 지난 4년간 김정은 정권의 상징적인 개혁조치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사금융을 더욱 확장시켰고, 돈주들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성장하게 했다.

시장의 발달은 출신성분을 바탕으로 한 획득적 지위를 중요시하던 북한 사회를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개인의 사(私)경제 능력에 따른 새로운 계층 분화의 맹아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시장적응 능력과 소유한 사회적 자본, 즉 시장 활용능력을 비롯해 정보공유 능력, 당, 고위 간부 등 정치권력과의 네트워크 능력 등에 따라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휴대전화 활용한 정보확산 현상에 따른 시장화 가속

시장의 확산은 정보 유통의 변화도 가져왔다. 정보는 곧 돈이자, 자본이고,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가 확산되면서 정보 유통이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빈부격차 못지 않게 경제주체들 간의 정보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정보와 자본 증식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성공한 돈주들이 변화하는 정치, 경제,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은 바로 정보력에서 나오고 있고, 이런 정보력의 차이가 돈주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에는 지역별 시장정보, 환율변화 동향, 단속 정보, 시장수요의 변화, 인맥 관련 정보 등 매우 다양하다. 휴대전화 덕분에 돈주들은 이동성이 크게 향상되고 가격과 환율을 포함한 시장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통신 수단을 갖게 되었다.

시장 확대로 나타난 오늘날 북한의 가장 큰 숙제는 빈부차이일지도 모른다. 사실 북한에서 빈부격차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장 적응능력의 보유 여부가 잘사는 주민과 그렇지 않는 주민 간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시장화가 진전됨에 따라 돈주들을 중심으로 부의 집중 및 이에 따른 독과점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최하층의 월 평균 가구 소득이 1만원 미만인 반면 최상층의 월 평균 가구 소득은 55만원 이상으로 무려 55배나 차이가 난다. 외화를 사용할 능력이 있는 평양 지역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고, 농촌 지역이나 국경과 먼 지역일수록,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빈곤하다. 즉 시장의 발달, 자본과 상품의 유입이 많은 지역으로 경제적 부가 집중화되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라도 시장을 이용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만큼 시장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