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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방학? 교사는 해당 없음!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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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9

방학? 교사는 해당 없음!

2012년 4월 2일 평양제1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합

2012년 4월 2일 평양제1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합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밝아왔다.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게 엊그제 같은데 어김없이 찾아오는 1월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엔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목표를 설정하며 저마다 야무진 결의에 차있을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1월이면 모두가 ‘올해는 제발 쌀이 부족하지 않기를…’,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기를…’ 하는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이번 호에서는 겨울방학에 돌입하는 1월의 북한 교육현장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방학기간, 교사들은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북한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이 방학을 한다고 해서 교사들도 방학이 아니다. 북한 교사들은 방학기간에도 정시에 출·퇴근한다. 정치조직 생활이나 정치학습도 평소와 똑같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학에 더 바쁘다. 교수안 작성을 보완하고 교편물을 제작하며 자질향상 과제와 연간 정치학습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교재강습에 참가하고 방학 중 학생지도도 해야 한다.

정시 출·퇴근에 할 일은 첩첩산중 더 바쁜 방학기간

교사들의 방학 동안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새해 첫 출근인 1월 3일부터 ‘퇴비전투’로 들볶인다. 북한이 해마다 새해 첫 날에 연례행사처럼 진행하는 퇴비전투와 ‘영농기자재 전시회’는 교사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다.

일부 독자들에게 퇴비라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화학비료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북한에선 오래전부터 사람이나 짐승의 배설물을 썩혀 비료로 사용하는데, 1월이면 전국적으로 퇴비를 모아 농촌에 보낸다. 일명 퇴비전투라 한다.

교사들에게도 개인별 과제가 떨어지고 학생별, 학급별 과제가 떨어진다. 교사들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엄동설한에 퇴비를 끌고 출근하고 마당에 나가 아이들이 가져온 퇴비 양을 측정하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런 정도는 ‘꽃놀이’라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방 지역의 날씨도 기온이 올라가는 때가 있다. 이런 날에는 온 학교에 냄새가 진동한다. 더구나 녹은 배설물들이 마당에 널려 신발에 묻거나 자칫 잘못해 옷에도 묻는 날에는 온종일 냄새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퇴비를 끌고 시내 집합장소로, 거기서 다시 가까운 농장포전까지 끌고 간다고 생각해보시라.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방학에 하는 연간 정치학습 총화도 골칫거리다. 당에서 내려 보낸 연간 정치학습 과제, 이를테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노작, 문헌, 덕성실기를 정치학습 노트에 다 적어야 하고 김 부자들의 명언, 노래까지 달달 외워야 한다. 여기에 김정은의 신년사까지 발췌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현물검열과 함께 문답식의 방법으로 한 명씩 표를 뽑아 답변하게 한다.

이 정도면 족하다. 정치학습 총화는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 당조직에서 내려와 지도하는데, 총화가 끝나면 간부들에게 무조건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보니 교사들은 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방학이면 으레 있는 교재강습은 또 어떤가? 과목별로 진행하는 교재강습은 보통 2~3일, 길게는 5일씩이나 한다. 도나 시에서 선출된 교사가 강사가 되어 강연하는 방식인데, 교사들은 웬만해서는 참가하려 하지 않는다. 참가해봐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한처럼 연수에 참가하면 교사의 활동 실적에 반영한다거나 급수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아니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최근엔 형식이 바뀌었다. 시, 군 교육부들에서 의무적으로 참여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기에 드는 비용이다. 교재강습 기간에 강사에게 전하는 선물을 준비하고 교육부 담당 시학과 함께 하는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바치라는 돈이나 내고 출석만 체크한 후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학급 담임들은 매주 학생들의 방학숙제 검사에 생활총화 지도까지 겹치니 북한 교사들에게 방학이란 결코 편안한 기간은 아닌 것이다.

벌 떨며 한 데 모인 종합교원실, 하는 일은?

가장 큰 문제는 난방이다. 방학이다 보니 교실 난로는 다 꺼져있고 교원실도 땔감이 없어 난로 불을 지필 수 없다. 학교 사정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궁여지책으로 만든 해결책이 모든 교사가 단체로 한 방에 모여 일을 하는 것이다.

북한 학교는 학년별로 교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과목별로 묶인 교원실이 있다. 예를 들면 사회학 과목들을 합해 사회 분과, 과학 과목들을 합해 자연 분과, 예체능 과목들을 합해 예능 분과, 외국어 분과 이런 식이다. 한 개 분과에 4~5명의 교사들이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한 데 모아 종합교원실을 운영하는 셈이다. 여기에 드는 땔감은 담임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마련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춥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사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추운 교실을 빠져나가기 바쁘다. ‘학생개별지도요’, ‘학생교양문제로 학부모 면담이요’ 등등의 구실을 대고 집에 가거나 과외를 하러 나간다. 북한에서는 교사가 돈을 받고 과외를 하는 것이 불법에 속하기에 학교에도 비밀에 붙인다.

그래도 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가족을 먹여 살리자니 ‘직업적 혁명가요’, ‘교원의 양심이요’ 하는 말들에 가책을 받을 새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반복될 북한 교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남한 교사들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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