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통통 인터뷰 | “북한 마약, 생명권 문제 … 국제공조 절실해”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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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이관형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

북한 마약, 생명권 문제 … 국제공조 절실해

이관형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

이관형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

Q. 어떤 계기로 북한 마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셨나요?

A.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입사하기 전에 한국교육개발원(KEDI)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했어요. 그때 북한이탈주민 600여 명과 접촉을 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 그 분들을 통해 ‘빙두<冰毒>’, ‘얼음’이라는 은어를 듣기 시작했어요. 2010년을 넘어서자 이 말이 굉장히 진부해졌습니다. 대화 중에 이것이 마약의 한 종류인 ‘필로폰’이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는데, 한 번은 제가 자주 접촉하던 교사 한 분이 마약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해주시더라고요. 가정방문을 갔는데 담임을 맡고 있던 중학생으로부터 “한 코 하시렵니까?”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물론, 남한도 필로폰의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긴 합니다만 학생이 선생님에게 마약을 권하는 상황은 좀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가 바로 성(性) 문제와의 연계성입니다. 마약의 경우는 법적으로 통제되어 있지만 성 문제는 사실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문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복합적으로 연계되는 상황이거든요. 마약을 하는 이유 중 성적인 목적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라고 한다면 바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성 문제와 함께 결부되고 있다는 점이죠. 또한 마약은 남용할 경우 건강과 생명까지 잃게 되는 생명권의 문제인데도 이를 정치경제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뿐 인권의 문제로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차에 NKDB에서 인권 문제를 같이 다루자는 논의가 이루어져서 북한 마약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북한 마약 문제는 시기별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나요?

A.  그동안의 자료를 살펴보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외교관들이 해외로 마약을 밀수하거나 밀매하는 행위들이 상당히 많이 포착됐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도에 미국 부시 정권에서 마약 밀매에 관련된 조항이 포함된 대북제재를 추진하게 됐죠. 이때 국제사회의 눈치를 받게 된 북한이 『마약관리법』을 만드는데, 북한 사람들이 관련법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어요. 통제품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거래되는 양은 적어도 그만큼 희소성을 갖기 때문에 마약의 거래 가격은 올라갔죠. 적은 거래로도 훨씬 더 많은 이윤을 건질 수 있는 형태로 전개된 것입니다.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보위부원들까지 합세하면서 밖으로의 유출이 통제된 마약이 북한 내부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요. 2000년대 중반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소비재 품목이 되어 내수시장이 활성화 되었다가 현재는 다시 수출과 내수시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로 변화됐습니다.

Q. 실제 북한 사회 내부에서 마약으로 인한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A.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응답을 통해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요. 마약을 ‘마약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긴 했지만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이 바로 ‘치료제로 인지하고 있다’였습니다. 증언을 통해 살펴보자면 마약은 북한 주민의 일상에 전방위적으로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치료 목적만 가지고 말한다면 ‘감기, 두통, 복통, 대장염, 뇌졸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사회 전반에 팽배한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 학교에서도 마약의 유해성을 따로 교육하지는 않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우리는 사회 교육(TV나 공익광고)을 통해서 마약의 각종 위험성에 대해서 깊이 인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사람들이 마약에 쉽게 접근하고 사용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북한 사람들은 마약을 사용하기 위해서 마약 장사치가 됩니다. 1g에 100위안(元)인데 판매를 할 때마다 0.2g을 남겨요. 이렇게 5번을 남기면 1g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 되는 거죠. 이윤을 남겨서 또다시 마약 장사를 합니다. 대개 ‘사람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설문조사의 마지막 문항인데, 하나같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마약의 중독성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다른 방법으로 먹고 살길을 터주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일정한 통제 수준을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국가의 개입이 불가능해집니다. 지금 북한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죠. 한 인민망(대략 30가구 집결)안에서 마약에 의해서 몰락하는 가구만 적어도 3~4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심각한 수준이죠.

Q. 북한에서 주로 거래되는 마약 종류는 무엇인가요?

A.  마약에는 합성마약과 천연마약이 존재하는데,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마약으로는 양귀비를 통해 추출하는 아편이나 대마초를 담배처럼 말아서 만든 마리화나(marihuana), 남미에서 많이 생산되는 코카인(cocaine)이 있죠. 대표적인 합성마약으로는 필로폰(philopon)이 있습니다. 순수 화학물질로 만든 것이죠. 물론, 자연에서 나는 마황초를 통해서 에페드린(ephedrine)을 추출한 후 필로폰을 만들 수도 있는데, 필로폰의 주요 성분이 ‘염산에페드린’이라는 화학성분입니다. 이 같은 필로폰의 경우에는 일단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봐야합니다. 북한은 합성마약 원료를 자체 생산할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량만 생산하고, 주로 외국에서 수입합니다. 북한이 에페드린을 수입하다가 국제사회 레이더망에 적발된 사례가 많이 있었죠.

Q. 북한에서 마약 생산과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과 소비층의 특성은 어떤가요?

A.  마약의 대표적인 생산지이자 판매처는 함흥입니다만, 북한 주민의 경제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고, 너도 나도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을 꼽기는 어렵습니다. 최대 생산지인 함흥과 교통의 요충지인 평성, 구매력이 가장 높은 평양의 삼각지대가 중심지라고 볼 수 있겠죠. 이곳의 유통망을 통해서 마약이 중국으로도 넘어갑니다. 소비층을 보면 현재는 연령대, 계층, 성별 혹은 경제적 수준으로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인구에 걸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조사 결과를 얻으려는 시도는 해보았으나 구분의 의미 자체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조사된 바에 의하면 마약 사용 최저 연령은 OO유치원에 다니는 6세 여아였습니다. 이 경우는 아이의 할머니가 필로폰을 질병 치료제로 오인하고 아이에게 복용시킨 사례였습니다. 2003년도에는 양강도에 거주하는 7세 남아의 사례도 있었고요. 집안에 마약 사용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온 가족이 노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북한 마약 문제는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국제사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A. 마약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치료와 예방을 함께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마약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매우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최대 마약 소비 국가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가 있고, 유엔 차원으로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라는 기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치료매뉴얼 등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북한도 공개적으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예방과 치료 시스템에 반대하겠지만, 그들에게도 분명히 필요한 요소들일 것이기 때문에 못이기는 척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는 북한 마약 문제에 대해서 공약 위주의 단기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을 선정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약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가담한 마약 사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 적발된 사람들과 연관된 사람의 수는 실로 엄청날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마약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라는 것이죠. 정보당국은 탈북민이 입국하면 진행하는 신체검사를 통해 마약 중독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숨기려고 하지 말고 문제에 직면하여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죠.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한편 아주 기초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한편 북한이탈주민이 곧 마약 범법자라는 인식이 성립될 우려도 존재합니다. 보통 마약 중독자가 상담치료를 하면 정부에 등록되는데, 이로 인한 2차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안을 세우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속을 위해서는 정보기관과 수사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합니다. 마약 범죄수사와 관련된 유관기관 간의 시의적절한 정보 공유로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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