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3월 1일

글로벌포커스 WHY? | 핵 합의 깨지나? 미국-이란 갈등 속사정은?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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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핵 합의 깨지나? 미국이란 갈등 속사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시무식에서 연설 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갖고 이란 핵 합의에 따른 ‘이란의 위협’에 함께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시무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갖고 이란 핵 합의에 따른 ‘이란의 위협’에 함께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를 깨뜨릴지의 여부에 이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운동 기간 중 “이란과의 핵 합의는 재앙이자 최악의 거래”라면서 “대통령이 되면 이란과의 핵 합의 폐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 자신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미국·멕시코의 국경장벽 설치,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각종 공약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기존 합의를 뒤엎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공약 이행 조치에 크게 놀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이란과의 핵 합의, 폐기 또는 수정해야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월 3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개인 13명과 단체 12개에 대해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제재 조치가 나온 것은 이란이 지난 1월 29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기 때문이다. 제재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다 죽어가는 상태로 무너지기 직전이었는데 미국이 1,500억 달러(172조 원) 상당의 핵 합의라는 형태로 생명줄을 건넸다.”면서 “이란은 미국이 체결한 형편없는 협상(핵 관련)에 감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이란에 대한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년과는 달리 이란에 대해 계속 단호하게 나갈 것이고, 이번 제재는 그런 기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경한 행보는 이란과의 핵 합의를 폐기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핵 합의는 이란이 지난 2015년 7월 14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및 독일의 주요 6개국(P5+1)과 협상을 통해 타결한 이른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말한다. 주요 6개국과 이란은 지난해 1월 JCPOA를 각국 의회에서 비준을 거쳐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해제했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 합의로 이란은 향후 10년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숫자를 1/3로 줄이고,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는 대신 농축 연구와 개발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이란 핵 활동과 시설에 대한 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의심되는 시설을 조사할 수 있지만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양측의 핵 합의가 성사된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해왔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한편 로하니 대통령은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따른 심각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핵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간주해왔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일치로 인해 핵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에는 이란 핵 합의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참모와 장관들이 수두룩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 등은 모두 이란에 대한 강경파다. 의회도 이란 핵 합의를 마뜩찮게 보고 있다. 공화당은 그동안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해온 이란과의 핵 협상을 사사건건 트집 잡아왔다.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 핵 합의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이란 핵 합의 폐기를 강력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친이스라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이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선제적으로 핵 합의를 폐기하는 방안. 둘째, 이란을 압박해 핵 합의를 먼저 폐기하도록 하는 방안. 셋째,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핵 합의를 대폭 수정하는 방안 등이다. 핵 합의는 미국과 이란 간 맺은 조약이 아니라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맺은 조약이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는 없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이란 핵 합의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통해 이란을 압박하면서 이란이 견디다 못해 핵 합의를 스스로 폐기하거나 협상장에 다시 나오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북한 핵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란 온건·개혁파는 유지’, 강경·보수파는 폐기도 불사

트럼프 정부의 전략에 맞서 이란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란의 정치 역학 구도를 보면 온건·개혁파와 보수·강경파의 입장이 다른데, 로하니 대통령과 온건·개혁파는 이란 정치체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에는 신정(神政)체제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는데, 이는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제도를 말한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북한의 수령체제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체제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란의 국가최고지도자 겸 군 최고통수권자는 로하니 대통령이 아니라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다. 대통령 인준과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 하메네이는 입법,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의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

신정체제는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에서 비롯됐다. 호메이니는 당시 팔레비 왕조를 붕괴시킨 후 이슬람 헌법을 제정했다. 이후 자신이 주도한 이슬람 혁명과 신정체제를 지키기 위해 혁명수비대를 만들었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과 정보 및 특수부대, 미사일부대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엘리트 조직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였다. 현재 이란의 정치권력은 혁명수비대의 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주요 지방 자치단체장 등 각종 요직들도 혁명수비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핵 합의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것도 자신들의 정치권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란의 온건·개혁파는 핵 합의 덕분에 지난해 2월 실시된 총선에서 의회(마즐리스) 전체 290석 중 절반이 넘는 158석을 차지해 혁명수비대 출신이 주축인 보수·강경파에 압승했다. 이란 총선에서 온건·개혁파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2000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의회 권력 지형이 역전된 셈이다. 게다가 총선과 동시에 실시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도 온건·개혁파는 전체 88석 중 52석을 차지하면서 보수·강경파를 압도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이란 신정체제의 정점인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기관이다. 임기 8년의 위원들은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고령(78)인데다가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차기 최고지도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란, 핵 합의 존폐 두고 정면충돌 할 수도

로하니 대통령이 앞으로도 개방·개혁 정책에 박차를 가하려면 핵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란에서는 오는 5월 19일 대선이 실시된다. 만약 대선 전에 트럼프가 핵 합의를 폐기할 경우, 로하니 대통령은 오는 대선에서 낙선하거나 가까스로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로하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로하니 대통령이 “핵 합의는 국제사회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보수·강경파의 득세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의 보수·강경파는 트럼프가 핵 합의를 깨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보수·강경파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길 수 있는 촉매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혁명수비대는 로하니 대통령과 온건·중도파가 대선 승리의 카드라고 생각하고 있는 핵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할 경우 자신들이 득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메네이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하메네이는 차기 최고지도자로 강경파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57)를 밀고 있다. 검찰총장을 지낸 라이시는 이란 최대 재단인 ‘아스탄 에 쿠즈 라자비’의 책임자다. 이 재단은 이란 제2의 도시이자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 성지인 마슈하드에 있는 제8대 이맘인 레자의 영묘를 관리하고 있다. 매년 2,200만 명의 시아파 신자들이 참배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때문에 라이시는 최고 성지의 수호자라는 말을 들어왔다. 마슈하드는 하메네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라이시는 하메네이의 이너서클과 가까우며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세예드(seyed)로서 검은 터번을 두르고 있다. 라이시는 또한 혁명수비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반면 온건·개혁파는 호메이니의 손자이자 개혁 성향을 보여 온 하산 호메이니(43)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밀고 있다.

하메네이는 최근 들어 미국을 자극하는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싫다’라는 말”이라면서 “그 어떤 세력도 이란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메네이는 “미국이 핵 합의를 폐기하면 이란은 거기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또한 “미국과의 진짜 전쟁은 경제 전쟁”이라며 “제재 조치를 내리고 이란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이들을 막는 것이 미국이 이란을 위협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하메네이는 자신의 후계자로 보수·강경파 성직자가 됨으로써 이란의 신정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혁명수비대 등 보수·강경파가 핵 합의를 스스로 깰 수도 있다.

이란 핵 합의가 깨질 경우 미국과 이란이 다시 핵 문제를 놓고 정면 대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동지역에서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전쟁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이란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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