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0

윗동네 리얼스토리 | 물고기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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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66

물고기가 사라진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7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이 중국에 어업 조업권을 판매해 올해 3천만 달러(약 35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보고했다는 보도를 들은 사람치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까지 열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 출범을 알린 북한이 행하는 시책이라서 그 놀라움은 한층 더 크게 비친다. 매국적 정신상태가 아니고서는 행할 수 없는 시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매국 결정의 배경에는 1인 독재체제의 북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역사가 있다.

북한의 동해인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의 일부 어장을 중국 부호에게 통째로 넘긴 일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김일성 생존 당시에 있었다. 중국 부호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장금천이다. 장금천은 장울화의 아들이다. 장울화는 1930년대 만주 지역에서 수십만 평의 경작지를 소유한 대지주였고 사업가였던 장만정의 아들이다. 장만정은 김일성의 아버지인 김형직이 무송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민족정신을 기린 백산학교 설립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 당시 김일성은 장울화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우정을 쌓고 항일운동도 함께 하게 된다.

선대의 우정에 통째로 날아간 오징어 어장

이후 김일성이 무송 일대에서 항일운동을 할 때 장울화는 당시 황소 600마리를 살 수 있는 3천원이란 거금까지 내놓으며 김일성을 도왔다. 그것뿐이 아니다. 항일을 하며 일제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장울화는 김일성의 거취를 알게 모르게 불게 될까 두려워 혀를 깨물고 자결까지 한다. 이는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자세히 나와 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장울화를 가리켜 혁명열사라고 부른다. 나라가 해방되고 집권하게 되자 김일성은 그 아들 장금천을 직접 평양에 불러 평양시민증까지 주었고 혁명열사의 후손이라며 극진히 우대해 주었다. 선대의 우정은 김정일 시대까지 이어졌다.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의 환대는 그 방법이 달랐다. 당시 장금천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선박회사를 경영하며 김정일에게 동해 ‘낙지(오징어)’ 어장의 어획권을 요구했고 김정일은 이를 흔쾌히 승인했다.

2007년부터 진행된 장금천 회사의 어선 출몰로 인해 함경북도 청진 어장은 중국 어장으로 변했고 북한 선박은 자리를 잃게 됐다. 이로 인한 청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지만 어디에 대고 하소연 할 곳은 없었다. 1인 독재의 북한 정치체제에서 주민들의 원성 같은 것이 통할 리 없었다.

김정일은 장금천 회사에 북한 동해바다, 즉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의 오징어 어획권을 완전 하사하며 그를 북·중 친선의 ‘무지개 다리’로 내세웠다. 청진수산에서 일하다 탈북한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에 와서 장금천 회사는 오징어뿐만이 아닌 사시사철 어획 작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고 이로 인해 청진 앞바다는 장금천 해역으로 변했다고 한다.

물론 청진수산사업소 선박도 같이 어울려 고기잡이를 하지만 워낙 설비가 낙후해 장금천 회사 선박들이 흘린 고기나 몇 마리 잡는 일명 ‘이삭줍기’를 한다고 한다. 어민 원성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최신 장비는 물론 어로탐지망까지 설치한 중국 선박들의 종횡무진한 포획에 의해 물고기가 싹쓸이 당하는 꼴을 보다 못해 주민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저주를 퍼붓는 데 이르렀다.

말 그대로 어장 약탈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진 앞바다에서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잡지 말아야 할 물고기의 기준이 사라졌다. 돈벌이를 위해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중국 어선의 마구잡이 포획에 의해 청진 앞바다는 해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불모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청진 앞바다, 불모의 바다로?

이제 김정은 시대에 와서 동해뿐이 아닌 서해 어장까지 몇 푼의 달러에 팔아버리는 실태가 됐다.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을사년에 나라를 일제에 팔아먹은 을사5적에 김정은 정권을 비유하며 야유를 퍼붓고 있다고 한다.

바다도 경작지처럼 가꾸어야 하는 국가소유의 신성한 영토다. 할아버지 대에 이루어진 우정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우정이고 친선을 논할 수 있는 상징일 뿐 국가의 영해까지 내주며 이른바 ‘신세 갚음’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이가 없어도 유분수다. 주민의 이익까지 침해하며 소위 우정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권한 아닌 권한은 나라 전체를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무리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북한의 동서해 실태는 소유권을 중국에 넘겨준 매국의 현장이라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아니 빼앗겼다고 말해야 더 정확할지 모른다. 박 씨의 말을 빌면 중국 어선, 또 중국에서 들여온 선진 선박으로 국영기업이 무너지고 더 많은 외화를 벌기 위한 마구잡이 포획에 의해 일반 주민들이 고기잡을 공간은 없다고 한다. 잡은 고기는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형편에서 북한 주민들은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도 물고기 한 마리 맛볼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통탄할 노릇이다. 나라의 자주권은 안중에도 없이 거듭되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보려 한 푼 외화에 목숨을 거는 북한 정권이 한심하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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