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1월 1일

N.K and the City | 사회주의문명국 도시, 심미화된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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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문명국 도시, 심미화된 공간으로?

북한 주민들이 지난 6월 29일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인 평양의 여명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

북한 주민들이 지난 6월 29일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인 평양의 여명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

김정은은 ‘사회주의문명국’을 제창함으로써 자신의 집권을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의 등장으로 올려세우기 시작하였다. 독일 시사주간지 <자이트(Zeit)>의 평양 취재기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제는 즐기며 살라고 하루아침에 국훈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한 것도 과도한 것이 아닐 정도로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의 면면이 가시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체육과 문화생활, 여가와 도시미화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국가적 시책들은 김정은이 표방한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핵심 사업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이토록 ‘문명국’에 혈안이 되어 있고,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실현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한 연구자의 말처럼 “청년 지도자가 상상하는 낙원 공동체가 실은 개인적 욕망의 허구적 산물”일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그저 한 ‘개인’의 욕망으로 그치기를 넘어 이미 국가적 시책이라는 현실적 힘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북한의 체제가 늘 품고 있었던 ‘사회주의 낙원 공동체’와 전혀 무관한 ‘개인적 욕망’은 아니라는 점에서 면밀히 따져볼 필요성은 존재할 것이다.

문명한 조건과 환경에서 문화생활 마음껏 누려야

김정은이 표방한 ‘사회주의문명국’이란 “온 사회에 건전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생활양식이 차 넘치게” 하는 것이며, “전체 인민이 가장 문명한 조건과 환경에서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핵심이다. 앞의 것이 북한 사회주의체제에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라면, 뒤의 것은 김정은 시대에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가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문명한 조건과 환경”은 평양에서 건설되는 온갖 마천루를 의미하며,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것”은 온갖 체육, 문화시설과 공원, 유원지 건설을 의미한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기와집에서 고깃국을 먹는 것”을 사회주의 낙원으로 믿었다면, 손자 김정은은 이처럼 서구화되고 현대화된 “세상에 부럼 없는” 시설을 인민들이 마음껏 보고 즐기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피폐한 인민 생활과 계층화된 도시 경험을 도시의 문화적 경관에 집착하면서 해결해 나가려 한다. 기존의 사회주의 이념이 도시와 농촌의 균형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의 그것은 도시의 미화와 정비, 즉 도시와 농촌의 구획을 정돈하고 도시 면모를 일신시킨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토관리사업’ 및 ‘도시경영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평성시의 농촌은 이미 산업의 관점에서 도시와 분명히 구분되는 공간의 성격을 탈피했다. 자본주의의 도시와 농촌의 구획과는 다르게 농촌성과 도시성이 혼재하고 있으며 명확히 사회주의적이지도, 그렇다고 자본주의적이지도 않은 모호한 도시성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되는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도시경영’ 사업이다.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기치 아래 각종 체육, 여가, 문화시설을 보수하고 신규로 건설하고 있으며 『도시미화법』과 『공원 유원지법』 등의 법규 또한 정비하고 있다.

도시의 삶 속 문화조명 인공적으로 장식된 공간으로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에 따른 도시 미화와 정비는 김정은 시대의 특징적인 면모이면서 지난 시기의 ‘도시경영’ 사업 연장의 성격을 갖는다. <조선중앙연감>에서 ‘도시경영(사업)’은 1968년에는 ‘경제’ 파트에서 노동자들의 주택 및 난방 문제 등 근로 대중의 직접적인 삶의 문제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1970년에는 ‘물질문화생활’ 파트에서도 노동자들의 주택구획 및 살림집 보수, 난방 및 상수도 관리 등 사회주의적 도시 인민 생활의 인프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후에도 1974년에는 ‘인민생활향상’, 1976년에는 ‘인민생활의 균형적 발전’ 파트에서, 1979년에는 ‘인민생활’ 등 주민의 직접적인 물질생활의 차원에서 다뤄진다.

그러던 것이 ‘사회주의문화건설’ 부분에서 다뤄지면서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주요한 사업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인민생활’에서 ‘문화’로의 미묘하고도 조용한 초점 변화는 ‘사회주의문명국’이 인민에게 실용적 가치보다는 심미(審美)화 된 무엇으로 대상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북한의 도시는 이제 구체적인 삶의 장소(place)에서 인공적으로 장식된 추상화된 공간(space)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재헌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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