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0

윗동네 리얼스토리 | 북한식 속도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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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71 

북한식 속도전의 뒷모습

지난해 8월 말 두만강 지역을 휩쓴 대홍수에 의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만 채의 주민가옥이 파괴되었다. 이로부터 약 2달이 지난 11월 16일, 북한 정부는 70여 년 만에 일어난 대홍수 피해를 극복하고 새로 지은 아담한 집에 지역 주민들이 입주해 지원된 물자로 걱정 없이 살게 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TV>는 “위대한 장군님의 영도로 대재앙이 들이닥친 두만강 기슭에 전화위복의 기적이 창조되었다.”며 텔레비전을 들여놓은 새집 내외를 영상으로 내 보냈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한 한국의 방송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북한 선전매체가 김정은을 내세우고 그 무슨 은덕을 선전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한마디로 ‘놀고 있네.’다.

두만강 대홍수가 난 이후 복구가 한창일 때 필자는 함경북도의 회령과 무산에 거주하는 지인들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몇 가지만 소개하려 한다. 가전제품과 세간살이까지 말끔히 갖춰진 살림집에 대해 묻자 상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거 방송용이야!”

“그거 하마터면 큰 싸움이 일어날 뻔했소.”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자 “그거 말이요. 마을에서 두 집에만 텔레비전을 들여놓고 촬영을 했는데…. 다 당에서 잘못해 그런 거지 뭐.”라고 했다. 내용인 즉, <조선중앙TV> 방송촬영을 위해 두 집이 선정돼 TV를 들여놨는데 리(里) 당위원회에서는 사전에 촬영용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 다른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물론 옛날 같으면 “감히 어디다 대고! 알아서 했겠거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북한 내부에서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지점까지 이른 터라 그런 걸 보고 가만있을 주민들이 아니다. 리 당사무실에 찾아가 누구 집은 텔레비전을 주고 누구 집은 빼놓느냐고 항의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촬영이 끝난 집에 몰려가 뭘 잘 보였기에 이런 걸 받았냐며 시비를 했다. 결국 그게 촬영용이고 끝나면 회수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다들 픽픽거리며 물러갔다는 이야기다.

웃기는 일이 또 있다. 수해를 입은 집 못지않게 피해가 없던 집도 들볶였다고 한다. 매일 같이 복구현장에 동원되고 뭘 내라고 했는데 내지 않으면 양심 없다며 돈이면 돈, 물자면 물자, 없으면 하다못해 국수 한 사리라도(한 사리에는 1kg, 500g짜리도 있음) 내라고 매일 같이 성화를 받자 주민들끼리 모여 앉아 지원물자를 만들면서 김정은에 대해 별의별 험담을 다 했다는 것이다.

“딱 짚어 말해 봐. 어떤 험담을 했는데?” 하고 묻자 이 사람이 그냥 큭큭 웃으며 하는 말이 “비는 하늘이 내려주고 절은 부처님이 받는다고 말이야. 그렇게 주민 손에서 만들어진 지원물자가 피해 현장에 한 번도 내려와 보지 않은 김정은의 은덕이고 배려로 선전되니 이거 웃기는 일 아니야?”했다. “그게 뭐 어제 오늘 일이야? 만날 그런 꼴이잖아.”라고 하자 이 사람이 하는 말이 “그러니까 이젠 남이 준 물건 갖고 제 명색만 내는 염치없는 놈, 명의도용으로 고소해야 한다며 대놓고 떠들어 흐흐.” “맞는 말이긴 한데 어디다 고소하지?” 내가 묻자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너무 웃겼다. “어디다 고소하긴, 하늘의 옥황상제나 대동강 용왕에게 고소하지. 콱, 평양을 물에 잠그라고! 여기 사람들 그렇게 수군덕거려. 왜 수해가 두만강에 나냐고 말이야. 죄 많은 대동강은 안 덮치고….”

이번 홍수 피해복구에 북한 당국이 부랴부랴 평양의 여명거리 건설하느라 조직했던 돌격대인력을 비롯해 군인들까지 근 10만여 명을 투입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최단기간 내에 집을 지어 주민들을 입주시키지 않으면 국경지역 주민들의 갈 곳은 강 너머뿐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건설기재 총동원령과 함께 형식적으로나마 복구를 끝냈다고 서둘러 선전하는 이유는 주민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또한 대체로 사람과 기재를 동원하면 그에 따른 보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그런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도로 공사도 지방별로, 또 기업과 기관, 공장들에 구간을 지정해주고 언제까지 끝내라고 지시하면 무조건 이를 해내야 한다. 이런 것이 당의 지시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정신이다.

왜 함경북도에서 쓰는 것을 황해도식으로 하나!”

이번 수해복구도 마찬가지다. 함경북도는 물론 전국 아홉 개 도마다 당의 방침으로 지시가 떨어졌다. 그래서 희비극도 벌어졌다. 황해도의 부엌 아궁이는 구멍탄을 때는 식이고 함경도는 갈탄을 때는 식이어서 그 구조가 서로 다르다. 그런데 황해도에서 온 지원자들이 저들 식대로 부엌을 만들어 입주한 지역주민들이 이를 다시 허물고 고쳐 만들면서 눈치도 없고 일할 줄도 모르는 ‘떵해도’(함경도 사람들이 황해도 사람들을 얕잡아 이르는 말) 놈들이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어떤 동원령이든 그것이 입맛에 맞든 안 맞든 정해진 기일 안에 무조건 해야 하는 실정이기에 질보다 빠른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런 일 속도가 바로 북한에서 늘 외쳐대는 ‘속도전’이다. 최단기간 내에 뭔가 했다는 북한의 선전. 그 속내의 허망함이 얼마나 깊은지 독자들은 알까.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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