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0

북에서 온 내친구 |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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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23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어서요

 

‘책으로 만나는 인문학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 이름이 아름답거나 멋졌다. 유지니, 이빛나, 오아름, 김영웅…. 탈북 학생들이니만큼 ‘철혁’이라든가 ‘명희’ 등 약간 시골스런 이름일 것이라는 편견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여지없이 깨졌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지만 깊이 물을 수는 없었다. 왠지 상처를 줄까 두려웠다.

얼마 후 학교에 큰 행사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외부 손님도 많이 오고 전교생이 한 자리에 모여서인지 학교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그동안 탈북 친구들을 도와준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멋진 화음의 합창이 끝난 뒤 유지니가 편지 글을 낭송하는 시간이 되었다. 유지니는 열심히 공부해서 통일이 되면 고향에 돌아가 어르신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많이 편찮으신 북에 계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죄송하다며 끝내 편지를 읽다 말고 울먹였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순서는 짧은 극이었는데 내용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도 하면서 만든 무대였다. 고향에 가고 싶다는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내용이었다. ‘배고프고 살기 힘들어 도망쳐 온 땅이지만 결국은 돌아가고 싶은 곳이구나!’

막이 내리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평소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진짜 속내를 읽은 것 같았다. 나는 행사 내내 열정을 뿜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내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 처음으로 학예회를 할 때처럼 설례였다. 아니 그보다 더 뭉클한 순간이 많았다.

별 생각없이 올린 SNS 선생님, 내려주시면 안 돼요?”

집에 돌아온 나는 감동의 여운을 고스란히 담아 SNS에 행사 사진을 포스팅 했다. 찍은 사진 중에 아이들의 얼굴이 가장 선명하게 나온 사진을 골라 올렸다. 친절하게 탈북 아이들의 이름까지 밝히기도 했다. 뿌듯했다.

글을 올린 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늦은 밤에 핸드폰이 삑삑, 울렸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벨이 울리자마자 받았다. 뜻밖에 유지니였다. 왠지 목소리가 밝지 않았다. 유지니는 아주 조심스러우면서도 절절한 목소리로 방금 내가 포스팅한 글을 내려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왜? 내가 뭘 잘못 썼니? 나는 네가 너무 대견해서 자랑하느라 쓴 글인데….” “그게 아니고요. 제가 북한에 아직 가족이 있어서요…. 그런데 이렇게 제 얼굴이 나가면 누군가 볼 수 있거든요. 알게 되는 날이면 우리 가족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불안해서요….”

나는 유지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SNS에 올린 글을 얼른 내렸다. 다행히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댓글도 몇 개 없고 ‘좋아요’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다음 주에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유지니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유지니는 SNS에 사진을 올렸다가 북에 있는 가족이 곤란을 겪은 다른 친구의 경우를 직접 봤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의 이름은 남한에 와서 개명한 것이라며 그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대부분 새 이름을 써요. 북에서 행방불명 처리되었기에

“국정원을 거쳐 하나원을 수료하면 신분증이 나오거든요. 그 때부터 대부분 북에서 쓰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써요. 저처럼 북한에서 행방불명자로 처리된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가족이 다 넘어 온 친구들만 북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저는 그것도 부러워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끝까지 쓸 수 있는 것도 축복이지요.” “유지니라는 이름 정말 예뻐. 내가 딸이 있었다면 쓰고 싶은 이름이야….”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어 이름이 예쁘다는 말로 위로를 대신했다.

위의 예화는 6년 전 탈북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실제로 겪은 일이다. 지금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지 않고 절대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은 물론, 이름에 얽힌 사연을 묻지도 않게 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름이 세련됐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게 이토록 아픈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유지니와의 에피소드는 ‘통일’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숙제이자 소원이 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계기였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이름을 바꾸고 싶어요.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A. 우선 개명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북에서 온 분들은 대략 몇 가지 이유로 개명신청을 해요. 탈북하고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때에 따라 북에서 사용하던 본래 이름 대신에 가명을 사용하다가 아예 법적으로 바꾸고자 할 때, 자신의 탈북 사실이 알려져 북에 남겨진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될 때, 북한식 이름이라 이곳에서 사용하기 어색하다고 생각할 때 등입니다.

북에서 온 친구 중 하나는 자신이 한국에 온 것을 북에 남겨진 가족들만 알고, 서류상에는 행방불명 처리되어 서둘러 개명을 했다고 해요. 곤경에 빠질지도 모르는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뿐이라며 속상해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개명이 필요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불순한 목적이 아니라면 개명을 허가받을 수 있어요. 먼저 개명허가 신청과 관련한 서류들을 준비해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접수해야 해요. 그러면 일정 절차의 심사가 이뤄져 결과를 통보해줘요. 통상적으로 2~3개월이 걸려요. 그리고 개명허가를 받은 뒤 1개월 이내에 신고할 사항들도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문의 또는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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