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남한 병원, 처음에 의심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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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0

남한 병원, 처음에 의심 많이 했다

남북한 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상치료와 무상치료다. 남한에선 병원 문턱만 넘어서면 돈을 내야 하지만 북한은 진료비, 약값 등 일체의 비용이 없다. 지금 북한 병원에 뇌물이 성행하고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하는 현상은 경제난으로 생긴 일탈이지 원래 제도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남한이 자본주의 사회이고 병원에서 치료비를 받는다는 정도는 북한 사람들도 알고 있다. 북한 당국이 체제우월성을 선전할 때 가장 극명한 차이로 남북을 비교하는 것 중 하나가 보건제도다. 북에서는 공짜로 치료받지만 남쪽은 돈 없으면 병원 문 앞도 못가보고 죽는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또 자본주의 나라 의사들은 인간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환자의 병이 아니라 돈주머니에 청진기를 대는 ‘수전노’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회주의 의학은 예방의학이지만 자본주의 의학은 병이 나면 치료하는 영리행위이기 때문에 환자가 많을수록 의사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피를 왜 이리 많이 뽑는가?’

이런 선전의 영향은 탈북민들에게서 나타난다. 솔직히 본인도 남한 생활 첫 시기 병원에 가기 께름칙했다. 돈벌이 기관인 병원에 가서 장사꾼 심보를 가진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혹시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고 없는 병도 있다고 거짓말하고 주사도 일부러 여러 번 반복해 찌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혈액검사를 할 때 보니 피를 아주 많이 뽑았다. 북한 병원에서보다 몇 배 더 많은 양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혹시 검사를 핑계로 혈액을 빼돌리려는 수작이 아닐까. 탈북민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혈액검사 등 건강검진을 받게 되는데 그 때 상당수가 이런 의심을 갖는다.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내며 채혈에 응하지 않아 의사들이 진땀을 뺀다.

남한의 병원과 의사에 대한 탈북인들의 인식이 바뀌기까진 시간이 좀 걸린다. 국내에 입국하면 일정 기간 의료보험 1종 혜택으로 거의 무료로 치료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비로소 병원에 대한 신뢰가 생겨난다. 비록 무상치료는 아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1, 2종이 있고, 소득이 있는 사람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되며, 이외 민간보험들도 많아 돈이 없어 병원에서 쫓겨날 일이 없다. 긴급 상황 시 본인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즉각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남북한 보건제도의 또 다른 차이는 북한의 의사담당구역제가 남한에는 없다는 것이다. 의사담당구역제란 거주 지역을 여러 개로 분할해 담당 의사들이 자기 구역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항시 체크하고 미리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남한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의사담당구역제 자체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남한에는 양의사와 한의사가 너무 자기 것만 고집하는 행태가 있다. 같은 병을 가지고 한의사에게 찾아가면 양방병원을 홀시하고 양의사를 찾아가면 한방병원을 홀시한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현대의학(양의)과 고려의학(한의)을 적절히 배합하여 치료한다. 병원마다 고려의학과를 가지고 있다. 양의사도 환자상태를 보아 한방치료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고려의학과에 넘기거나 전문고려병원에 후송한다. 양의사가 침을 놓고 뜸을 떠주기도 한다.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 상태가 양의사에게 가는 것이 적합한데도 한방치료에 집착하면 한의사가 직접 양의치료를 하거나 양의사와 협력해 대책을 취한다. 물론 둘 사이에 약간의 자존심 경쟁은 있으나 최종적으론 환자를 완치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협력한다.

남한에선 의사 직업 선호도 높지만

남북한은 의사에 대한 직업 선호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남한은 의사라면 머리가 가장 좋은 사람들만 될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다. 뒤에 ‘사’자가 붙은 전문적 직업 중 하나로 판·검사, 변호사 등과 나란히 한다. 명예도 생기고 돈도 많이 버는 만큼 선망의 직업일 수밖에 없다. 북한도 의사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머리 좋은 사람들은 의사가 되기보다 다른 분야를 선호한다. 특히 남자들이 그러한데 의사는 남자의 직업으론 차선이지 최선이 아니다. 최선은 권력을 쥔 간부가 되는 것이다. 권위주의가 뿌리 깊은데다 보건부문은 여성 집단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병원에 가보면 여의사가 많다. 의과대학에도 남학생은 드물고 여학생들이 우글거린다. 또한 남한 병원에는 남자 간호사가 자연스럽지만 북한에서는 남자가 간호사를 한다면 모자란 사람으로 볼 뿐더러 애초에 간호사 학교에서 남자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개인적 경험으론 남자 의사보다 여자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이 더 좋았다. 살뜰하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세심한 점은 남자 의사들이 못 가진 장점이었다. 남자 의사들은 찢고 자르고 붙이고 봉합하는 외과수술에는 능하지만 다른 것은 여의사들이 더 잘했다.

통일 후 서로 다른 남북한의 보건제도를 어떻게 통일한국형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할지 미리 그 대안을 연구하는 것이 유익한 일일 것이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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