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美, 김정은 인권제재 대상에 북·미관계 최악의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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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김정은 인권제재 대상에 ·미관계 최악의 국면

미국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권제재 대상에 올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커지면서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 침해만을 이유로 미국이 제3국의 지도자를 직접 제재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의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나열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성명에서 “김정은 정권 하에서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사법외 처형, 강제노동, 고문을 비롯해 견딜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겪고 있다.”며 인권제재 이유를 밝혔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 수백만 주민 고난 겪고 있다

김 위원장 이외에 제재 대상에 오른 인사는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평가되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우리의 경찰청장과 국방부 장관격인 최부일 인민보안상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조연준·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주요 권력기관의 고위인사 15명이다. 기관은 국방위원회(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폐지, 현 국무위원회에 해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와 산하 교도국, 인민보안성과 산하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 8곳이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더불어 미국 내 자금동결 및 거래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오랫동안 중단된 상태여서 이번 조치가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정권 핵심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받을 심리적 압박감과 외교적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사상 최고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상황 가운데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어차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 없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한 만큼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특히 올해 11월 선거에서 뽑힐 미국의 다음 대통령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도 북·미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미관계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기에다 김정은 위원장을 ‘인권 침해자’로 규정한 만큼 중국에 대해 섣불리 북한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성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국은 항상 미국의 인권 개입에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효력은 없어 보인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인권 문제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의 조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의 발표 당일인 7월 7일 외무성은 성명을 발표해 김 위원장을 제재대상에 올린 것을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우리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은 최고존엄을 건드린 이번 제재조치를 즉시,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 조(북)·미 사이의 모든 외교적 접촉 공간과 통로는 즉시 차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7월 10일 북·미 간의 공식 소통채널인 뉴욕채널을 완전 차단한다는 내용을 미국 정부에 통보했다. 뉴욕채널은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국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기 시작한 대화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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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적대 행위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

또 북한은 자국에 주재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외교사절을 초청해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희철 북한 외무성 아시아 및 오세안주 담당 총국장은 북한주재 아시아 국가 외교 대표들을 위한 정세통보 모임에서 “미국이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우리의 ‘인권문제’와 관련한 국무성(부) 보고서와 그에 따르는 재무성(부) 특별제재 대상 명단을 발표하면서 감히 우리 최고 수뇌부를 걸고든 것은 최악의 적대 행위”라며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선전포고로 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현재 억류 중인 미국인들에 대한 영사 접근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3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게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친 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한 달 후인 4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에게 10년 노동교화형을 각각 선고한 상태다. 미국은 그동안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미국인 인질을 접견해 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외국에 있는 미국 시민들의 안녕과 안전은 우리 국무부의 최우선 관심 사항”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 이행 약속을 준수해 지체없이 미국 시민들에 대한 영사 접견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7월 9일 오전 함경남도 신포 동남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이 SLBM은 신포급(배수량 2천t급) 잠수함에서 발사돼 물 밖으로 솟아올라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10여 km 고도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드 배치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인권제재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브레이크 없는 악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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