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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수해인가, 인재인가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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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69

수해인가, 인재인가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태풍으로 인한 홍수가 함경북도 일대를 단 번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필자도 유년시절을 함경북도 새별군(현재 경원군) 용포리에서 보냈는데 1968년 여름 100년에 한 번 정도 온다는 대홍수가 범람해 가산을 잃고 대성통곡하는 주민들을 본 적이 있다.

두만강이 불어올라 일어나는 이런 대홍수가 어떻게 범람하는지 한 번 살펴보자. 백두산에서부터 시작된 두만강은 함경북도 연사군을 지나 무산군, 온성군, 새별군을 거쳐 나선에서 동해로 흘러든다. 장장 1,369k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이다.

평시엔 시냇물처럼 흐르다가도 범람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실로 무섭다. 나선 하구에서 두만강은 동해를 만나게 되는데 합수되는 순간 계속해 쏟아지는 폭우에 의해 수량은 엄청나게 많아진다. 기존 물길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강 유역에 펼쳐진 넓은 벌과 가옥들이 물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두만강 하구, 협소한 물길에 배수 엉망 범람 잦아

1968년 대수해 때 두만강의 범람은 강이 아닌 바다를 연상시켰다. 비가 멎어도 망망대해 같은 물은 빠질 줄 몰랐다. 왜냐면 새별군 지역을 지나는 강의 양 옆으로 첩첩산중이 펼쳐져 있어 그 사이를 흐르는 좁은 강 물길이 불어난 물을 빨리 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폭우에 따라 물 수위가 5~10m까지 올라간다. 이쯤 되면 나선 같은 도시의 웬만한 지역은 모두 다 물에 잠기게 된다. 사정은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류 쪽에서 물이 빠지지 못하기 때문에 높아진 수위는 사람과 살림집들을 덮치기 마련이다.

두만강 유역은 예로부터 기름진 옥토로 유명해서 농업을 기본으로 하는 협동농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난 9월 초 범람한 대홍수 역시 필자가 본 수십 년 전 대홍수 때와 같이 강변 마을과 옥토를 사정없이 집어 삼켰다.

새별군의 경우를 보면 맞은 켠 중국 훈춘 쪽엔 높이 5m가 넘는 제방 둑이 쭉 쌓여져 있다. 1970년대엔 북한과 중국이 강둑을 누가 더 높이 쌓는지 경쟁까지 했다. 상대보다 강둑을 더 높이 쌓는 데는 필사의 이유가 있었다. 둑이 낮은 데로 물길이 확 쏠려버리기 때문이다. 물이 둑을 넘으면 그 둑은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대홍수가 아닌 보통의 홍수 때에도 둑이 낮은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높은 쪽은 아무런 피해도 없게 된다.

두만강 유역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홍수 피해가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일명 수해 지역이다. 이번 대홍수에 함경북도 주민 피해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13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의 실종자를 기록했지만 실종 역시 사망과 다름없다. 왜 이런 인명피해가 일어나는지 그 답은 명백하다. 필자가 경험한 그 시기에는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 있다면 떠내려 오는 돼지나 양들을 잡아먹으려고 천방지축 뛰어들다가 헤어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던 경우다. 말하자면 욕심이 부른 화였다.

그때 당시엔 집이 허물어지면 국가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지고 전체가 달라붙어 원상복구를 해줬기에 폭우 소식과 함께 주민들은 제때에 대피했다. 그랬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내는 참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주민 경제생활과 밀접히 연관된다. 국가경제가 파탄 나고 식량배급까지 하지 못하는 북한 정권의 무책임한 정치와 관련되는 심각한 문제다.

과거 수해 때는 인명 사고 드물었는데

북한의 현 실태는 주민들이 한 번 무엇을 잃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다시 말해 생명까지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해로 집과 재산, 모아놓은 식량까지 모두 잃으면, 다음날부터 굶주림으로 허덕이기 때문에 폭우 속을 뚫고서라도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뭐라도 건지려는 필사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 북한 당국은 수해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들을 상대로 무언가 보상해 줄 수 있는 정권이 못된다. 다 알다시피 그토록 인민을 위해 노심초사한다고 학습, 강연, 방송매체를 통해 위대성 선전을 거듭하는 김정은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해 지역을 돌아본 일이 없다. 수해와 함께 방류된 무기와 탄약의 손실로 인해 신변이 위험하다는 구실을 걸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지 20년이 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반인민적 시책을 뒤집지 않는 이상 이러한 수해 피해는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인간 재해다. 북한 정권이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부귀영화의 초석인 독재체제만을 지키기 위해 광분한다면, 북한에서의 인간 재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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