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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세게 붙었다!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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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세게 붙었다!

지난 1월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이자 지난해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22년간 시장을 지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를 방문 했다. 사진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베(왼쪽부터)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두테르테 대통령과 부인 허니렛 아반세냐 여사의 모습

지난 1월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이자 지난해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22년간 시장을 지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를 방문
했다. 사진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베(왼쪽부터)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두테르테 대통령과 부인 허니렛 아반세냐 여사의 모습 ⓒ연합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은 1967년 8월 8일 태국 방콕에서 결성되어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 회원국에 해당한다. 인구 6억3천만 명(세계 3위), 국내총생산(GDP) 2조7천억 달러(세계 7위)에 달하는 거대 단일시장인 아세안은 유럽연합(EU)과 같은 초국가적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순회 의장국은 필리핀이다.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아세안이 풍부한 자원과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비교적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적 접근성, 문화적 동질성 등에서 다른 지역 공동체보다 결속력이 단단하다. 최근 들어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1970~1980년대 아세안 회원국들과 유대를 강화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세안 회원국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현재는 중·일 양국이 아세안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포용정책의 핵심은 자금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해온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최대 걸림돌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다.

남중국해에는 엄청난 자원이 묻혀있다. 현재 2,22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세계 4위 규모)된 것으로 추정되며 천연가스, 망간, 주석, 알루미늄도 대량 매장되어 있다. 또한 이 지역은 풍부한 해산물의 보고이며, 전 세계 대형 유조선의 절반 이상이 통과하는 해상교통의 요지로 전 세계 물동량의 4분의 1이 지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남중국해는 중요한 전략 요충지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필리핀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남중국해의 80%를 9개의 유(U)자 모양 점선으로 감싼 이른바 ‘남해 9단선’을 긋고 이 선의 안쪽 바다는 모두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해 7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 ‘남해 9단선’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불복하고 오히려 인공 섬 7곳을 만들어 군사기지화 하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해왔다.

두테르테의 친중반미 노선 급변하는 남중국해 질서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우방국이다. 특히 미국과는 군사동맹까지 맺고 각종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6월 30일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친중반미(親中反美)’ 노선을 추진하면서 남중국해의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강력하게 벌이면서 마약 용의자는 물론 무고한 민간인까지 사살하는 등 인권을 무시해왔다.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경찰과 자경단에 의해 사살된 사람은 6천여 명이나 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원조 거부 등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게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의 조부는 중국인”이라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오래 전에 필리핀으로 와서 경제와 사회에 중요한 공헌을 해왔다.”고 강조하는 등 중국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폭 양보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협상 체계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대화를 재개할 것을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권국가 간의 협상과 담판을 명시해 미국이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공동성명 내용을 볼 때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외교적으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자국 편이 된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었다. 시 주석은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90억 달러의 차관 등 무려 240억 달러의 자금을 필리핀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해 사회 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7건의 협정과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틀 내에서 필리핀의 철도, 고속도로, 항구 등 기초시설 건설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필리핀 경제발전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고, 필리핀의 농업과 빈곤퇴치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나나 등 열대과일의 수입 금지와 유커(游客)의 필리핀 방문 자제령도 해제했다. 심지어 중국은 필리핀에 마약과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까지 제공했다.

·일의 구애, 필리핀 넘어 베트남으로

중국은 여세를 몰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해온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12일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해양과 안전보장 등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국가로 전략적인 의미가 큰 운명공동체”라면서 “해상 문제 해결을 정치적 기초로 해상 공동개발과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쫑 서기장도 “해상 협력을 강화하면서 무역, 투자, 관광, 국방, 안보, 민간교류 등에서 더욱 큰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공동성명에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면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수칙(COC)을 서둘러 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아세안은 지난 2002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해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을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COC는 아직도 제정되지 않고 있다. 오는 4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COC 제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베트남이 반중 노선을 어느 정도 친중 노선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될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당장 트럼프 미국 정부의 TPP 탈퇴 선언과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의 움직임이 중국으로 기우는 조짐을 보이자 일본도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아세안 회원국들을 향한 구애작전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새해 벽두부터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을 순방했다. 특히 필리핀과 베트남 방문에서 선심공세를 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12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필리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일본이 앞으로 5년간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간투자 등 총 1조 엔(10조3256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지금까지 단일국가에 제공한 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아베 총리와 두테르테 대통령은 해양과 안보 협력 증진 방안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중국의 군비 증강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과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어떤 종류의 위협이 있더라도 해양 안전과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법의 지배’를 강조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필리핀의 마약중독자 재활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과 달리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해온 마약과의 전쟁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13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텃밭인 남부 다바오 시를 방문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바오 시를 방문한 외국 정상은 아베 총리가 사상 최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곳에서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22년간이나 시장을 지냈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 집에서 함께 아침식사로 약밥과 비슷한 필리핀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의 우호적인 행보에 감동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낡은 모기장이 있는 자신의 침실까지 아베 총리에게 보여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함께 필리핀 국조인 독수리의 명명식에도 참석해 야생 암컷 독수리에 ‘사쿠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베 총리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커다란 선물 보따리와 함께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인 의도는 필리핀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에서 패권 확대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달래면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더 나아가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16일과 17일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푹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와 관련, 국제법에 따른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베트남과의 해양협력 강화를 위해 신형 순시선 여섯 척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베트남에 1,200억 엔(1조2440억 원)의 신규 차관을 제공하는 등 경제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의 의도는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베트남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국가다. 일본은 베트남을 새로운 수출 및 생산기지로 만들어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속셈까지 보여 왔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으로 대거 공장을 옮기고 있다.

동남아 경제는 사실상 화교 영향권 중국, 유리한 고지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을 볼 때 아세안의 주도권을 어느 나라가 잡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동남아 지역 경제를 사실상 화교자본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교는 아세안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역내자본의 70%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상위 10대 재벌을 화교계가 휩쓸고 있고, 200대 기업의 70%도 화교계이다. 태국도 25대 재벌 중 23개가 화교계 소유이며 금융업의 80%를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제조업의 1/3을 화교가 쥐고 있다. 화교들은 중국 정부의 아세안 진출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매년 아세안 지역 청소년 1천 명을 초청하여 교육까지 시키고 있다. 물론 일본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세안 지역을 대부분 점령해 통치한 경험과 지금까지 경제협력을 통해 축적해온 노하우가 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경우 일본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세할 수도 있다. 아세안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중·일 양국의 아세안에 대한 패권 다툼은 앞으로 더욱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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