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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 러시아, 영농사업에 눈뜨다 … 지금이 진출 기회!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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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2 |  영농

러시아, 영농사업에 눈뜨다 … 지금이 진출 기회!

러시아 연해주 한카 호수 주변에 있는 한국 영농법인인 아그로상생의 벼 재배 현장 ⓒ연합

러시아 연해주 한카 호수 주변에 있는 한국 영농법인인 아그로상생의 벼 재배 현장 ⓒ연합

극동 러시아에서 영농사업은 한·러 경협의 간판급 대표사업이다. 한국 영농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사는 1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한 식량자원의 전초기지로써 연해주가 최적격지로 급부상하자 기업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대거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진출을 너무 서두른 탓인지, 현지 사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부족했던 우리 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했다. 한국식 영농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연해주에 입성했던 기업들이 현지 상황에 맞는 영농법을 터득하기까지는 근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해주는 원래 농업기반의 산업이 전무했던 지역이다 보니 토질이 예상만큼 좋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농기계 수급조차 녹록지 않아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한국기업의 극동지역 경작규모, 서울시 면적 1.2

현재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대중공업, 서울사료, 유니베라 등 10여 개의 한국 영농 기업들이 현지 영농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주로 옥수수, 콩, 보리, 밀, 건초를 비롯해 쌀농사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작 규모를 모두 합하면 총 7만6천 ha 규모다. 서울특별시 면적의 1.2배 규모에 이른다.

그런데 복병이 있었다. 이제 겨우 현지 환경과 한국식 영농시스템을 결합해 적합한 사업모델을 만들었더니,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현지 진출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물량공세로, 일본은 온실영농을 주력으로 한 영농사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극동에서의 영농사업 활성화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극동농업개발기금을 창설하며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현지에서 진행된 중국의 영농사업 방식은 농사철에 잠시 와서 작업하고 수확이 끝나면 바로 본국으로 철수하는 형태였다. 시쳇말로 ‘치고 빠지는’ 단순방식이기 때문에 사실 생산성 측면에서 한국기업들과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시장과 자본을 쥐고 있기 때문에 운용하는 ‘판’의 규모 자체가 우리와 다른데,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합작을 제안하는 방식에 집중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공할만한 자본력은 비단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과 마케팅 분야에도 적용되고, 특정한 분야의 사업을 넘어 모든 체인을 망라한 원스톱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도 수월할 수 있다. 추진 분야 역시 농업, 축산, 수산물 등 특별한 제한이 없는지라 러시아 정부가 발주하는 관급 영농산업 인프라개발 프로젝트에도 무차별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중국이 러시아 극동 영농산업의 모든 생산 공정과 유통 등 알짜 사업들을 단번에 독식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외교 정책으로 추진 중인 일본 또한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기업도 연해주, 하바로프스크, 아무르 등 극동의 주요 영농지대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중국과 완전히 다른 방식인 온실농업으로 승부한다. 일본기업의 영농사업은 단순히 콩이나 옥수수 등의 작물 재배를 넘어 유기농 영농사업에 정조준하고 있다. 자국의 우수한 온실기술을 바탕으로 러시아 정부가 원하는 혁신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이 과정에서 각종 지원을 받아가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지원방안 고민해 정부가 앞장서야

러시아 정부는 한국과의 최우선 경제협력 분야를 농업으로 정하고, 우리 정부와의 협력강화를 위해 특화된 사업들을 타진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지난해 극동의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투자하는 한국 영농 기업들을 위해 행정편의 및 세제혜택 등 현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한국기업들의 극동 진출을 독려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리 정부에 한·러 농업협력기금 창설이라는 새로운 경협방향을 제안했고 한국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 의지를 표시하는 등 현지의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토대로 몇 가지 제언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정부는 기존 영농 기업들의 판로확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진출기업이 큰 성과를 거둬야 이후 후속기업들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첨단농업, 융합모델 등의 거창한 정책적 발언을 앞세우는 대신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소한 변변한 곡물창고 하나 없어 진출기업들이 수확물을 제때 보관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영농기법 측면에서 선순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출기업 대부분이 축산·양계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맞춤형 방안을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부산물을 통해 사료공장을 설립해 보다 견고한 생산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로확대가 절실하다. 러시아 내수시장에서만 판로를 찾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수확물이 국내로 반입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쿼터제를 적용한다든지, 내륙운송차량을 조합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해 높은 운송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작성한 2017~2019년 사회경제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생산성이 3.2% 가량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도 발 빠르게 극동 지역에서 농업을 중점추진 사업 분야로 정하고 관련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다. 더 늦으면 우리 영농 기업들은 주변국의 파상공세에 밀려 또 다시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명수 /  러시아 주재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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