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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판 수학여행?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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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7

북한판 수학여행?

북한 은 지난 6월 19일 전국청소년학생답사행군대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하고 충성맹세 모임을 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19일 전국청소년학생답사행군대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하고 충성맹세 모임을 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문화생활로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긴다. 그 속엔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졸업여행이나 수학여행도 있다. 이 시기에 북한 학교들에서는 어떤 여행을 계획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탈북민들에게 수학여행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이 “수학여행이 뭐죠?”라고 되물을 것이다. 북한에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꼽으라면 1950~196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60~70대들이 전부다. 그리고 일부 젊은 엘리트들이 소위 ‘배운 척’ 하기 위해 수학여행이란 말을 간혹 쓰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학생들은 수학여행이란 말 자체를 모른다.

북한에도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과 같은 개념은 있다. 단지 용어가 다를 뿐이다. 수학여행은 ‘답사 및 견학’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답사’ 혹은 ‘△△△견학’이라 한다. 졸업여행은 ‘졸업답사’ 혹은 ‘졸업견학’이라고 한다.

답사나 견학은 중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중학교에서는 졸업 학년에 한 번 있고, 대학에서는 매년 있다. 답사기간은 교육성에서 내려 보낸 과정 안에 명시된 답사 및 견학일수에 의거한다. 보통 중학교는 꼬박 일주일을, 대학은 한 번 떠날 때 열흘씩은 잡는다.

그렇다면 답사나 견학은 주로 어디로 떠날까?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답사 및 견학의 목적이다.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답사를 시키는 것은 수령과 당에 대한 충실성을 제고하고 제도에 대한 우월성을 주입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주로 김 씨 가문의 우상화물을 찾아가는 것이 기본이고, 설령 공장을 방문하더라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공장 발전에 쌓은 업적이나 그들이 베푼 은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답사권, 맨입으로 될까?

북한은 지역 간 이동의 자유가 없지만 답사는 당국의 방침이다보니 이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중앙의 과외지도 담당국에서 매년 시기별로 답사권을 내려보내면 지방의 답사처에서 시, 군, 리의 학교마다 배정한다. 중앙에서 평양답사권, 백두산답사권, 왕재산답사권, 서해안답사권, 함흥답사권 등의 형태로 기간을 밝혀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답사권을 배정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배정받는다는 표현이 아니라 구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경제난이다. 1980년대까지는 답사권 배정이 그나마 괜찮게 이뤄졌는데 고난의 행군을 겪은 1990년대부터 북한 사회에 뇌물이 성행한 것이 큰 이유가 됐다. 다시 말해 북한 사회가 뇌물이라는 수단 없이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구조로 변질되어 답사권 하나 구하는 데에도 뇌물 상납이 필수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방의 답사처에서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뇌물이 어마어마하다보니 답사 한 번 떠나는 데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돈은 학부형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부모님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일부 학생들은 돈이 없어 답사나 견학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그때부터 담임의 눈 밖에 나는 것은 물론이요, 반 친구들과도 한동안 서먹서먹해진다.

중앙정부로부터 답사권을 받았다고 여정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수학여행 준비품’이라는 이차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처럼 철도나 도로 상태가 좋아 몇 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기차로 가는 경우 식사를 며칠 분씩 준비해야 된다. 버스를 타고 댓 시간 걸리는 지역의 가까운 곳을 가는 경우도 식사에 간식까지 준비해야하기에 웬만한 부모들이나 학생들에게 답사 준비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도로 상태 낙후 목적지까지 며칠씩 걸려

국가에서 지원하는 답사 비용은 국정가격으로 책정되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개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생들의 경우 대체로 도보를 이용한다. 일정 지역까지는 기차를 타고 그 다음부터 목적지까지는 배낭을 메고 걸어서 가는 것으로 ‘백두산답사’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일단 떠나면 아이들은 신난다. 남한 학생들이나 북한 학생들이나 여행이라면 마음이 들뜨는 것은 마찬가지다. 버스 안에서 노래 부르고 무리지어 춤추며 답사 준비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 날린다. 답사야영소에 입소하는 경우 학급별로 체육대회도 하고 춤과 노래 경연대회도 있어 학교에선 몰랐던 개개인의 성격과 인성이 이때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게라도 고생하며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괜찮은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답사나 견학권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보니 학창시절에 변변한 견학 한 번 못가보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북한 학생들도 남한처럼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과 같은 학창시절의 낭만을 마음껏 누려보았으면 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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