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특집 | ‘시황제’ 시진핑 … 핵심이익은 절대 양보 없다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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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스트롱 맨, 동북아를 흔들다!

시황제시진핑 … 핵심이익은 절대 양보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춘제(음력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23일 베이징 서북쪽 허베이성 장자커우 소재 제65집단군을 방문해 장병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군 간부와 인민해방군 병사들에게 “깨끗한 군대 개혁”을 강조하며 반(反)부패를 실천하고 당의 지시를 받들어 개혁·훈련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춘제(음력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23일 베이징 서북쪽 허베이성 장자커우 소재 제65집단군을 방문해 장병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군
간부와 인민해방군 병사들에게 “깨끗한 군대 개혁”을 강조하며 반(反)부패를 실천하고 당의 지시를 받들어 개혁·훈련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동아시아에서 미·중·일·러 4강의 지도자가 모두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을 표방하는 ‘스트롱 맨(Strong Man)’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대외정책에서 지도자 개인의 결정과 선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는 스트롱 맨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두 국방력 확대를 표방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탄탄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스트롱 맨 시대의 개막은 동아시아의 안정을 흔들고 기존 질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진핑, 관례 깨며 경제정책 도맡아 종신권력 노리나?

중국의 경우 시진핑 주석은 최근 핵심지도자 칭호를 쟁취하여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진정한 스트롱 맨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가을에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시진핑에게 ‘핵심’ 칭호를 부여했다. 핵심 지위의 부여는 집단지도체제라는 현행 시스템의 수평적 정책결정구조에서 시진핑 개인이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장쩌민의 경우 ‘핵심’ 칭호는 그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보완해주기 위해 덩샤오핑이 부여한 것이었지만 시진핑의 경우는 정적들을 제거하고 스스로 쟁취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내세우며 등장한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반(反)부패 투쟁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면서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중국에서는 그 동안 대외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외사영도소조(外事領導小組)의 조장은 국가주석이 맡고 경제운영은 총리에게 맡긴다는 묵계가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당내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의 조장까지 맡음으로써 이러한 관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오는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69살이 되는 시진핑이 그 동안 당 총서기의 통상적 임기였던 10년을 뛰어 넘어 종신권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찍부터 중국 내외에서는 시진핑을 이른바 ‘시황제’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확실시되는 것은 ‘핵심’ 칭호를 부여받은 시진핑이 더 강력해진 권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며, 변화를 이끌어낼 조건을 구비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이른바 ‘사해 문제’라는 심각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관계는 남중국해 문제, 동중국해 문제, 양안관계, 사드 문제, 북핵 문제 등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외교·안보 상의 도전요인은 시진핑 리더십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숙제일 뿐 아니라 중국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집권 이후 시진핑은 ‘친(親), 성(誠), 혜(惠), 용(容)’이라는 주변외교의 개념을 제시하며 안정적인 주변국관계를 강조해 왔지만, 갈등적 국제정세에 부딪힐 때마다 중국지도부의 구호와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7월 헤이그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이후 남중국해 문제는 일견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조금도 양보할 기색이 없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관계 및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등장 이후 정부 간 대화가 중단된 양안관계 역시 긴장완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올해 한국에 사드배치가 완료된다면 한·중관계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북한은 언제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통해서 대북압박과 관련된 중국의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시진핑 리더십에게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사해 문제’의 딜레마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해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정치·경제의 주도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 대상은 미국이다. 중국은 대미관계에서 ‘핵심이익(core interest)’ 분야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신중모드를 유지하면서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향후 미·중관계의 전개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시진핑과 트럼프라는 두 지도자의 개성이 어떻게 양국 간 대립사안에서 조화를 이뤄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진핑은 ‘핵심’ 칭호를 수여받음으로써 외교·안보의 쟁점 사안에서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 역시 강한 개성과 아웃사이더 기질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과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외교기조는 적극적 면모를 추구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벗어나 ‘유소작위(有所作爲)’와 ‘분발유위(奮發有爲)’의 방향으로 발전해갔지만 대미관계에서는 비교적 신중모드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 주도의 질서가 구현되고 있으며,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으로서는 섣부르게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펼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아직도 미국과 본격적인 일합(一合)을 겨루기에 자신의 힘(power)이 열세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고도 경제성장의 시기를 지나 중국 경제가 힘겨운 고비를 넘어야만 하는 순간에 미국과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대립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시진핑은 등장 이후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강조하면서 ‘미국과 신뢰를 증진하고 경계심을 해소하며 새로운 협력관계를 창출하자’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영토주권과 해양권익 결연히 수호할 것

그러나 시진핑은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에 관해서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중국은 평화 발전을 견지하면서도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며, 이 문제는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남중국해 영유권 등 영토주권 차원의 문제에 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진핑은 올해 가을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를 통해 집권 제2기에 들어서게 되고 이와 동시에 1인 지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 시진핑으로서는 강력해진 권위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외교정책 결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민족주의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의 양태가 갈수록 두드러질 수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힘에 의한 이익 관철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중관계 관련 주요 발언들은 양국 간 갈등 사안에 대한 협상과 양보의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지난 1971년 미·중 접촉과 대만의 유엔 축출 이후 45년 동안 유지됐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건드리며 중국을 자극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자극적 언행은 시진핑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으로, 두 지도자 간 상대방 길들이기 차원에서 공세전략이 우세하게 될 경우 미·중관계는 안정보다 대립과 마찰이 주류를 형성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상호불안정을 회피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인식 하에 신중한 탐색전의 행태를 보인다면 조심스런 협력의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보자면 향후 ‘스트롱 맨’이 주도하는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질서는 ‘강 대 강’의 형세를 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시진핑의 강한 리더십은 한·중관계의 발전에도 빛과 그림자의 양면을 제시한다. 한·중관계는 사드 배치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배경에는 시진핑이 직접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드 배치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막강한 1인 지배체제를 확보한 시진핑이 사드에 반대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변화나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커다란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드에 관한 시진핑의 복심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도 바뀌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중관계 개선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아시아에서 ‘스트롱 맨’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한국 외교는 상당기간 리더십 공백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언제든지 제6차 핵실험의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있어 한반도 정세는 ‘강 대 강’ 국면에서 최악의 예측불허 상태로 흐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향후 스트롱 맨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외교 격랑 속에서 한국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떠한 준비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상설기구 ·중관계 검토위원회설치 고려해볼만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당면한 리더십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확정된 정상의 해외순방 일정이 없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해도 한·미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것이라고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다. 한·미 정상회담이 지연될수록 북핵 및 한·미동맹 관련 입장 조율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고 한·미가 일치된 대북정책을 전개할지도 의문인 상태다.

이처럼 우리가 당면한 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연계망을 보다 긴밀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정세변화 요인 및 갈등 사안에 대한 세밀하고 상시적인 분석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선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중장기적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미·중관계 검토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부설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아울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롱 맨’이 주도하는 외교 격랑이 몰려온다 해도 당당하고 원칙 있는 외교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내외적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켜야 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한·미동맹에 기초한 외교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듯이 우리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에 있어서는 뜻을 굽히지 않는 등 원칙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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