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인터뷰 | “탈북민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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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김영권 백록당한의원 원장

탈북민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김영권 백록당한의원 원장

김영권 백록당한의원 원장

Q. 탈북민 의료지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우연한 계기에 서울 가양7종합사회복지관과 연결되어서 1993년에 처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복지관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복지관에 서부하나센터가 개설되더라고요. 저희 병원이 있는 강서구 지역은 탈북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그분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료지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굉장히 오랜 시간 봉사를 해오셨네요. 그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네요. 강서구는 허준 선생이 출생한 지역이기도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분을 기념하는 의미로 매년 허준 축제를 엽니다. 그때 만이라도 허준 선생의 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진료를 해왔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강서구에 탈북민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이러한 축제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자 했죠. 이것은 제가 2000~2010년까지 10년 동안 강서구 한의사회 회장으로 있는 동안 계속해 왔습니다. 2010년에 서울시 한의사회 회장을 맡게 되면서는 의료지원 활동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그분들을 위해서 할 일이 없을까 고민했죠. 한국에는 지역별로 한의사회가 형성되어 있는데, 각 지역 하나센터와 연계하여 한의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서 지역 탈북민들을 진료하기 위해 한의사회와 하나센터 간 MOU를 추진했습니다. 제가 강서구에 있다 보니 강서구 한의사회와 서부센터를 연계한 지원 부분에서 활동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그 지원이라는 것이 사실은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의료 지원이라는 작은 부분이에요.

그 이외에도 ‘허준장학회’를 창립해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에서 ‘강서문화역사탐방’이라는 모임도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서 전국의 문화역사유적지들을 탐방하는데, 1년의 1회 정도는 주변 이웃들과 함께하자는 회칙을 만들어서 장애인, 다문화가정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죠. 올해는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탈북민을 초청해서 양평 두물머리와 세미원, 황순원문학관에도 다녀왔죠.

Q.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나타나는 남북한 주민의 건강상 차이점이 있는지, 또 탈북민 의료지원이라면 주로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요?

A.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탈북 과정 중에 육체적인 고통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추위도 그렇고요. 그리고 중국이라든가 다른 나라를 통해서 들어오는 과정 중에 굉장히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다보니 불안신경증과 같은 증상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어요. 그 불안한 감정이 심해 지다보면 육체적인 병으로 나타나거든요. 탈북민들을 진료하다 보면 흔히 근골격계질환이라고 해서 어깨가 아프거나 뒷목이 뻐근하고 때로는 두통까지 동반하는 견비통이나 항강통의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육체적인 증상은 심리적인 상황에 의해서 생긴 질환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 다음엔 소화기 질환도 많더라고요. 자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고,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사실은 지금도 남한 사회에 적응을 해야 하니까 불안한 상황인거죠. 그래서 심리적인 질환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질환을 대부분 같이 가지고 있었어요. 의료지원은 탈북민들이 하나센터에서 지역적응교육을 받는 도중에 한의원을 방문해서 건강 상담도 받고, 진료가 필요하면 진료도 해드립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비롯해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이분들에게 보약도 지어드리는 등의 봉사를 하고 있죠.

Q. 탈북민 지원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A. <KBS>에서 방영하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 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전화 상담과 스튜디오 상담으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죠. 그런데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제가 평소에 막연하게 통감했던 어려움보다 훨씬 더 힘든 과정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하셨더라고요. 상당히 심한 인권 침해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한국에 도착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은 상태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고 다시 애를 쓰는 상황이죠.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비하면 남한에서의 생활은 더 행복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특히나 한국 사람들의 편견과 잘못된 인식 때문에 성인들도 힘들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더욱 큰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죠.

또, 2005년에 평양에 다녀온 것이 기억에 남아요. 문화교류 차원의 방문이었는데, 한국에서 <아, 고구려 호태왕 전>이라는 뮤지컬을 평양에서 공연하고, 우리는 그쪽에서 <아리랑축전>공연을 관람했죠. 지금은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당시 평양 시내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해요. 굉장히 조용하고 활기가 없었어요. 뭔가 정지된 듯한 모습들이 있는데 의사로서 그것을 보면서 ‘아, 이런 사회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경직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당시에 도로에서 공사하는 모습을 봤는데, 업무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투입되어 있는 거예요. 한마디로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분들이 한국과 같은 경쟁 사회로 갑자기 건너온다면 적응이 쉬울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쩌면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왔다가 큰 실망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어요.

그러나 사실 이것이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형식적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이라도 민간단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갈수록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죠.

Q.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 과정에서 보완이나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개인적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탈북민과 연계해서 진료를 하는 것보다는 시스템에 의해서 봉사를 하면 훨씬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드릴 수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지원을 한의 쪽으로 한정하여 말씀드리면, 한의사 중에는 흔쾌히 탈북민 의료지원을 할 의사가 있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문제는 진료 받기 원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서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이죠. 각 지역의 하나센터와 의료지원을 희망하는 병원 간에 MOU를 맺고 센터를 통해서 진료에 대한 정보를 탈북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의료지원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탈북민 의료지원 봉사를 통해 느낀 점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일반인들은 의사를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몸과 마음은 하나예요.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몸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가 건강할 때야 비로소 건강한 상태가 된다는 WHO의 발표에 동의해요. 결국은 탈북민들이 사회 생활에 건강하게 적응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 특히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어요.

희망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이 있으면 견딜 수 있죠. 탈북민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꼭 해드려요. 힘들고 어려웠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미래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날씨와 똑같다고. 때로는 구름도 끼고 눈보라치는 날을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할 수 있지만 오늘 같이 이렇게 좋은 날도 있지 않냐고. 그러니 탈북 과정에서 겪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하면 한국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항상 해드리죠. 맥을 봐주고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말 한 마디 전해드리는 것이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있다가 진료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우는 분들도 계세요. 대화하는 중에 마음이 열리는 것, 저는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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