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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졸업, 다시 출발선에 선 제자들에게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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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졸업, 다시 출발선에 선 제자들에게

 

하늘꿈학교 졸업식이 곧 있을 예정이다. 한 해 동안 함께한 학생들의 졸업식이라 느낌이 남다르다. ‘이 친구들이 대학에 가서 잘 적응할까?’, ‘선택한 전공에는 만족할까?’, ‘남한 친구들과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을까?’ 딸 시집보내는 어미처럼 걱정이 많다. 물론 나의 걱정이 기우이길 빌면서 말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탈북 학생들의 졸업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해마다 감동이 깊긴 하지만, 탈북 학생을 처음 만났던 해에 있던 졸업식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건물을 임대해서 학교로 사용했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대형교회 공간을 빌려 졸업식을 치르게 되었다. 마침 밤새 흰 눈이 내렸다. 누구에게나 ‘첫 정’이 그렇듯, 대입 반을 처음으로 맡아 열정으로 만나 온 친구들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밤새 내린 흰 눈이 도심의 어둠을 가리듯, 탈북 청소년들의 아픈 사연 모두가 눈처럼 깨끗이 씻기고, 새 출발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식장에 도착했다. 후배들이 따뜻한 차를 준비해 선배와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모습이 훈훈했다.

말썽만 피웠는데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드디어 식이 시작되었다. 여느 졸업식과 마찬가지로 내빈 인사 및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난 뒤 시상식이 이어졌다.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선배와 후배가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모든 식이 끝나갈 즈음 갑자기 키가 훤칠하게 큰 남학생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이번에 졸업하는 이기철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말썽만 피우고 막무가내인 저를 어머니처럼 품어 주시며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 말과 함께 기철 학생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선생님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엎드린 채 소리 내어 펑펑 울기까지 했다. 잦은 무단결석에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자는 등 여러 사건·사고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심지는 곧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꿈이 있어 조리학과에 합격한 상태였기에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학생이었다.

나야 글쓰기 수업 때만 만났기에 속 썩을 일이 별로 없었지만, 담임 선생님은 달랐던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울고 있는 기철 학생을 힘껏 안으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 아닌가! 보는 내내 뭉클했다. 선생님도 울고 제자도 우는 진풍경이었다. 조용하던 식장 안이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넘쳤다. 선생님과 재학생 모두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시골에서 자란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학생 대표로 답사를 읽으며 소리 내어 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나를 한없이 품어주던 선생님, 함께 울고 웃던 친구와 헤어진다는 섭섭함이 밀려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었다.

목숨 걸고 넘어온 땅에서 졸업식을 맞는 탈북 학생들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자신들을 어머니처럼 품어주며 밤낮으로 걱정해주던 선생님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때문에 마냥 순종적이지 못했던 나날들이 후회가 되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자리가 바로 졸업식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손 내밀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도전해보렴

요즘 일반 학교에서는 졸업식에 눈물을 짓는다거나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홀가분해 하거나 장난스런 분위기다. 놀라운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록 감동적이던 탈북 학교의 졸업식마저 일반 학교처럼 메마른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탈북 학생들이 담담해졌고 자신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탈북 학생들이 남한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것은 좋지만 정 없는 문화까지 닮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여전히 학교를 사랑하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졸업을 맞으면 좋겠다.

일 년 동안 나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글쓰기도 하면서 내면세계를 가꾸어 온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열정 없이는 어떤 위대한 일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듯 어떤 경우이든 열정의 꽃을 피우며 살기 바란다는 말이다. 열정은 ‘성실’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공중에 뜬 구름이나 마찬가지라는 점도 잊지 말기를.

“사랑한다. 졸업을 맞은 모든 친구들아! 세상이 너희를 향해 손 내밀기를 바라기 전에, 너희가 먼저 도전하렴. 성공은 너희 편이 되어 줄 거야.”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이제 곧 대학생이 됩니다. 입학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A. 대학 입학을 축하해요! 기대되는 마음에 설레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설 것 같네요. 북에서 온 친구들이 대학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선배들의 경험담을 새겨들으며 하나씩 준비하면 돼요.

대학마다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대학에 영어 관련 교양필수과목이 있어요. 그래서 대학졸업뿐만 아니라 취업과 사회적응에 꼭 필요한 영어 공부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할 것을 추천해요.

북에서 온 친구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의 ‘화상영어교육’을 안내해줄게요. 인터넷을 이용해 문법, 발음, 회화 등의 영어 교육을 1:1 실시간 지도로 받을 수 있어요. 학생의 영어 실력을 평가해서 수준별 맞춤학습을 지원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화상영어에 필요한 웹 카메라와 헤드셋 등의 비품은 제공되니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만 있다면 학원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주 2회 진행되기 때문에 꾸준히 복습하고 수업을 들으면 영어실력이 향상될 거예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세한 공지사항을 참고하세요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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