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기획 | 북한을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다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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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북한인권법 출발,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한을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다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본 회의에서 재석 236명 중 찬성 212명, 기권 24명으로 『북한인권법』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본 회의에서 재석 236명 중 찬성 212명, 기권 24명으로 『북한인권법』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

누구나 통일을 꿈꾼다. 분단과 내전의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고 진정으로 민족 구성원이 하나가 되는 평화와 번영의 새 나라를 염원한다. 새로운 통일한국의 건설은 무엇보다 분단된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을 다시 하나로 합치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 규정이 있으며 제4조에서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국가의 헌법적 책무”로 규정하여 이러한 통일의 열망을 법규범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의 영토 규정과 통일 규정은 그동안 선언적인 의미, 혹은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일부 세력들은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을 무력화시키고 북한을 하나의 주권적 실체로 인정하라는 이념 공세를 줄기차게 지속해왔다.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이 무력화되면, 북한은 하나의 주권적 실체로 인정받게 되며 따라서 논리적으로 『국가보안법』의 헌법적 입지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것은 핵무장 정책을 ‘핵주권’으로 정당화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와 접목되어 있다.

이러한 남한 사회의 이념적 대립 속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내놓은 통일정책의 패러다임은 『헌법』 제3조 영토 조항과 제4조 평화통일 조항 사이의 모순을 중재하고 남북관계를 특수적 관계, 혹은 과도기적 관계로 규정해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즉 우리 정부의 기존 통일정책 패러다임은 실효적으로 북한 지역을 지배하는 조선노동당 정권을 하나의 주권 주체로 인정하고, 사실상 세습왕조 시대에 버금가는 일인독재 체제인 ‘북한 정권’과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여 먼 미래 어느 날, 평화적으로 통일국가를 완성하자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북한인권법,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답하다

과연 핵무기를 가지고 주변국을 위협하며 가난과 압제 속에 신음하는 2천만 동포를 공포 통치로 지배하고 있는 조선노동당 독재 정권과 대화와 타협으로 먼 미래 어느 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 이에 대해서 정부의 기존 통일정책 패러다임은 두 개의 영토, 국민, 주권을 통합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목적과 수단,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통일의 정당성, 통일의 목적성, 통일정책의 수단을 규정하는 전제조건인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하여 지난 9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지금까지 북한을 바라보았던 통일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북한인권법』은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명백히 제시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주요 내용

북한인권법 주요 내용

『북한인권법』 제1조에서 이 법안의 목적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 및 생존권을 추구”하는 것임을 표명하고, 이어서 제2조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즉 다른 나라 『북한인권법』과 비교를 통해서 살펴보자면, 보편적 인권 사상의 틀 속에서 북한 난민 보호를 구체적인 정책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주로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일본의 『북한인권법』과는 그 내용과 함의, 구속력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북한인권법』은 이미 대법원 판례로 통일 시기까지 유효한 법규범으로 존립하고 있는 『헌법』 제3조 영토 조항과 관련하여 해석하여 본다면 북한 영토 내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생존권 보호 문제를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이것은 통일의 국가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4조와 연관하여 본다면 한반도 전체의 영토, 국민, 주권의 3대 국가 요소를 통합적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따라서 남북 간 평화 공존과 ‘1국 2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공동체 통일원칙’ 혹은 ‘연방제 통일원칙’을 벗어나 ‘능동적 통일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정간섭론’에서 벗어나 북한 영토 내에 현존하는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및 가족에 대한 탄압, 만성적 기아, 공개 처형 등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들에 대한 간섭 이유와 조건을 명시한 것이다. 또한 이미 유엔 북한인권조사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듯 북한 체제와 북한 최고지도자가 심각한 인권 문제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인 남한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질 수 있다.

인권 개선 위해 체제변화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미

이미 우리 『헌법』은 시장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통일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이라는 원칙이 추가됨으로써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부정되며 북한 체제변화는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북한인권법』은 이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증진을 우리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자에 대해 국제인권법은 물론 우리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상 북한 지역에 보편적 인권 규범을 적용함으로써 우리 법률의 적용 범위를 인정하고 확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한민국 통일부와 형법적 기소권을 가진 법무부가 ‘북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자행된 인권침해기록을 생산, 보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는 정치적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협상 과정에서 야당 측의 요구에 따라 『북한인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병기하였다. 이 조항은 여야 간에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였던 부분이며 협상안 타결이 지연되었던 최대 쟁점이기도 하였다. 결국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평화정착을 위해서도’라는 조항에 ‘~도’라는 문구가 삽입되는 것으로 최종 타결되었다.

협상 과정에서 야당안 제2조 2항은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로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야당은 인권에 대한 국가책무를 한반도 평화정착(즉 대화와 포용)의 하위 개념으로 두려고 했었던 것에 반해 여당과 청와대는 최소한 병립 조항이나 혹은 인권 보호 책무를 평화정착보다 우선적인 개념으로 두려고 했었던 것이다. 결국 최종 타결 조항의 의미는 평화정착이 병행 조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인권과 포용(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가운데 무엇이 우선적 가치인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인권법』 시행은 그 동안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둘러싼 남남갈등과 이념대립을 넘어서 정치적 타결로 귀결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16년 3월 2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재석의원 236명 가운데 기권 24명을 제외하고 반대 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는 점은 놀라운 사건이다. 그 동안 야당은 『북한인권법』은 실효성이 없으며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교류와 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왔다.

『북한인권법』, 발의부터 통과까지

『북한인권법』, 발의부터 통과까지

사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을 때 대부분의 북한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법안의 여야 합의 통과는 야당 지도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인권법』 통과 직전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이 있었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발표와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설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북한의 거듭된 군사적 도발과 유엔의 움직임 등이 『북한인권법』 통과를 압박하는 배경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5년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양당 간사들은 실무 협상을 통해서 여야 합의안을 만들었으며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양당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서 결정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북한인권법』은 우리 양당 지도부의 정치적 합의로 이룩된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통과되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통일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북한인권법』의 적용 대상과 관련된 쟁점이다. 이 문제는 『북한인권법』에서 다루는 북한 인권의 내용과 범위에 대한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인권법』 제3조는 주요 보호 대상인 북한 주민에 대한 정의를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북한인권법』에서 다루고자 하는 북한 인권의 개념과 범위는 분명히 북한 영토 내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으로 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인권기록센터를 규정한 제13조의 경우, 기록센터의 수행 대상에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뿐만 아니라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과 관련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상충점은 『북한인권법』 후속 조치들과 관련해 향후 논의에 있어 명확히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다. 즉 『북한인권법』의 대상을 북한 영토 내의 북한 주민으로 국한시켜야할지 혹은 이산가족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까지 확대해야할지, 재외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보호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 내 주민만 직접적 적용 대상? 의미 퇴색할 수 있어

특히 『북한인권법』은 북한 내 주민만을 직접적인 법의 보호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재외 탈북자를 인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압제와 고통을 회피하여 남한이라는 또 하나의 조국을 선택하려는 탈북자, 『헌법』 상 분명한 ‘우리 국민’의 인권 문제를 제외한다면, 『북한인권법』이 지키려는 보편적 인권 가치와 통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반쪽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인권 개선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 사안이자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당위적인 정책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는 주로 국제 NGO와 유엔 등 국제 인권 매커니즘을 통해서 제기되었으며 유엔을 통해 다양한 외교적 압박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유엔의 제재와 국제적 압력이 북한의 핵포기와 인권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바라봐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보호가 바로 통일을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궁극적으로 통일이란 남한과 북한의 영토 및 국민을 통합하고, 최종적으로 하나의 주권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북한인권법』은 이제 북한을 명백한 인권 침해 정권으로 규정하고 통합의 대상인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남한 정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의 목적과 수단을 『헌법』 제3조, 제4조와 연관 지어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 북한 체제변화를 통한 능동적 통일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과거의 통일정책 패러다임과 분명히 차별되는 접근 방법이며 북한 영토, 북한 주민, 북한 주권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영토, 통일된 주민, 통일된 주권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북한 인권은 결국 통일한국을 이루려는 이유이자 목적이며 방법론인 것이다.

 이원웅 /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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