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9월 1일

특집 | 힐러리와 트럼프 리더십과 핵심 브레인은?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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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미국 대선 카운트다운 … 이슈별 관전포인트

힐러리와 트럼프 리더십과 핵심 브레인은?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연합

 

미국 대통령 선거는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다.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4년 또는 8년 간 국제질서의 양상이 달라지고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8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는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관심의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변화 요소가 있지만,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의 개인적 특성도 중요한 변수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후보이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정치권 외부 출신으로 황당한 막말을 지속하면서도 대선 후보가 된 특이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호감 여론이 높다는 것도 당혹스런 일이다. 미국 정치와 정책을 분석하면서 이번 선거처럼 개인 특성을 중시해야 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권력 의지와 정치 성향, 참모 구성을 중심으로 두 후보를 분석함으로써 미국 대선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시사점을 모색하기로 한다.

힐러리, 권력 의지 충만 핵심 브레인은 개인 참모

힐러리는 1947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정치 경력으로는 상원의원과 대통령 후보 경험을 들 수 있다. 힐러리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냈고 막후에서 주요 의제를 관철하고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정치적 지도력을 과시하지는 못했다. 2008년 대선에 출마해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경쟁했지만 패배하면서 역량의 한계를 경험했다. 다만 대통령 부인으로서 국가적 업무에 참여하고, 특히 건강보험 개혁 위원장 역할을 수행한 것은 정책 차원의 경험으로 주목할 수 있다. 국무장관 경험은 정책 차원에서 소중한 자산이다. 국내외 주요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접촉하면서 자문 동원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

힐러리의 권력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8년 대선 출마 사실은 대통령 자리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성공한 여성 지도자로서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깨는 임무를 맡았다는 소명의식도 권력 의지를 강화하는 요소였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낙선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복종을 쉽게 얻어내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반면, 자존심은 매우 강한 완벽주의자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패배를 수용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대선 승리에 대한 힐러리의 갈망은 최고치라고 할 수 있다.

힐러리의 정치 경력은 정치 성향에 대한 시사점도 제공한다. 정치인의 성향은 권력 정당성의 종류를 기준으로 하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비범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대중의 절대적 신뢰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즉 전통을 준수하고 공동체 이익 보호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얻는 가부장적 지도자, 공동체가 사전에 규정한 규칙에 근거해서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합리적-법적 지도자가 있다. 힐러리는 이 가운데 합리적-법적 지도자에 속한다. 비범한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집요한 태도로 목표를 달성하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미국의 이익에만 집착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도 함께 고려하는 국제 지식인의 정체성도 버린 적이 없다. 이런 종류의 지도자들은 국가적 과제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장점이 있지만 대중의 감성적 반응에 둔감하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힐러리가 역대급 비호감 대통령 후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는 대중과의 의사소통에서 합리적-법적 접근법에 과도하게 의지한 결과라는 분석도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그러나 측근 참모의 구성을 분석하면 힐러리의 정치 성향이 이중적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즉 대중과 소통할 때는 합리적-법적 성향을 보이지만, 참모들과의 관계에서는 가부장적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힐러리의 참모 구성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한 힐러리의 측근 참모, 즉 ‘이너서클’ 명단은 흥미롭다. 딸인 첼시 클린턴, 오랜 친구 벳시 에블링, 남편 빌 클린턴, 친구 토마슨 부부에 이어,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대책 본부장 로비 무크, 친구 수지 톰킨스 뷰엘, 선대위원장 존 포데스타, 보좌역인 민연 무어, 선대위 재정국장 데니스 청, 개인비서 체릴 밀즈, 오랜 정치인 동료 척 슈머, 전략 보좌역 앤 루이스, 개인비서 후마 애버딘, 개인 비서 제이크 설리반, 오랜 동료 멜라니 버비어, 개인 비서 시드니 블루멘탈, 개인 비서 매기 윌리엄스, 언론 담당 비서 닉 메릴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가족이나 친구, 동지, 가신 그룹이다. 정치인의 참모는 담당 영역에 따라 크게 세 그룹, 즉 정책 참모와 정치 참모, 개인 참모로 구분할 수 있는데, 힐러리의 경우는 개인 참모가 대부분이다. 이런 특징은 힐러리가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개인 참모의 건의를 중시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중적이라는 비난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美 대선 주요 일정과  ‘힐러리 vs 트럼프’ 주요 공약 비교

美 대선 주요 일정과 ‘힐러리 vs 트럼프’ 주요 공약 비교

트럼프, 카리스마적 지도자 참모진은 급조된 조직

트럼프는 1946년 뉴욕 태생으로 70세다. 부동산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27세가 되면서부터 부동산 회사 경영에 나섰다.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사업 규모와 종류를 다각화하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실적으로 보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 경력은 공식적으로는 2015년 이전에는 없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정치권 입문을 기대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온 사실상의 정치권 인사였다. 1987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당시 조지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됐고, 1999년에는 소수당인 개혁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당 내분 사태 등으로 중도 사퇴했다. 2004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인 ‘견습생’의 프로듀서가 되고, 주요 출연자로 활동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2011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광적 반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공식적인 트럼프의 정치 경력은 2015년 6월 16일 대선출마 선언이 기점이 된다. 트럼프는 정치 입문 1년여 만에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줬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막말을 반복하고, 사회 지도층의 비판을 받으면 더 심각한 막말을 제기해 문제를 봉합하거나, 기득권 세력의 비열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를 늘려갔다. 트럼프는 그러나 무모함의 극치도 보여줬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당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지만 중도 세력의 혐오감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막말을 멈추지 않았고 대선 승리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 경력을 보면 권력 의지는 중간 이하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는 1987년 이후 약 30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노려왔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대한 열망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인생을 패배로 규정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표출된 적은 없다. 트럼프는 사회적 책임감 차원에서도 대통령에 당선돼야할 절박한 이유를 제시한 것이 없다. 막말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는데도 막말을 멈추지 않는 것은 권력 의지가 강렬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정치 성향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분류할 수 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비범한 능력을 바탕으로 대중의 자발적인 순종을 유도하는 사람이며 기존 규범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낸다. 트럼프는 미국의 정치권과 재계, 언론 등으로 구성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해 상당수 대중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고 이런 불만에 편승하면서 폭발적인 지지 그룹을 형성했다. 트럼프는 즉흥적이고, 무책임하며, 반문명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질서에 대한 총체적 불만을 가진 세력에게는 영웅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지도자에게는 특정한 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대안 제시는 불필요한 일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참모 조직을 운용하는 상황에서도 카리스마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목한 측근 참모 그룹을 분석해보자. 폴 매나포트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언론 담당 비서 호프 힉스, 정책 자문위원인 스티븐 밀러, 선대위 정무 국장인 짐 머피, 크리스 크리스티 인수위원장, 여론 조사 전문가 토니 파브리지오, 친구 스티븐 너친 재정 위원장, 변호사인 윌리엄 매킨리, 가신 출신인 마이클 코언 특보, 그리고 부인인 멜라니 트럼프와 자식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이반카 트럼프의 이름이 올랐다. 가족이 최측근 그룹에 속한 것은 힐러리의 경우와 다르지 않지만 친구나 동지, 가신 그룹은 거의 없다. 측근 참모 명단인데도 절반 정도는 최근 몇 개월 이내에 합류한 경우다. 트럼프 참모 그룹의 유동성이나 불안정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앞에 거론한 참모 가운데 지난 3월 선거 참모로 영입되고, 지난 6월 선대위원장으로 승진한 매나포트는 2달 만에 경질되어 측근 그룹에서 배제됐다. 이런 형태의 조직은 특정한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조직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에서 결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경선 국면에서는 트럼프의 말 바꾸기가 문제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나 중도 성향의 유권자까지 설득해야 하는 본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트럼프의 딜레마다.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 약해 힐러리 당선 가능성 높아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가 당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의 권력 의지가 트럼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싫어하거나 불편하게 여기는 조치도 채택하고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힐러리는 당선 이후에는 다시 원래의 이중적 성향, 즉 내부적으로 가부장적 행보를 보이고 외형적으로는 합리적-법적 권위를 강조하는 행태를 하게 될 것이다. 힐러리가 기존에 제시했던 정책 구상에는 변경이 없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검토해서 정책을 결정했다는 기존 발언과 모순되는 상황은 회피할 것이다. 힐러리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정책은 일관성이 강조되겠지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막말을 멈출 가능성은 적다. 이미 막말을 통해 공화당 후보가 되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줬고, 막말은 자신이 구축한 카리스마의 핵심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막말은 민주당은 물론 중도 진영 유권자에게도 혐오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본선에서 필패 요소가 된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권력 의지는 비교적 적은 편이고, 존재감에 운명을 거는 카리스마적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막말을 포기하는 굴욕을 당하기보다는 끝까지 막말을 제기하면서 영웅적으로 패배하는 시나리오를 선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정책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다수 유권자들에 편승해서 정권을 장악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구체적인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진지한 관심을 보여준 적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전개하는 것은 여전히 허망하거나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 있다. 오히려 트럼프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더 실용적인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왕선택 /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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