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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이미지와 오독(誤讀)을 넘어선 통일입문서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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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이미지와 오독(誤讀)을 넘어선 통일입문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북한을 접하는 방식은 바쁜 만큼이나 순간적이고 이미지적이다. 연일 미디어를 타고 들어오는 북한의 그것은 언제나 낯선 글씨체에 박힌 붉은 구호들을 배경으로 한 요란스럽고 과장된 풍경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겨냥한 저널리즘의 시선은 늘 미사일과 군대, 횃불 행진과 같은 전일적으로 군사화 된 이미지 아니면 특유의 전투적 말투로 수령을 찬양하는 이상한 인민들의 표정을 향한다.

여하튼 우리에게 북한은 그런 순간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리하여 가장 판에 박힌 박제(剝製)물로 다가온다. 「타인의 고통」에서 수전 손택이 말한 바대로 ‘충격적 이미지’와 ‘판에 박힌 이미지’는 같은 대상의 양면인 것이다. 이런 이미지의 차원에서 전 국민이 북한 전문가이지만 실상 그 이미지 저편의 북한 주민의 삶,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전통과 관습 및 심성 구조, 신음하는 체제 아래에서도 작동하는 각 분야의 실제는 교양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였을까. 북한 사회문화 연구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인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전영선 HK연구교수가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민 교과서”를 신조로 한 쉽고도 묵직한 책을 새롭게 개정·출간하였다. 장장 17장에 걸쳐 정치와 사상, 경제, 사회와 일상생활, 과학기술과 교육, 문화예술과 체육 등 북한 사회의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교과서 체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교과서적’인 딱딱함은 최대한 탈피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사회와 문화에 대한 종합정보’라는 기획 의도에 충실하지만 단순한 종합정보의 전달을 넘어 ‘방법으로서의 북한 이해’를 위한 또 한 번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출간 의의를 ‘북한에 대한 오독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요약한다. 이러한 토대를 제공하여 ‘대북정책, 통일정책에 필요한 다리를 놓는 연구자로서의 소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김정은 시대의 국가 과제로서 ‘사회주의 문명국’을 소개·분석하는 등 최근 북한의 변화된 세계 인식을 다루고 있으며 그간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의 교통체계 및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최근의 실태 또한 상세히 기술해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전공 분야이기도 한 북한의 민족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도 풍부한 설명을 달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북한의 누적된 사회주의 체제의 흔적들과 동시에 변화하는 현재를 드러내 주고 있음은 물론 깊게 뿌리내린 전통과 관습을 아우름으로써 북한이라는 사회를 보다 다면적인 차원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북한을 몇 가지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통일의 대상으로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보기를 권한다. 처음부터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바쁜 일상 속에 이따금 생각이 날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 관심이 가는 주제를 펼쳐 읽어보면 될 것이다.

 한재헌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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