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3월 1일 0

북에서 온 내친구 | “선생님, 저 재활물리치료사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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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25

선생님, 저 재활물리치료사 됐어요!”

꽤 오랫동안 탈북학교에 나가며 어려운 일도 있지만 가슴 뭉클한 순간이 더 많았다. 이제는 탈북학교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어 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박봉이라는 여건과는 관계없이 사람을 키우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분홍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던 봄날이었다. 학교가 성남으로 이전 중이라 교무실이 우중충했지만 봄빛이 들어와 기분 좋은 오후였다. 수업을 마치고 교장 선생님과 함께 학교 제반적인 상황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졸업생 한 명이 들어왔다. 나도 잘 아는 여학생이었다. 그녀가 교무실로 들어오며 짓는 화사한 미소에 온 세상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들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 싶더라고요

“선생님. 저 재활물리치료사로 취직했습니다. 오늘 휴가라 모처럼 학교에 인사하러 왔어요. 너무나 학교에 오고 싶었어요.” 인애는 터질 듯한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교장 선생님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애를 껴안았다. “축하해. 정말 자랑스럽다.”, “선생님들 말씀 듣기 잘했습니다. 학교 이름보다는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해서 학교를 선택하라는 말씀이 막상 대학에 들어가보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날 인애는 일해서 받은 월급으로 선생님들께 드릴 케이크를 사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며 쉼 없이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제가 직접 환자들을 돌보면서 선생님들 생각 많이 났습니다. 재활 환자들이 말을 안 들어서 속이 상할 때가 많거든요.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들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 싶더라고요.” 선생님들의 얼굴에 퍼지는 뿌듯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취직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학교 선생님을 찾아 온 졸업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인애가 대기업에 취업을 한 것도 아니고 검사나 판사 혹은 변호사가 되어 돌아온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유난이냐고 묻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건 탈북학생들의 현주소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교육체제가 다른 남한에 와서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북에서 온 친구들도 기왕이면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데,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려운 실상을 교사들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말려도 기어이 명문 대학에 들어갔다가 중도하차한 경우를 많이 본 탓에 학교에서는 좀 더 강하게 학생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해서 대학을 선택하도록 하자.” 거의 학교의 모토처럼 정해진 규칙이었다. 드디어 그 방침에 맞춰 대학에 간 졸업생이 취직을 해 인사를 온 것이라 더욱 감회가 깊었다.

무조건 대학 간판? 중요한 것은 적성 찾기!

인애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남한에 내려와 낯선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점을 감안해 정부에서 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부하고 싶은 열망만 있으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놓았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처음에는 남한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B학점 이상만 받으면 등록금 혜택도 누리면서 공부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는 대학 입학 초기에 D학점을 받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기를 쓰고 공부해서 나중에는 평점 4.0이라는 놀라운 점수로 졸업을 한 학생도 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성실함과 노력이 그들을 성숙시키고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애처럼 자신의 길을 찾는 학생들이 점점 늘었다. 명분이나 허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공부하다보면 취업도 비교적 쉽게 되는 편이었다.

졸업생 중에는 사회복지사라든가 간호사, 조리사 등 자격증을 갖고 사회로 진출한 이들이 꽤 많다. 매년 학교 홈커밍데이 때마다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만나러 와서 여러 가지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나는 취업해서 당당하게 나타난 졸업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희망’이다. 그들은 남과 북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주인공이 될 것이다. 각기 배운 대로 통일 후 고향에 돌아가 전공을 살리며 살아가는 것은 그들의 꿈이자 통일 후의 세상을 바라보는 온 국민의 염원일 것이다. 올 봄에도 취직을 한 졸업생 중 누군가 꽃보다 더 예쁜 얼굴로 나타날 것을 확신한다. 벌써부터 그들이 기다려진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저는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곧장 취업하고 싶어요.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소개할게요. 남한에 정착한지 5년 이내인 만 18세 이상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해요.

먼저, 직업 상담을 통해 ‘취업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취업경로를 설정해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무엇이며, 어떠한 직장에 취업해야 할지 집중적인 상담을 통해 찾아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어요.

다음으로는 계획대로 실행해야겠죠? 직업훈련에 참가한 후 이와 관련한 단기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이에요. 이때 1인당 300만원 한도에서 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어요. 또한 매월 훈련수당도 지급받을 수 있어요. 일반 국민의 경우 훈련비는 200만원 한도이고 20~40%의 본인 부담 비용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일자리 알선이나 동행면접과 같은 실제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해줘요. 그리고 취업에 성공하면 취업성공수당도 지급받을 수 있어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취업성공패키지’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문의해보세요.

전화 1588-1919      홈페이지 www.moel.go.kr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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