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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우리는 다문화가족인가요?”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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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21

우리는 다문화가족인가요?”

 

나는 ‘책읽기’를 ‘맛’에 비유할 때가 많다. 여러 가지 맛이 존재하기에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는 사람의 지적 밸런스를 맞춰준다.

“책읽기를 밥 먹는 것처럼!”을 모토로 탈북 청소년들에게도 ‘책읽기’를 우선으로 수업하고 있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 것처럼 책을 읽어야 기초가 쌓이고 그 토대 위에서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탈북민 학생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북에서 온 학생들은 책 읽는 것을 정말 힘들어 한다. 어려서부터 책읽기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완득이는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의 대표작이자 다문화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갖춘 소설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밌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열일곱 살인 완득이의 인생은 철천지원수처럼 보이던 ‘똥주’ 선생님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완득이는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여기서 완득이의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점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완득이란 책이 성공하면서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친구들이 자유롭게 소감을 발표했다. “재밌어요. 소설을 이렇게 단숨에 읽은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완득이가 베트남인 엄마를 그리워하다 만날 때 뭉클했어요.”

탈북민이 동질감 느끼도록 우리 자세 먼저 정립되어야

아이들의 열띤 반응에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워낙 소설이 재밌어서인지 모든 학생들이 흡족한 표정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적용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누군가로부터 다문화가족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거나 스스로를 다문화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조용 했다. 괜한 질문을 던진 것 같아 속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늘 활발하게 발표를 잘 하는 명철이 손을 들고 일어났다.

“어느 단체에서 다문화가족에게 장학금을 주는 자리에 나간 적이 있어요. 필리핀, 베트남 등의 부모를 둔 아이들 틈에 끼어서 행사를 치룬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좀 그랬어요.” 명철의 말에 다른 한 학생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험이 있냐고 했더니 교회에서 생일선물 주는데 다문화가족 아이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해줬다는 것이다. 두 학생의 경험담에 교실은 잠시 술렁댔다. “우리가 왜 다문화예요? 한 형제라면서요?” 비꼬듯 말을 던지는 투로 봐서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하긴 탈북민인 우리를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보다 더 차별하기도 하니까요.”

아이들의 입에서 그동안 받은 설움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마음이 서늘했다. 학생들이 밖에서 그런 아픈 경험을 한 줄 몰랐기에 더욱 놀랐다. 좋은 책을 읽은 것까진 좋았는데, 토의 과정에서 나온 나의 질문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후로 나는 탈북민을 다문화로 보는 경향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통일부는 아니지만 일부 부처에서는 탈북민도 다문화권에 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직은 탈북민에 대한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듯했다.

요즘 북한의 엘리트층이 탈북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도 언제든 환영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나는 그들을 불러들이기 전에 전제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의 정립이다. 이 땅에서 한 민족, 한 형제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북에서 온 아이들을 단 한 번도 이방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란 내 자식 같은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그런 마음으로 탈북민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작은 통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북에서 온 내 친구, 다문화가족인가요?

A.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북에서 온 친구들조차 ‘저는 다문화가족이에요?’라고 물을 때가 종종 있어요. 아마도 일부 지원행사에서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족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보고 함께 지원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이 전혀 다른 체제에서 태어나 자랐고 우리와 상이한 문화를 가졌다는 점에서 다문화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하지만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은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오랫동안 분단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다문화적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과 제도면에서 규정되어 있는 다문화가족 개념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북한이탈주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고 ‘통일을 준비하는 마중물’이에요! 우리가 다문화가족을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듯이 북한이탈주민 역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요!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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