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기획 | 엘리트층 향한 공포통치는 계속된다 / 정치(政治)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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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사회주의강국의 꿈, 2017 김정은의 카드는?

엘리트층 향한 공포통치는 계속된다 | 정치(政治)

지난 1월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지난 1월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 서두에서 지난해 이룩한 업적으로 노동당 제7차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대정치축전’이라고 말한 그대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정치적 행사였으며, 그 목표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이었다. 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그동안 사용했던 ‘제1비서’라는 불편한 딱지를 떼고 노동당 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자신만의 직함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매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의 호칭을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수령은 김일성, 영도자는 김정일에게 붙었던 호칭으로 김정은이 선대에 버금가는 우상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노동당 제7차 대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자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신년사 곳곳에는 불안과 초조, 그리고 새로운 폭정을 예고하는 대목이 들어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개최된 노동당 초급당위원장 대회에서도 “관료주의, 세도와 부정부패가 혁명을 망치고 있다.”고 질책했다. 김정은은 이를 없애는 것을 ‘주타격방향’으로 삼고, ‘일대 사상공세’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에서 사상투쟁은 곧 유혈숙청을 의미한다. 전국 규모의 대형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매체가 초급당위원장 대회 개최를 보도한 것은 불과 행사 일주일 전이었다. 행사가 급박하게 치러졌다는 이야기다.

김정은이 초급당위원장 대회에서 비판한 내용들은 신년사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역사에 유례없는 시련을 웃으며 헤쳐 왔다.”고 했지만 그 시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신 김정은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겠으며, 당과 인민대중을 갈라놓으려는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패배주의와 보신주의, 형식주의, 요령주의와 결별하고 당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의 말미에 “언제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음”을 자책하고 “인민의 충북이 되어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집권 5년간 340여 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약속이 예사롭지 않다. 신년사에 나타난 경고와 자책이 새롭게 시작될 대규모의 공포정치와 유혈숙청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는 까닭이다.

김정은, 집권 5년 경과 권력기반 여전히 공고하지 못해

권력승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집권 5년을 경과하고 있다. 이영호 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과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등 권력실세들을 주저 없이 유혈숙청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신년사 곳곳에 배어 있는 불만이 상징하듯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아직 공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김정은의 권력 안정성은 핵심 엘리트층의 자발적인 충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안세력을 활용한 공포정치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북한 최고위급 엘리트층이 하루살이와 같은 운명에 처해있는 것과 달리 황병서, 조연준, 조용원, 김기남, 김원홍, 최부일, 김영철 등 공안기관의 핵심 세력들은 김정은 집권 5년간 자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이들은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그리고 정찰총국 등 북한 5대 공안기관의 수장이거나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다. 최고위급 엘리트 층에 대한 지속적인 유혈숙청과 야전군에 대한 변덕스러운 견장정치는 김정은이 아직 엘리트와 군의 자발적 충성을 유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해도 김정은의 엘리트층에 대한 공안통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역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헌신분투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김일성의 집권기를 의미한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끊임없는 노력동원과 내핍, 밤낮없는 주체사상 학습에 시달려야 했지만 김일성의 권력기반만큼은 공고했던 시기였다. 그 40여 년 전의 시기를 북한의 이상향으로 설정한 김정은이 2017년 신년 벽두 그 시기로 되돌아가겠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한 셈이다. 그만큼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취약하다는 반증이며, 따라서 올해에도 주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와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홀로서기 한계 직면 다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로?

김정은 우상화의 본격화가 성공할지의 여부에도 의문이 있다. 예상과 달리 지난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이 도발 없이 조용히 지나간 것도 아직 불안한 권력기반과 관계가 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가 북한에서 천시하는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은 백두혈통을 강조해야하는 김정은에게 영원한 숙제인 셈이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생모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항일빨치산과 같은 정치적 자산도, 김정일처럼 20여 년간 후계승계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인맥을 형성하고 국정운영의 노하우를 축적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도한 지난 1월 1일자 <노동신문> 상단 구호의 김일성과 김정일의 명칭에는 그 동안 빠져 있던 ‘위대한 수령’,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이 다시 추가되었다. 홀로서기의 한계에 직면한 김정은이 다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 및 정치적 자산에 기대려 한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에 망명한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는 북한의 최고위 엘리트들이 김정은에게 마지못해 충성을 하는 시늉을 하고 있고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주민들도 밤에는 이불 속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모든 독재체제가 일거에 급격히 붕괴되는 것은 정권의 안정성이 엘리트들과 주민들의 자발적 충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년사가 새로운 폭정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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