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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강을 건너라 몸값이 뛸지니!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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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74

강을 건너라 몸값이 뛸지니!

 

흔히 자정이 지나면 아침까지 자연만이 숨을 쉰다고 말한다. 그런데 공장도 없고 인적이 드문 심심산천의 북·중 접경지역에서 언제부터인가 자정 무렵이 되면 때 아닌 소란이 벌어진다. 양강도 혜산 지역의 압록강과 함북 무산 쪽 두만강 기슭은 삼경만 지나면 염소 울음소리로 요란스럽기 짝이 없다. 바로 북한 지역에서 중국으로 넘겨 보내는 밀수, 다시 말해 염소 장사가 이 시간에 성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8월에 한국에 입국한 최모 씨의 말을 빌면 염소의 강 타기 장면은 들을수록 실소를 자아냈다. 밀수 가격은 무게로 계산되는데 평균으로 치면 대략 북한 돈 15만~16만 원이다. 국내에서 사서 강을 넘기면 가격의 20% 정도 이익이 나기에 염소 밀수가 성행한다고 한다. 양(羊)도 밀수를 하면 돈깨나 벌 수 있지만 이놈은 앞에서 끌면 발을 벋디디고 가지 않아서 제외되는 반면, 잘 끌리는 염소는 한 번에 10여 마리, 많게는 30여 마리까지 강을 건넌다.

중국에서 엄연히 법으로 금지하는 일이기에 야밤삼경에 몰래 이루어지는데, 밀수 방법은 여러 가지다. 중국 밀수꾼들이 배를 가지고 와 넘겨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목줄을 매어 끌어가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이때는 중국 쪽에서 가는 밧줄에 쇳덩이 같은 것을 매달아 북한 쪽에 던진다. 이쪽 기슭에 밧줄이 넘어오면 그걸 염소 목에 두른 띠에 두세 마리씩 연결해 당겨 가는데 이때 염소는 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매애- 매애-’ 하고 중국 쪽 기슭에 닿을 때까지 울어댄다. 국경경비대를 끼고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지만 그 모습을 보며 밀수꾼들은 “염소가 애국심이 높네. 나라를 떠나기 싫은가 봐.” 하고 키득거린다.

염소 밀수 성행 무게 늘리려고 강냉이 먹여 불리기도

거래되는 염소는 대체로 무게가 50~60kg정도 된다. 그렇게 무게가 많이 나가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염소를 며칠씩 굶겼다가 바짝 마른 강냉이나 닦은 강냉이를 먹인다. 그 다음 물을 10~20리터 정도 먹인다. 뱃속에 물이 들어가면 마른 먹이가 불어서 배가 남산만 해진다. 1kg에 3천~4천 원 정도 값을 치기때문에 무게를 최대한으로 불리려고 그렇게 한다.

염소뿐만이 아닌 개, 돼지(새끼)와 산짐승에 해당하는 노루, 꿩, 산돼지 등도 밀수품이다. 개는 털이 많은 털개보다 짧은 싸리개(삽살개)나 노란개가 잘 팔린다고 한다. 다섯 마리 정도 묶어서 넘기는데 넘어가서 풀어놓을 때 달려들지 못하도록 강압적으로 술을 먹이기도 한다. 가격은 북한 돈으로 14만 원 정도이고 마리당 2만 원에서 많게는 2만 5천 원 정도 이윤이 난다고 한다. 노루 같은 산짐승은 음력설을 계기로 많이 넘겨 보내는데 꽁꽁 얼려서 마리당 12만~15만 원 정도로 판다. 꿩은 음력설 전에 넘어 가는데 털이 예쁜 장끼가 잘 팔리고 음력설이 지나면 닭보다 싸게 팔리기도 한다.

다음으로 성행하는 것은 금속 밀수다. 금, 은, 동, 몰리브덴 등과 같은 희유금속의 경우 북한과 중국의 가격대 차이는 크지만 이윤이 적다. 금의 경우 99.9%의 순도라고 북한에서 사서 넘기지만 중국에 넘어가면 70%라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검사를 다시 하려면 검사비로 1천 위안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큰 돈 내고 검사하느니 70% 가격대로 넘겨 빨리 회전하는 게 더 이윤을 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약초도 많이 밀수한다. 품목은 오미자, 마가목, 잣, 무명초, 대마초, 산삼 등인데, 오미자의 경우 마가목 열매를 많이 섞는 등 눈속임이 많아 북한 약초의 30%는 가짜라고 한다. 북한산 약초는 중국을 통해 일본으로 많이 간다고 전해진다. 더덕, 도라지, 장출, 백출, 무명초도 일본으로 밀수출된다고 한다. 그것이 북한 약초를 중국인들이 많이 들여가는 이유인데, 무명초는 마른 것 1kg 당 북한 장마당 시세로 150~180위안이지만 중국에 팔면 230위안을 받는다. 상황버섯, 송이버섯, 솔버섯 같은 버섯류도 활발히 밀수되는데 지역에 따라 다르다.

골동품 밀수해서 한국행? 대부분이 가짜

어떤 지역은 약초를, 어떤 지역은 가축을, 어떤 지역은 희유금속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밀수는 시기성을 타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추면 ‘허리꺾기’, 즉 이익을 본전의 배로 얻고 시기를 잘 못 맞추면 본전을 겨우 건지거나 밑지게 된다. 도자기, 골동품도 주요 밀수품에 속하지만 이는 순전히 도박이라 불릴 만큼 조심스럽다. 골동품은 결국 한국에 팔아먹기 위한 것인데 대부분이 가짜다. 그렇지만 중국에 들어온 한국인들을 속여 지금까지도 많은 이윤을 얻기에 국경에서의 골동품 밀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산을 밀수로 들여가는 이유는 가격이 싼 데 반해 순전히 자연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되팔 때는 그 가격이 높고 많은 돈을 벌수 있기도 하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북한 바다에서 조개나 미역 등은 양식을 하지만 다른 어종들은 양식을 못한다. 순수한 자연산을 본토에서 양식한 어종보다도 싼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기에 북·중 밀수는 앞으로도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도 위에 열거된 품목들을 중국에 넘겨야만 이윤이 생기고 밑바닥 시장 자금이 돌기에 이를 근절시킬 이유도 없고 방법도 없다.

접경지역의 밀수업은 북한 전역을 근간으로 한다. 밀수 원천에 전 지역이 속하며 그로 인해 자금이 생기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구조로 바뀌었다. 만약 중국과의 밀수가 없다면 순수 북한주민들에 의해 돌아가는 생계시장이 망가질 수 있기에 소위 법을 쥐고 있다는 단속원들이나 경비대도 이들과 합세해 나름의 이윤을 챙기며 산다. 또한 전국에 생겨난 수천 개의 외화벌이 업종도 북한 당국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밀무역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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