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9월 1일

특집 | 보호주의 기조 따른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대비해야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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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미국 대선 카운트다운 … 이슈별 관전포인트

보호주의 기조 따른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대비해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를 표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를 표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이벤트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는지의 여부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등장으로 초기부터 매우 떠들썩했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이자 쇼맨십이 뛰어난 트럼프 후보가 경선 시기부터 파격적인 발언을 지속하면서 미국 국내뿐 아니라 주요 무역 상대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트럼프 후보는 경선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금까지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협정을 재검토하고 아직 발효 이전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재협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멕시코 등에 대해 각각 45%, 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통상 압력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점이다.

트럼프 더 이상 불이익 안 돼 기체결 FTA 재검토

트럼프 후보 주장의 핵심은 미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 감소 문제가 미국이 FTA를 제대로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미국이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이러한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표적으로 NAFTA 발효 이후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미FTA도 재검토 대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 이후 소위 ‘트럼프 관세(Trump Tariff)’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이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과 멕시코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은 최대 2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미국 내 많은 경제학자와 통상 전문가들은 국내 일자리 보호,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트럼프가 내세우는 중상주의적 정책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미국 소비자를 비롯해 노동자 및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월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양당의 정식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두 후보의 연설과 발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의 파격적인 발언과 관련해서는 정식 후보가 된 이후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뿐 아니라 무역 자체를 부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8월 11일 디트로이트 지역 선거 유세에서 “무역이 큰 혜택을 주었으며 고립주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Isolation is not an option).”라고 강조했다. 단,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킬 수 있는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며 이러한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협정은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TPP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 NAFTA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힐러리 일자리 감소와 임금 낮추는 무역협정은 중단할 것

한편 트럼프와는 달리 경선 당시 통상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클린턴 후보는 지난 8월 12일 미시간 주 연설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임금을 낮추는 무역협정은 중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TPP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하며 선거 이후 그리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무역협정과 관련하여 클린턴을 지속적으로 비난했던 점과 자동차 산업이 근간인 미시간 주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두 후보가 경합하고 있는 주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통상 기조가 향후 한·미 통상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를 예상해보고 이에 대비하는 작업은 중요할 것이다.

FTA가 미국의 일자리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에도 트럼프와 클린턴 후보 모두 미국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기존의 무역협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NAFTA 등 이미 발효 중인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재협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선 초기에는 심지어 협정의 종료(termination)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 때문에 국내에서도 한·미FTA의 종료 가능성이 회자된 바 있다. 실제로 FTA 규정에 따르면 어느 한 당사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의 종료를 희망한다고 통보함으로써 협정이 종료될 수 있다. 한·미FTA에서도 협정문 제24장 5조 2항이 이러한 협정의 종료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이미 발효 중인 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미FTA를 종료할 명확한 근거나 이유도 찾기 힘들다. 선거전에서는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감소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줄만한 논리적 근거도 빈약하며, 더구나 협정을 종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협정의 내용을 개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나, 마찬가지로 한·미FTA 개정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일자리 감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미FTA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미국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보호조치 요구가 거세지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정치인들이 기업의 목소리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로비 활동이 합법화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 시기에는 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를 받기 위한 수입규제 조치 제소가 선거 기간 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집중된다. 가장 대표적인 수입규제 조치는 반(反)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조치며, 이는 한시적인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올해 들어 실제로 미국 기업의 반덤핑 제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7월까지 총 4건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가 개시되었다.

미국의 대중국 및 대세계(중국 제외) 무역 수지 추이

미국의 대중국 및 대세계(중국 제외) 무역 수지 추이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집중 시기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최근 이러한 수입규제 조치가 증가하는 주요한 원인은 세계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철강 산업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이 고공 성장을 하는 시기에 전통적인 철강 수출국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도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및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철강 산업의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다. 결국 저렴한 중국산 철강 제품이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철강 업계의 수입규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철강 업계의 보호주의 조치 요구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며, 현재 미국의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부과 건수 중 철강 및 관련 제품에 대한 조치가 약 50%를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주요 철강 수출국 중 하나며 미국의 주요 수입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입규제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까지는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

수입규제 조치 이외에 미국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바로 환율조작과 관련된 제재다. 미국 의회는 외국의 불공정 환율 관행을 감시하고 이러한 현상이 노골화되었을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미국 재무부가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독일을 ‘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에 포함시키고 이들 국가의 경제 흐름과 환율 정책을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무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 요건 중 2개 요건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국가를 감시대상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미국의 기준으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고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소위 외환시장판 슈퍼 301조가 1980년대식 미국의 일방주의와 같이 작동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어 갈 경우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환율조작에 대한 의혹과 압박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압박 조치도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된 초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의 통상정책 기조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 뉴욕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두루 거치면서 본인의 신분에 따라 무역협정에 대한 입장을 달리해왔다. 정치인으로서는 한·미FTA와 미·콜롬비아FTA에 대해서 부정적인 발언을 했으나 이후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이 두 협정의 비준을 촉구하고 지지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취임 초기에는 기업들의 강한 요구에 따라 보호주의적 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클린턴 후보에 비해 무역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력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당 후보의 모든 공약과 정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나 필요시 선거전에서 정치적 논리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정부, 기업 및 유관기관의 전방위 로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후보의 성향과 상관없이 정권 교체 초기에 보호주의적인 통상 정책이 강화되는 경향을 감안하여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과 미국 내 한·미FTA 관련 비판에 대응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현정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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