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3월 1일 0

시론 | 김정남 피살과 김정은 최악의 악수(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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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남 피살과 김정은 최악의 악수(惡手)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피살됐다. 북한 공작원의 사주를 받은 동남아시아 여성 2명에게 독침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여성 2명을 추적해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등 다국적 인물로 구성된 국제 청부살인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마찰을 고려하여 은밀하게 제3국인을 고용하는 다국적 살인을 저질렀다. 김정남은 2010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된 후 암살 위협을 피해 해외를 전전하며 살아왔고, 2011년 김정일 사망 때는 평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동안 중국과 마카오·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일대를 떠돌며 낭인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설, 망명설 등이 워낙 여러 번 돌았기 때문에 그의 신변은 항상 국제적인 관심사였다. 북한 당국이 그를 죽이려 해도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김정남은 결국 살해당했다. 김정은 정권의 광기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정원도 지난 2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일정 시한 이내에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명령인 ‘스탠딩 오더’로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백주 대낮에 국제공항에서 외국인들을 동원하여 이복형을 청부 살해한 김정은의 잔혹함과 포악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특히 김정남이 평양에 살려달라는 편지를 보내 생명을 구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암살을 저지른 김정은의 편집적인 괴이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에 경제 개방론자인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총으로 쏘아 죽였다. 죽이기 전 국가보위부원들이 끌고나가는 장면까지 공개했다. 북한 인권운동 단체인 북한전략센터는 이 당시 처형·고문·숙청당한 사람이 1천여 명에 이른다고 집계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후에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 최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숙청은 내부적으로 권력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김정은 스스로 묘혈을 판 것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 지도부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지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정상적인 정권이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손에 쥐지 못하도록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전모는 곧 밝혀지겠지만 김정은의 국제적 입지는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 주재 한 서방언론은 “이번 일은 자신의 포악성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김정은 스스로 묘혈을 팠다.”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데다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마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최악의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특히 북한 정권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까지 위협한다는 주장이 확산돼 북한 정권 교체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설득이나 협상으로 북한 정권의 위험성을 순화하거나 제거할 수 없으며 오직 정권 교체만이 세계 평화와 북한 주민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그동안 보호해 온 김정남이 피살돼 모욕을 느꼈을 중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을 돕겠다고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중국도 더 이상 북한을 묵인·방조할 명분이 없다. 결국 김정남 살해는 북한 정권의 제 무덤 파기나 다름없다. 집권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 본 적 없는 김정은의 ‘우물 안 개구리’ 식 맹동주의(盲動主義)는 절대고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북한 내부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 옌지(延吉) 등 외부와 연락하는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이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김정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아마 김정은에게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드러난 정황에도 불구하고 사건 열흘만인 지난 2월 23일 공식 성명을 내고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공화국 공민의 불상사’로 규정하며 ‘독살설’을 전면 부인했다.

북한 내부 극도로 민감 사건 미제 결론 가능성도

김정일의 75회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취재하다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접한 <CNN> 윌 리플리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표현했다. <CNN> 취재진이 당국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해당 사건을 질문했지만 “북한인 통역사는 아예 질문을 통역해 주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를 수용하여 부검과 조사결과가 끝나는 대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구체적인 살해지시가 배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미제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치밀함과 교묘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북한 정권의 만행으로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제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 정권의 반인권 문제를 주요 국제 안보의제로 올리는 데도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반인권적·반인륜적 범죄 혐의를 들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추가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이미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처형·고문한 혐의로 ICC에 고발된 만큼 이번 테러 혐의를 추가해 법정에 세우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ICC도 반인권·반인도주의적인 공포정치로 권력유지를 꾀하는 김정은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으면 존재 의미 자체가 없다.

남성욱 /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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