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5월 1일

통일 커튼콜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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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커튼콜 | 연극 목란언니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있는가

연극  中

연극 <목란언니> 中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았다. 탈북민들은 선전용에 지나지 않았던 가짜 민주주의를 벗어나 진짜 민주주의를 맛볼 수 있게 됐고, 자유가 없어 억눌렸던 사회로부터 도망쳐 ‘자유 대한민국’을 만났다.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여러 가지 사회적 혜택도 누리게 됐다. 남한 주민인 우리에게도 절실한 주거지 제공과 대학입시 특별전형 혜택만 들어도 ‘이만하면 살 맛 나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가 있다. 바로 ‘재입북’이다. 현재까지 재입북 탈북민은 공식적으로 19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다.

연극 <목란언니>는 탈북민 ‘조목란’이 남한의 어두운 현실과 마주하고 이로부터 다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지난한 과정을 담았다. 동시에 남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함께 조명하며 현 시대 남한에 사는 우리 모두의 애환을 그렸다. 다소 무거운 내용과는 대조적으로 희극적인 무대연출이 눈에 띄는데, 노래를 부르거나 대사를 하는 배우의 모습이 무대 뒤 스크린에 클로즈업 되어 찍히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때문에 다소 심각해진 분위기도 금세 전환되어 120분의 공연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정말 조선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목란언니>는 지난 2011년 두산아트랩에서 낭독공연으로 선보인 뒤 2012년 두산아트센터 ‘경계인’ 시리즈를 통해 처음 관객을 만났다. 올해는 ‘두산인문극장 2017 : 갈등’의 공연 시리즈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됐다.

아버지 친구 짐을 맡아줬다가 밀수꾼으로 오해 받아 가족 전체가 정치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조목란은 사건을 무마해보겠다는 결심으로 탈북을 감행해 종적을 감춘다. 남한에 도착한 그녀는 북에 있는 부모를 서울로 데려와 준다는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까지 모두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부모님이 계신 북한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그녀는 북한에서 신발공장을 운영하다가 남한으로 건너와 이름을 ‘김정은’으로 개명한 김필성을 만난다. 김정은은 목란에게 “언제든지 돈만 가져오면 북한으로 보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정말 조선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어머니랑 살고 싶습니다. 나도 우리 어머니처럼 내 조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고 믿은 조목란은 브로커 비용 5천만 원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평양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목란은 악기를 연주하여 돈을 벌기로 한다. 룸살롱으로 잘못 찾아간 목란은 술집임을 알고 돌아 나오려 했지만 하루 빨리 5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다. 룸살롱 사장 조대자는 태산, 태강, 태양 삼 남매의 어머니로 학구열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한국 엄마’다. 그녀의 극성스러운(?) 교육열로 첫째 아들 태산은 한국사학 박사, 둘째 딸 태강은 작가, 막내 아들 태양은 대학 교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옛 애인을 못 잊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태산과 무명작가의 초라함에서 벗어나고자 시나리오 작가로 전업한 태강, 근무하던 대학에서 철학과를 폐지하자 술로 지리멸렬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태양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남한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극은 조대자의 가정을 통해 번지르르한 외형 이면에 존재하는 한 가정과 사회의 모순과 그늘을 폭로하고자 했다.

룸살롱에 취직한 목란의 아코디언 연주로 인해 태산의 건강이 점차 회복되자 조대자는 목란을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 브로커 비용을 벌기 위해 결혼까지 약속한 어느 날, 조대자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면서 목란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던 중 막내 아들 태양이 조대자가 남긴 5천만 원을 목란에게 건네며 함께 도망가서 살자고 제안해 오고, 북으로 돌아가려는 결심에 흔들림이 없었던 목란은 건네받은 돈으로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탈남(脫南)’을 감행한다.

연극  中

연극 <목란언니> 中

도망쳐서 도착한 이곳이 낙원이어야 한다

실제로 탈북 후 남한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되돌아 간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한의 삶은 한 마디로 인간생지옥’이라고 밝힌다. 한민족이라고 생각했던 남한 사회와 주민들로부터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로 받은 천대와 멸시, 차별과 수모가 지옥과도 같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 체제에 유리하도록 짜인 각본대로 말하는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남한을 떠나 다시 북으로 돌아갈 만큼 그들을 괴롭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연극 <목란언니>는 탈북민이 남한에서 고생하고 지쳐있는 모습을 그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돈을 모으는 모습을 그려냈다. 즉, 탈북민의 적극적인 탈남 의지를 묘사한 것이다. 이 점이 그간 탈북민을 소재로 했던 다른 연극들과 맥을 달리하는 부분이며 우리에게 충격과 울림을 주는 대목이다. 나의 무관심과 홀대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찾아 도망쳐온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들이 남한 사회에서 얻은 혜택들로 이미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게 된다. 생사를 걸고 희망을 찾아 떠나온 이곳, 도망쳐서 도착한 여기 한국에 그들의 낙원은 있는가?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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