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1월 1일

Uni – Movie | 1984년, 동독 비밀경찰 그리고 통일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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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타인의 삶>

1984, 동독 비밀경찰 그리고 통일

영화

영화 <타인의 삶>

 

영화는 다소 무게감 있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시작된다. “1984년 동베를린 동독시민들은 비밀경찰인 슈타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 10만 비밀경찰과 20만 밀고자들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수호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이다.”

때는 1984년, 독일 통일을 5년 여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아직 통일의 기운은 미미했고 동독 비밀경찰인 슈타지의 활동은 극에 달해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슈타지에서 일하는 비즐러 대위와 그의 상관인 그루비츠 중령, 유명한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배우인 크리스타, 문화부 장관 헴프 등으로 단출한 편이다.

영화는 비밀경찰 비즐러가 작가인 드라이만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으면서 전개된다. 드라이만의 집에 카메라와 감청기 등이 설치되면서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타인의 삶’ 체제가 구축된다. 비즐러는 하루 종일 좁은 감청실에 앉아 드라이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냉혈한이자 원칙주의자인 비즐러는 슈타지의 교관이었던 만큼 모든 일에 철저했다. 동독의 슈타지는 나치독일의 게슈타포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통제시스템의 계보를 잇는 조직이다.

당의 창과 방패가 되자

소련의 KGB는 동독 국가안보국 슈타지의 모태였다. 이러한 비밀경찰 조직은 사회주의국가에서 당과 독재자의 통치를 위한 가장 유용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당의 창과 방패가 되자.”는 슈타지의 모토가 그 존재이유를 말해준다. 비즐러는 모던한 스타일의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깐깐한 성격의 인물이지만 슈타지 직원식당에서 “어딘가에서는 평등한 사회주의가 실현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평직원용 식탁에 자리를 잡을 정도로 사회주의 본연의 ‘평등’ 이라는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비즐러의 심경 변화와 영화적 반전을 이끄는 것은 드라이만의 선배이자 친구인 예르스카가 선물한 〈좋은 사람을 위한 교향곡〉이다. 도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교향곡의 선율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비즐러. 이 장면은 영화 〈이퀼리브리엄, 2002〉에서 주인공인 존 프레스턴(크리스찬 베일 분)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제1악장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제작년도 상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오마쥬한 장면이리라.

비즐러의 반전, 혹은 배신(?)은 피감시자인 드라이만에 의해 감화된 바가 크지만, 실상 비즐러는 매우 깨끗한 사회주의자였다. 진급과 신분상승에 목을 매는 그의 상관 그루비츠 중령이나 여배우 크리스타를 유혹하기 위해 모략극을 벌이는 문화부 장관 헴프 등과는 결이 다른 인간이었다. 1980년대 말의 동독사회는 부패와 관료주의가 판을 쳤다. 순수한 이상주의자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비즐러와 드라이만은 닮은꼴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좋은 사람을 위한 교향곡〉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좋은 사람’이 되어 버린 비즐러가 변절했다고 판단한 그루비츠는 “연금 타기 전까지 20년간 편지나 열어보며 지낼 거야.”라며 비즐러를 편지 검열 업무로 좌천시킨다. 하지만 곧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면서 악명 높은 슈타지는 해체되었다. 통일된 조국에서 드라이만은 작가로 활동하며 후속작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를 발간했고 책의 서두에는 “이 책을 ‘HGW/XX7’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비즐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영화 말미에 통일 이후 일자리를 잃은 전 문화부 장관 헴프가 우연히 만난 드라이만에게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작은 공화국이 좋지 않았소? 사람들은 이제야 그것을 이해하지만 말이오.” 통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집합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복잡함의 통합 과정이다. 통일 과정이 현재 독일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가장 큰 민족의 숙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감상 포인트

영화 <타인의 삶>은 동독 사회에서 아직 개혁개방의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1984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 영화가 낳은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으며, 2006년 3월 23일 최초 개봉 이후 독일 영화제에서 11개 부문에 걸쳐 수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에서 주로 다룬 내용인 사회주의국가에서 공안기구를 동원한 폭압정치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도 잘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는 대규모 감시기구를 운용하면서 인민을 통제해 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슈타지의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슈타지 문서를 통해 독일 분단 40년 동안 서독에서만 약 2만~3만 명이 슈타지 공작원으로 포섭돼 활동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총리의 비서부터 연방의회의 의원까지 당시 동독 슈타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생각해 볼 문제

• 동독의 슈타지와 비교되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사례를 알아보자.

• 통일 이후 영화 속의 헴프나 그루비츠 같은 인물과 비즐러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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