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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강성 리더들의 각축전 … 한국,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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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성 리더들의 각축전 … 한국, 준비되어 있는가?

2017년을 맞았지만 우리에게는 연초부터 복잡한 외교적 시련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고, 보복으로 보이는 다양한 제재조치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지난 2015년 12월 28일의 양국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임을 강조하면서 10억 엔을 지원했으니 한국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대사를 불러들이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일본 외상이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라는 망언을 쏟아 냈다. 북한의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북한이 ‘동방의 핵 강국, 군사강국’이 됐다고 강조했고, <조선중앙통신>은 ‘지도자의 결정에 따라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대륙간탄도탄(ICBM)이 발사될 것임을 선포해 핵보유국 행보를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모두 공전의 국정공백 상태에서 대응이 쉽지 않은 중요 사안들이다.

강성 지도자들 자국 우선주의, 동북아 신냉전 도래 우려돼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강국들이 이른바 ‘스트롱 맨(Strong Man)’, 즉 강성 지도자 전성시대를 맞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이미 자국에서 절대 권력을 다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 지도자와 더불어 전혀 다른 스타일로 불확실성을 주도해 나갈 미국의 트럼프가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직설적 화법과 사업가적 기질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을 내세워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여기에 ‘중국의 꿈(中國夢)’을 통한 대국주의를 선언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에 대항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남중국해 영토의 주권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미국과 각을 세우는 기싸움에 돌입했다.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 내전으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유럽의 제재를 받았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자국에 우호적인 트럼프 정권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 애쓰면서 ‘러시아는 강하고 특별한 국가’라며 자국의 부활을 도모하는 중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우익 보수 계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를 향해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나같이 강성인 이들은 모두 자국 중심주의와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과거의 강한 국력에 대한 회고적이고 향수적인 민족주의(Nostalgic Nationalism)를 지향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정권 출범 초기의 일부 혼란 상황으로 지지율이 당선 직후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민주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아베 총리 역시 해당국 내에서 독보적 정치 지위를 갖고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은 민족주의적 권위를 적절히 포장해 국내 여론을 결집하고 내부적 문제를 외부로 확장해 내부 공격을 무력화하는 비민주적인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국내 견제 세력의 부재로 인해 향후 4~5년 이상 집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다 같이 ‘강성’ 이미지를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능력 강화 등 군사력 증강을 천명하면서 미국 중심의 질서 유지를 계속 추구할 것임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신년사에서는 처음으로 ‘주권’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건드리는 미국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에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푸틴 역시 핵 능력 강화를 통한 러시아의 부활을 예고했으며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지키는 평화보다는 공격적 행태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천명해 강한 일본 건설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열강의 세력이 교차하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교차점인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요 강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강조는 신 냉전 시대의 도래를 우려케 한다. 이념지향적인 구 냉전 질서와는 다른 구도에서 이전보다 상대적 영향력이 축소된 미국을 두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이익 추구라는 무한 경쟁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각국은 치열한 밀고 당기기와 선택적 개입을 펼치며 협력과 갈등을 경험할 것이다.

외교·안보에 한 목소리 낼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 도출돼야

이제 세계적 이슈가 집중돼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도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복잡한 파워 게임이 시작된다. 이들은 자국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양자 협상이나 대화 등 ‘그들만의 리그’로 문제를 재단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최대 관심사이며 생존 문제인 북핵 문제 처리와 관련해 미·중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게 되기 십상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북핵을 둘러싼 국제 공조가 어긋날 경우 외교·안보 문제가 첨예화될 것이고 최근 대선 예비 주자들의 언동에서도 나타나듯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이 정치사회적 혼란을 부축이게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우리의 대북 대응 능력과 대외 교섭력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강대국 세력의 각축장이었고, 그 과정에서 강대국들은 직접적 충돌보다는 우회적 방법으로 우리를 압박하곤 하였다. 지금도 우리는 북한의 핵 개발과 핵 보유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방어 수단에 불과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주가 되는 본말전도 현상을 겪고 있다. 외교는 자국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우리 상황을 스스로가 직시하지 못하고, 특히 외교·안보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할 게 뻔하다. 외교·안보 정책 설정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위기에 직면한 한국 외교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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