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기록영화, 북한 이해의 새로운 창(窓)이죠”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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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김 승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기록영화, 북한 이해의 새로운 창()이죠

김 승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김 승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Q. 북한 기록영화를 연구해오셨죠? 기록영화의 개념에 대해 궁금합니다. 다큐멘터리와 비교해서 기록영화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요?

A. 북한 기록영화는 실재한 사건을 바탕으로 노동당과 수령의 혁명 역사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노동당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해설하고 선전하는 ‘역사의 증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 기록영화는 강한 선전성과 호소성을 지닙니다. 반면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자신의 논리를 재구성해서 주장을 펼치는 방식이죠. 이처럼 다큐멘터리와 북한의 기록영화는 제작 목적과 방향에서 차이가 있지만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여 그들의 행동 변화에 동기를 마련해 준다는 본질적 특성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북한 기록영화는 ‘주체의 기록영화’ 이론에 따라 제작해야 합니다. 이 이론에서는 기록영화 창작에서 꼭 지켜야 할 4대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즉, 주체의 원칙, 당성 및 노동계급성과 역사주의의 원칙, 삼위일체의 원칙, 진실성의 원칙이 그것입니다. 이 원칙은 기록영화 결과물에 대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 기록영화 결과물에는 정답과 오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작품의 질에 따라 평가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다큐멘터리는 온갖 양식(mode)을 포용하는 장르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의 다큐멘터리는 이것이 드라마인지 CG 영화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성과 허구를 넘나들고 있어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이론은 아직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빌 니콜스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사랑’이나 ‘문화’만큼 정의내리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고요. 이처럼 다큐멘터리는 떠도는 담론을 제작자의 이해에 따라 조합한 측면이 강합니다. 특히 국가 주도의 다큐멘터리 이론은 헤게모니를 장악한 집단의 요구에 맞춰 재정립됐어요. 나치 독일도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문화영화’로 규정하고 그들 고유의 다큐멘터리 형태라고 불렀죠. 이런 면에서 북한 기록영화가 그동안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북한 기록영화 역시 넓은 의미에서 보면 다큐멘터리에 속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북한의 기록영화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록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북한의 어떤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A. 우리에게 낯선 세상을 바라보는 데 유용한 것은 창(窓)입니다. 북한 기록영화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표출하는 공식적인 창의 하나죠. 북한과 같이 닫힌 국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프레임을 제공해 준다고 봐요. 저는 북한 기록영화라는 창을 통해서 북한 체제를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또 현업에서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살리고자 했고요. 최근 뉴스를 보면 북한 기록영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동안 북한 기록영화에 대한 학술적, 이론적 논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합니다. 예를 들어 장성택이 기록영화에서 삭제됐을 때 왜 삭제됐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못했죠.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연 북한의 기록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예술은 고사하고 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곧 북한 기록영화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것이거든요. 사실 우리 이미지 속의 북한 기록영화는 체제 선전용 불온영상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모든 영화는 소통의 의미체계를 구축하고 있죠. 북한은 지속적으로 기록영화를 통해서 대·내외적 목적에 따라 체제결속과 함께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식적인 창구로 활용해오고 있어요. 영화의 완성도 측면으로만 볼 때 북한 기록영화는 대체로 제작수준이 높습니다.

저는 북한 기록영화를 이제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죠. 선전영화로 북한 정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미학을 적용하는 한 영화 미학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시각에서 북한 기록영화를 보고자 했습니다. 저의 연구 질문은 북한 기록영화를 선전선동 도구로 미리 규정하지 않고, 북한 기록영화의 고유한 ‘영화적 특성’을 어떻게 잘 분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편적 영화 미학에 입각하여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는지 살펴보고자 했고요. 다시 말해 북한이 기록영화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의미화하는지, 그 과정에 주목했던 것이죠.

Q. 북한에서 기록영화가 시기별로 차이점을 보이고 있나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기록영화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요?

A. 북한은 국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1946년 5월에 영화반이라는 촬영소를 개소했는데요. 해방 직후에 기술과 물질적 토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교적 제작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중을 계도시킬 수 있는 기록영화의 특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1948년에 제작된 <38선>에서도 흥남비료공장을 항공촬영한 장면이 나오고 있거든요. 이는 당시 기록영화 제작을 함에 있어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북한 기록영화는 북한의 큰 정치적 이벤트였던 1967년 갑산파 숙청을 전후로 변화를 보여요. 다시 말해 1967년 이전에는 다큐멘터리의 서사구조와 유사한 ‘문제 제기로부터 해결방안 제시’의 형태였다면 그 이후로는 ‘주제 제시로부터 주제 강조’의 형태로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수령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네>(1969)에서는 양괄식의 수미상관으로 서사구조가 변화합니다. 이러한 구성 양식은 주제 강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이른바 ‘열린 결과의 가능성’은 차단되거든요. 갑산파 숙청 이후의 북한 문학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교조화가 기록영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죠.

또한 북한 기록영화에서 사운드를 보면, 정권 초기에는 모든 요소, 예를 들어 음악, 현장음, 내레이션, 효과음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이었으나 점차 배경음악을 꽉 채운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현장음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기에는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됐으나 점차 통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이 빈자리를 배경음악이 대신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의 과잉 사용은 북한 기록영화가 마치 영상화된 가극이나 뮤직비디오로 보이게 해요. 개인적 감상으로는 기록영화에서 음악의 과잉사용 때문에 주제 전달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영화가 담백하게 느껴지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북한의 기록영화는 시기에 따라 그 변화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흑백 기록영화는 나름의 영화적 재미가 있었어요. 영화기법도 실험적이었고요. 그런데 김정일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대표적으로 <계승자들>(1985) 같이 다양한 미학적 실험은 시도되고 있지만 그 형식이 틀에 박히게 되거든요. 이런 도식화·유형화로 인해 북한 기록영화의 흥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체제수호의 조급함을 대변하게 됩니다. 예컨대 <백승을 떨쳐온 무적의 열병대오>(2002)의 결말 부분에서는 갑자기 주제 강조를 위해서 합창단이나 깃발이 등장하는 식의 구성을 보이죠. 조급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북한에도 장마당을 통해서 한류 드라마라든지 서구의 영상콘텐츠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요. 북한이 효과적인 선전선동을 위해서 어떻게 북한 기록영화를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Q. 김정은 시대의 기록영화도 앞선 시대의 특징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시나요?

A. 북한에서 기록영화의 제작 편수는 예술영화를 훨씬 앞지릅니다. 지난해의 경우 예술영화는 1편 제작된 것에 비해 기록영화는 27편 제작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사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시장 점유율과 관심도가 떨어지는 기록영화가 어떻게 영화 산업의 주요 분야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점이 북한 기록영화가 사회주의 영화로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장점입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의미하니까요.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히 선전선동의 최전선에 있는 기록영화 제작은 상당기간 그 정치적 사명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기록영화라는 창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를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 기록영화는 닫힌 구조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어요. 이러한 전형을 도식화 유형화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을 위해서는 사회주의 미학의 관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전형은 북한만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1935년 소련의 영화창작노동자회의에서 사회주의리얼리즘이 당 문화정책의 공식노선으로 채택되면서 사회주의 미학의 일반 원칙이 된 것이거든요. 북한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보편적 미학기준이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 기준에 의해서 이해해야 보다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살고 있으니 북한의 잘못된 부분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분석해보고서 비판하자는 것이죠. 무턱대고 감정 배설과 같은 형태의 비판은 남북관계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김 승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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