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통일 커튼콜 | 행복을 찾아 사선(死線)을 넘다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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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커튼콜

연극 <탈출 날숨의 시간>

행복을 찾아 사선(死線)을 넘다

연극  中

연극 <탈줄-날숨의 시간> 中

‘다른 삶’을 꿈꾸며 국경을 넘은 북한이탈주민의 지난한 탈북과정과 남한사회 정착기를 그린 연극 <탈출 – 날숨의 시간>이 지난해 12월 9~25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공연됐다. 2014년 경기도립극단에서 초연된 <날숨의 시간>의 극공작소 마방진 버전이다. 동시대적 울림을 선사하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고선웅 연출과 24명의 에너지 넘치는 마방진 배우들은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공연 초반 약 40분 동안 대사 없이 진행된 무대 연출은 마치 탈북 여정에 동행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희망을 찾아 떠나 온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떤 모습인가? 연극 <탈출 – 날숨의 시간>은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와 ‘그들’을 조명한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거창한 슬로건 이면에 여전히 팽배한 선입견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배제되고 분리된 채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화합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미선아, 우리 멀리 왔다.”

극중 등장하는 14명의 북한 주민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을 품고 탈북을 감행한다. 출신성분의 이유로 무용수와 뮤지컬 배우의 꿈이 좌절된 함경북도 출신 미영, 미선 자매는 남한의 문화를 동경하게 되면서 함께 국경을 넘을 결심을 한다. 북한에서 중국, 그리고 다시 태국으로 향하는 탈북여정은 숨 가쁘고 긴박하다. 모두가 고된 와중에도 일행 한 명이 쓰러지면 함께 보듬으며 나란한 걸음을 뗀다. 브로커의 인도를 받으며 언제 다다를지 모를 남한을 향해 쉼 없는 달음박질을 내딛는다.

드디어 도착한 남한. 탈북에 성공한 북한 주민들은 각자 기대한 삶 속으로 뛰어든다. 뿔뿔이 흩어진 그들은 서로 다른 일상을 꾸려나간다. 꿈꾸던 만두집 사장이 되기도 하고, 택시운전수도 되었으며, 식당과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미선은 뮤지컬 배우의 꿈을 향한 첫 걸음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미영은 북한에 계신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돈을 송금하고자, 단란주점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새 삶은 그다지 여의치 않았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남한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냉대가 그들을 고단하게 만들었다. 택시기사 명호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비아냥거리던 진상 손님도, 대학 등록비만 가져오면 뮤지컬 배우로 성공시켜 주겠다며 미영의 돈을 가로챈 사기꾼도,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반으로 깎은 단란주점 사장도, 희망을 품고 이 땅에 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택시기사 명호와 미영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그러나 미영이 돈을 벌기 위해 단란주점에서 밤새 일하면서 연락이 두절되고 둘의 사이는 멀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명호는 우연히 단란주점에서 나오는 미영을 목격한다. 둘만의 추억이 녹아있는 ‘사랑과 영혼’ 노래가 흘러나오며 명호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한다. 그들 각자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견디며 살아갈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간섭할 수 없다. 저마다의 사정과 형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지만, 갖은 역경을 함께 이겨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애정만큼은 깊다. 함께 국경을 넘어온 탈북민들은 미영, 미선 자매의 딱한 사정을 못 본체하지 않고 도우면서 “죽음의 문턱을 함께 넘어 온 사이”라며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함께 모인 성탄 파티에서 “병환 중이던 북에 계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사람들에게 담담하게 말하는 미영. 아버지 병을 치료하고 남한으로 모셔오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느라 사랑도 외면한 채로 살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연인이었던 명호의 결혼 발표와 임신 소식까지 듣게 된다. 오랜만에 재회한 명호와 미영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축하해.” 미영이 건넨 한 마디에 명호는 “고맙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둘 사이를 가로막았던 벽은 무엇이었을까?

알코올이 원인이었는지 미영은 손을 떨어서 더 이상 단란주점에서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두 자매는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괜찮아?” 언니가 건넨 말에 “언니는?” 동생이 묻는다. “미선아, 우리 멀리 왔다.”며 서로 부둥켜 안고 우는 자매.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조되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  中

연극 <탈줄-날숨의 시간> 中

다름에 대한 사회의 시선, 가감 없이 드러내주는 작품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주최하는 제36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을 수상한 고선웅 연출은 “휴전선 너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가 불행의 근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연극을 통해 탈북민들의 가쁜 숨소리, 그야 말로 고단한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면서 “탈북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깊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분들이 지치지 않고 버텨서 남한 땅에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탈출 – 날숨의 시간>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마치 내 옆에 살고 있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소설 같은’ 이야기다. 관객들은 연극을 통해 탈북민들의 삶을 엿보면서 ‘우리와 너무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가 겪어보거나 상상해보지 않은 삶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 연출진의 의도였다. 애써 감추려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인식의 변화를 호소하고자 한 것이다.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졌다. ‘고향이 다른’ 우리 이웃의 삶, 함께 넉넉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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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작 박찬규 | 각색·연출 고선웅

출 연      양영미, 이지현, 유병훈, 이정훈, 이명행,

                조영 규,  김명기, 견민성, 홍의준, 김영노, 손고명,

                김윤아, 남슬기, 박주연, 강득종, 원경식, 신효원,

                 박별, 이성환, 조용의, 최주연, 양예석, 정다함,

                 임진구

주 최         국립극장, 극공작소 마방진

후 원         서울문화재단, 더케이 노무법인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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